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핵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외국인 배우자를 상대로 재산분할 판결을 받았더라도, 상대방이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거나 이미 본국으로 출국했다면 그 판결은 종이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배우자 재산분할 집행은 판결을 받는 것보다 실제로 돈을 받아내는 단계에서 훨씬 더 어렵습니다. 오늘은 구체적인 사례로 그 이유와 대응 전략을 짚어보겠습니다.
사례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씨(42세, 여)는 베트남 국적의 남편 T씨(38세)와 결혼 7년 만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혼인 기간 중 형성한 재산은 김씨 명의 아파트 전세보증금 3억 원, T씨 명의 예금 약 8,000만 원, 그리고 T씨가 운영하던 무역업 관련 자산이었습니다. 법원은 재산분할로 T씨가 김씨에게 6,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판결 확정 직후 확인해보니, T씨의 국내 예금 계좌는 이미 대부분 인출된 상태였고 T씨 본인도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였습니다.
김씨는 승소했지만 실제로 받은 돈은 0원입니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세 가지 쟁점을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집행의 성패는 상대방의 국내 재산 유무에 달려 있습니다. 재산분할 판결은 대한민국 법원의 판결이므로, 집행 역시 원칙적으로 국내에 있는 재산에 대해서만 강제할 수 있습니다.
T씨처럼 예금을 인출하고 출국해버리면, 남은 방법은 국내에 있는 다른 재산을 찾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다음 절차를 활용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T씨가 운영하던 무역업의 미수금 채권(거래처로부터 받을 돈)이 남아 있었고, 이를 압류·추심하여 일부를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재산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반드시 추적해야 합니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혼 소송을 앞두고 또는 진행 중에 배우자가 재산을 제3자에게 넘기거나 예금을 빼돌린 경우, 사해행위취소(재산을 부당하게 빼돌린 행위를 취소시키는 것)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청구권도 사해행위취소의 피보전채권(보호받을 권리)이 될 수 있습니다. 즉 배우자가 분할 대상 재산을 빼돌렸다면, 그 처분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켜 집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사해행위취소는 취소 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외국인이고 재산이 국외로 이전된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추적과 회수가 급격히 어려워집니다. 조기 대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부분이 가장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판결을 외국에서 집행하려면 그 나라 법원에서 외국판결의 승인·집행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합니다.
핵심은 상대방 국가와 우리나라 사이에 판결을 서로 인정해주는 관계, 즉 상호보증(相互保證)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상호보증이 인정되고 절차 요건을 갖추면 해당 국가 법원에서 집행판결을 받아 현지 재산에 집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현지 변호사 선임, 번역·공증,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국가에 따라 상호보증 자체가 불확실한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재산이 완전히 국외로 빠져나가기 전에 국내에서 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조치를 선제적으로 해두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외국인 배우자와의 재산분할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판결이 아니라 소송을 제기하기 전입니다.
판결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받아낼 재산을 먼저 확보하지 않으면, 승소 판결문은 아무 힘이 없습니다. 외국인 배우자 사건일수록 이 원칙이 더 절실하게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