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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계약 · 계약서 작성·검토 2026.09.13 조회 18

MOU에도 구속력이 있을까? 계약 파기로 소송당한 사례 분석

김경진 변호사
법무법인 초원 · 서울특별시 강남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성남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A씨(46세)는 대형 유통사 B사와 신규 물류관리 시스템 공동개발을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몇 차례 미팅 끝에 양측은 "업무협약서(MOU)"라는 제목의 문서에 서명했고, A씨는 이를 계약 성사로 받아들여 개발 인력 3명을 새로 채용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 뒤 B사는 내부 사정을 이유로 협업을 백지화했습니다. A씨는 인건비와 사무실 임차 비용 등으로 약 8,000만 원을 이미 지출한 상태였습니다. A씨는 "MOU도 엄연히 서명한 문서인데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B사는 "MOU는 구속력 없는 신사협정일 뿐"이라고 맞섰습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MOU의 구속력 문제는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분쟁 중 하나입니다.

MOU라는 제목만으로는 구속력이 결정되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MOU(양해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알고 계십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법원은 문서의 제목이 아니라 실제 내용을 기준으로 구속력을 판단합니다. 즉 표지에 'MOU'라고 적혀 있어도, 그 안에 당사자의 권리·의무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면 사실상 계약서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A씨가 서명한 문서에는 개발 착수 시점, 각자의 역할 분담, 대금 지급 방식의 일부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반면 "본 협약은 상호 협력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으로, 구체적 계약은 별도로 체결한다"는 취지의 문구는 없었습니다.

이런 경우 법원은 해당 문서를 단순한 의향 표명이 아니라 상당한 구속력을 갖춘 합의로 볼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향후 본계약 체결을 위해 노력한다" 정도로만 적혀 있고 구체적 의무가 없다면, 신사협정(법적 강제력이 없는 도의적 약속)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속력이 없어도 배상 책임이 생길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설령 MOU 자체에 구속력이 없더라도, 협상을 부당하게 중단한 측이 계약체결상의 과실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계약이 성립되기 전 단계라도, 상대방에게 계약 성사에 대한 정당한 신뢰를 심어준 뒤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깨뜨린 경우에 인정되는 책임입니다.

계약체결상 과실이 문제되는 상황

· 상대방이 계약 성사를 신뢰하고 비용을 지출한 경우

· 협상이 상당히 진전되어 계약 체결이 거의 확실했던 경우

·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협상을 중단한 경우

A씨 사례에서 B사가 A씨에게 "곧 계약하자", "인력을 미리 준비해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면, B사의 파기는 신뢰를 저버린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배상 범위는 계약이 성사되었을 때 얻었을 이익(이행이익) 전부가 아니라, 신뢰하고 지출한 비용(신뢰이익) 범위로 제한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A씨가 지출한 인건비와 임차 비용 상당액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MOU를 안전하게 활용하는 실무 원칙

결국 MOU의 핵심은 "어떤 조항을 넣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구속력을 원하는지, 단순 의향 표명에 그치고 싶은지를 문서에 명확히 밝혀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1
구속력 조항 명시 — "본 각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구체적 권리·의무는 본계약으로 정한다"는 문구를 넣으면 신사협정임을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2
구속·비구속 조항 구분 — 비밀유지, 독점협상 조항은 구속력을 부여하고, 나머지는 비구속으로 나누어 명시하는 방식이 실무에서 자주 쓰입니다.
3
비용 부담 원칙 규정 — 협상 중 발생한 비용은 각자 부담한다는 조항을 두면 A씨 같은 분쟁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4
유효기간 설정 — MOU의 효력이 언제까지 유지되는지 기간을 정해 두면 무한정 책임을 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A씨는 협업이 성사될 것이라 믿고 상당한 비용을 지출했지만, 문서에 비용 부담이나 구속력에 관한 조항이 전혀 없었던 것이 분쟁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MOU는 잘 활용하면 협상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도구가 되지만, 조항 하나에 따라 예상치 못한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김경진
김경진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초원 · 서울특별시 강남구
MOU 분쟁을 다루면서 보면, 문제의 핵심은 대부분 문서에 구속력 여부가 명시되지 않은 데 있습니다. 서명 전 각 조항이 구속력을 갖는지 반드시 확인하시고, 특히 협상 단계에서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면 사전에 서면으로 부담 주체를 정해 두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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