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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계약 · 하자·제조물책임(PL) 2026.08.13 조회 8

의약품 부작용, 제조사에 책임 물을 수 있을까? PL책임 요건 총정리

박경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몸이 아파 처방받은 약을 먹었을 뿐인데,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되신 분들이 계십니다. 억울하고 두려운 마음에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을 묻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신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이런 상황에 놓이신 분들을 위해 제조물책임법(PL책임)을 통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려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매년 접수되는 의약품 부작용 보고 건수는 20만 건을 훌쩍 넘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가벼운 증상이지만, 입원이나 영구적 후유증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피해를 입고도 정당한 배상을 받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의약품도 제조물책임법의 대상이 됩니다

많은 분들이 '약은 원래 부작용이 있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설득하고 포기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의약품 역시 제조물책임법상의 '제조물'에 해당합니다. 즉, 약에 결함이 있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면 제조사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뜻입니다.

제조물책임법의 가장 큰 장점은 '무과실책임'이라는 데 있습니다. 일반적인 손해배상은 상대방의 고의나 과실(잘못)을 피해자가 증명해야 하지만, 제조물책임은 제조사에게 잘못이 있었는지를 따지지 않고 오직 '제품에 결함이 있었는가'만 문제 삼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증명 부담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입니다.

핵심은 '제조사의 잘못'이 아니라 '의약품의 결함'입니다. 결함만 인정되면 제조사가 아무리 최선을 다했다 해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경우를 '결함'으로 보는가

그렇다면 의약품의 어떤 문제를 '결함'으로 볼 수 있을까요. 제조물책임법은 결함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봅니다.

1제조상의 결함 — 제조 과정에서 이물질이 혼입되거나 성분 함량이 잘못 배합되는 등, 원래 설계와 다르게 잘못 만들어진 경우입니다.
2설계상의 결함 — 더 안전한 대체 설계가 가능했음에도 이를 채택하지 않아 위험이 남아 있는 경우입니다. 의약품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정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3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 결함) — 부작용이나 복용 시 주의사항을 제대로 표시하거나 경고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의약품 부작용 분쟁에서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유형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의약품 부작용 사건은 대부분 표시상의 결함을 중심으로 다투게 됩니다. 즉 '이 약에 이런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렸는가'가 핵심 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설명서에 부작용이 전혀 기재되지 않았거나, 위험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만 표시되어 있었다면 결함이 인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피해자가 증명해야 할 것들

다만 무과실책임이라 해도 피해자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상을 받으려면 최소한 다음 세 가지는 확인되어야 합니다. 첫째 의약품에 결함이 존재했다는 점, 둘째 실제로 손해(건강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 셋째 그 결함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원인과 결과의 연결)가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인과관계입니다. 부작용이 정말 그 약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질병이나 체질 때문인지 명확히 가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러한 증명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방향으로 실무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했음에도 피해가 발생했고, 그 피해가 제조사의 영역에서 비롯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면 결함과 인과관계를 추정해 주는 흐름이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작용을 겪으신 순간부터의 기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진료기록, 처방전, 복용한 약의 포장과 설명서, 증상의 경과를 담은 사진과 메모 등이 훗날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알아두어야 할 기간과 전망

제조물책임에는 시간 제한이 있다는 점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손해와 배상책임자를 안 날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해야 하며, 제조사가 그 제품을 공급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청구가 어려워집니다. 다만 몸속에 축적되어 일정 기간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유형의 피해는 손해가 실제로 드러난 때부터 기간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약품 복용 인구는 계속 늘고 있고, 그만큼 부작용 분쟁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는 제조사의 표시·경고 의무가 더욱 엄격하게 요구되고, 피해자의 증명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제도가 다듬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작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이라면, 혼자 감당하며 포기하기보다 자신의 상황이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 차분히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

박경수
박경수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세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의약품 부작용 사건은 인과관계 증명이 핵심인데, 피해 발생 초기의 진료기록과 약 설명서 보관 여부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부작용을 겪으셨다면 증상 경과를 시간순으로 기록하고 관련 자료를 즉시 확보해 두시길 권합니다. 판단이 어려우시면 가능한 빨리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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