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최근 경기 둔화와 고금리 국면이 이어지면서 기업회생 신청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법인회생 접수 건수는 연 1,000건을 넘나드는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특히 중소 제조업과 도소매업의 비중이 높습니다. 회생절차의 성패는 결국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가결되는지에 달려 있는데, 이 가결 요건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절차에 진입했다가 계획안 부결로 파산으로 이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회생계획 가결에 필요한 조별 동의율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그리고 실무에서 이를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회생계획안의 가결은 채권자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아 판단하지 않습니다. 채무자회생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이해관계가 다른 채권자들을 성질에 따라 여러 개의 '조(組)'로 나누고, 각 조별로 별도의 동의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조 구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리하면, 회생계획은 각 조별로 정해진 동의율을 모두 충족해야 가결됩니다. 어느 한 조라도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계획안은 부결됩니다.
채무자회생법 제237조는 각 조의 성질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결 요건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담보권자가 일반채권자보다 두텁게 보호받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입니다.
회생채권자의 조 —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생채권 총액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자의 동의
회생담보권자의 조 — 청산을 전제로 하는 경우에는 5분의 4 이상, 사업을 계속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에는 4분의 3 이상의 동의
주주·지분권자의 조 — 의결권 총수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의결권이 인정되는 경우)
여기서 유의할 점은, 동의율이 '인원수'가 아니라 채권액(의결권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것입니다. 즉 채권자 수가 아무리 많아도 소액 채권자들의 찬성만으로는 요건을 채우기 어렵고, 반대로 큰 금액을 가진 소수 채권자의 동의를 확보하면 가결 가능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실무에서는 '누구를 설득할 것인가'보다 '얼마의 채권을 가진 채권자를 설득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대형 금융기관 하나의 태도가 조 전체의 가결 여부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조의 동의를 받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특정 조가 끝내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때 채무자회생법 제244조는 강제인가(權利保護條項을 통한 인가)라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강제인가란, 일부 조가 계획안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조의 채권자들에게 청산가치 이상을 보장하는 '권리보호 조항'을 계획안에 반영하면, 법원이 재량으로 계획을 인가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다만 다음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하나 이상의 조가 적법하게 동의했을 것
둘째, 동의하지 않은 조에 대해 청산가치(파산했을 때 받을 금액) 이상을 보장하는 권리보호 조항을 둘 것
셋째, 계획의 내용이 공정하고 형평에 맞을 것
다시 말해, 강제인가는 반대하는 채권자에게 '파산했을 때보다는 낫다'는 최소한의 보장을 전제로만 작동합니다. 따라서 계획안 작성 단계에서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를 정확히 산정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하면, 회생계획 가결은 단순히 '채권자 과반의 찬성'이 아니라 조별 동의율이라는 정교한 구조 위에서 결정됩니다. 실무에서 가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1. 조기 채권자 소통 — 관계인집회 직전이 아니라, 계획안 초안 단계부터 주요 채권자(특히 담보권자)와 협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2. 변제율 설계의 현실성 — 무리한 변제율보다 실현 가능한 변제계획이 오히려 동의를 이끌어냅니다.
3. 청산가치 대비 우위 입증 — 채권자에게 '회생이 파산보다 유리하다'는 점을 수치로 제시해야 합니다.
전망하면, 향후에도 경기 변동성이 이어지는 한 회생절차의 활용은 늘어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절차에 진입하는 것과 계획안을 가결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회생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결국 조별 동의율이라는 요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역산하여 계획안과 협상 전략을 설계하는 데 있습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