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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재개발 사업 중단으로 발생한 손실을 조합원이 어떻게 분담하게 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5년 이상 이어지는 장기 사업입니다. 그만큼 시공사 부도, 조합 내분, 사업성 악화 등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때 그동안 투입된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지가 조합원들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옵니다.
가상 사례로 살펴봅니다.
A씨는 조합에 가입할 당시 "사업이 잘 안 되면 원상복구되는 것 아니냐"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미 지출된 비용에 대한 분담 의무가 조합원에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세 가지 쟁점으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의 최종 부담 주체는 원칙적으로 조합, 즉 조합원 전체입니다. 재개발조합은 정비사업을 목적으로 조합원들이 결성한 단체로,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무 역시 조합의 부담이 됩니다. 그리고 조합이 그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면, 정관과 관계 법령에 따라 조합원이 이를 분담하게 됩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은 조합의 재산과 채무 관계를 규율하고 있으며, 조합이 해산하거나 정비구역이 해제되더라도 이미 발생한 채무가 자동으로 소멸되지는 않습니다. 설계업체, 감정평가법인, 정비업체 등에 지급해야 할 용역비, 그리고 사업 초기 대출(사업비 대출)의 원리금이 대표적인 손실 항목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오해가, "내가 아직 분양신청도 안 했으니 책임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조합 설립에 동의하고 조합원이 된 이상, 사업 무산에 따른 비용 분담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습니다.
A씨의 사례에서 핵심은 분담의 근거와 범위입니다. 손실 분담은 크게 세 가지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첫째, 조합 정관의 규정입니다. 대부분의 조합 정관에는 사업 중단·해산 시 청산 절차와 비용 분담 방식이 정해져 있습니다. 통상 조합원별 종전자산(기존에 보유한 부동산의 감정평가액) 비율 또는 균등 분담 등의 방식이 규정됩니다.
둘째, 총회 결의입니다. 손실 분담과 같은 중요한 사항은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총회 결의 없이 조합 집행부가 임의로 조합원에게 부담금을 부과했다면,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셋째, 정비구역 해제에 따른 매몰비용 처리입니다. 정비구역이 지방자치단체 직권 또는 주민 요청으로 해제되는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조합이 사용한 비용의 일부를 지자체가 보조할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지자체 조례에 따라 지원 범위와 비율이 크게 달라지므로, 해당 구역의 조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A씨의 경우, 180억 원 전액을 조합원이 떠안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매몰비용 보조 가능 여부, 시공사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 그리고 조합 집행부의 책임 여부를 종합적으로 따져 실제 부담액을 줄일 여지가 있습니다.
손실이 조합원 전체의 부담이 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손실이 조합 집행부의 위법하거나 부당한 업무 처리로 인해 확대된 경우에는 책임 소재가 달라집니다.
예컨대 조합장 B씨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부적절한 계약을 체결했거나, 필요 없는 용역 계약으로 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했다면, 조합원들은 손해배상 청구나 업무상 배임 등 형사 책임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단순한 사업 실패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경영 판단의 영역에서 발생한 통상적 손실까지 집행부 개인에게 물리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조합원으로서는 총회 회의록, 계약서, 자금 집행 내역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손실 발생 경위를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자료 확보가 늦어지면 책임 규명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면, 재개발 사업이 중단되었을 때 조합원이 취해야 할 대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조합 정관과 총회 결의 내용을 확인해 분담 근거가 적법한지 검토합니다. 둘째, 정비구역이 위치한 지자체의 매몰비용 보조 조례를 확인해 지원 가능성을 살핍니다. 셋째, 손실 확대에 조합 집행부의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자료를 통해 점검합니다.
재개발 손실 분담은 개별 조합의 정관, 사업 진행 단계, 지자체 조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영역입니다. "어차피 다 같이 부담하니 어쩔 수 없다"고 단정하기보다, 실제 부담 범위를 정밀하게 따져보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출발점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