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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 임금체불·수당·퇴직금
노동 · 임금체불·수당·퇴직금 2026.03.26 조회 4

재직 중 임금 삭감, 회사가 일방적으로 할 수 있을까? 적법성 판단 기준 총정리

박현철 변호사
법률사무소 스케일업 · 서울특별시 송파구

"다음 달부터 연봉이 줄어든다"는 통보를 갑자기 받으셨나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계신 분이 적지 않으실 겁니다. 최근 경기 둔화와 구조조정 바람 속에서 재직 중 임금 삭감을 경험하는 근로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진정 접수 통계를 보면, 임금 관련 상담 중 "동의 없는 급여 인하"에 대한 문의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 추세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과연 적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근로자 입장에서 어디까지 거부할 수 있는지가 대부분 모호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임금 삭감의 유형과 적법성 판단 기준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임금은 왜 함부로 줄일 수 없는 것인가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근로계약의 핵심 조건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계약 체결 시 임금의 구성항목과 계산방법, 지급방법을 서면으로 명시해야 하며, 이를 변경할 때도 동일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의 원칙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의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회사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낮추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많은 분들이 "회사가 어렵다니까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시면서 부당한 삭감을 그대로 수용하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경영상 어려움은 삭감의 사유가 될 수 있지만, 절차의 적법성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그 삭감은 무효가 됩니다.

임금 삭감이 이루어지는 세 가지 경로와 각각의 판단 기준

실무적으로 재직 중 임금이 줄어드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각각 적법성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먼저 파악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1
개별 근로계약 변경을 통한 삭감 회사가 근로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연봉 재계약 등의 형태로 임금 인하를 제안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핵심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단순히 서류에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삭감 사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었는지, 거부할 경우 불이익 암시가 없었는지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판례에서는 "형식적 동의만 있고 실질적 자유의사가 없었던 경우" 그 동의를 무효로 판단한 사례가 다수 있습니다.
2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삭감 회사가 취업규칙(급여규정 포함)을 변경하여 전체 직원의 임금 체계를 바꾸는 방식입니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노동조합이 있다면 노동조합의 동의, 없다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이익 변경은 효력이 없습니다.
3
단체협약 변경을 통한 삭감 노동조합과 회사가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을 조정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대표하여 합의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개별 조합원에게도 효력이 미칩니다. 다만 노조 대표의 교섭 권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합의라면 예외적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동의했지만 진짜 동의는 아니었다" - 의사표시의 함정

상담 현장에서 보면, 가장 안타까운 경우가 바로 이겁니다. 회사가 "서명 안 하면 계약 갱신이 어려울 수 있다", "팀 전체가 다 동의했는데 혼자만 안 하겠다는 건가" 같은 압박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서명한 분들이 정말 많으십니다.

판례는 이런 상황에서 형식적 서명이 있더라도, 거부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다면 진정한 동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특히 서명 거부 시 해고나 부서 이동 등 불이익을 시사한 정황이 있다면 동의의 효력은 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만약 압박 속에서 서명을 하셨더라도 바로 포기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서명 당시의 상황, 회사가 제공한 정보의 범위, 거부했을 때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시면 추후 다투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경영상 어려움이 있으면 삭감이 정당화되는가

많은 회사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임금 삭감을 시도합니다. 걱정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결론적으로 경영 악화 그 자체만으로 임금 삭감이 자동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삭감의 합리성을 판단합니다.

  • 경영 악화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재무 자료로 입증되는지
  • 삭감 전에 임원 보수 삭감, 경비 절감 등 회사 측의 자구 노력이 선행되었는지
  • 삭감 폭이 합리적인 수준인지 (예: 기본급 30~50% 삭감은 과도하다는 판단이 많음)
  • 삭감 기간이 한시적인지, 영구적인지
  • 근로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협의 기간이 제공되었는지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사례 중 하나가, 회사가 "올해 적자"라고만 말하면서 구체적인 재무 자료는 전혀 공개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삭감의 필요성 자체가 의심받을 수 있고, 절차적 정당성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임금 삭감을 통보받았을 때 근로자가 취해야 할 실무적 대응

갑자기 임금 삭감 통보를 받으시면 당황스럽고 막막하시겠지만, 아래 순서대로 차근차근 정리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1
삭감의 근거를 서면으로 요청하세요 회사가 어떤 근거(취업규칙 변경, 개별 합의 등)로 임금을 삭감하는지 문서로 확인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구두 통보만으로는 나중에 다투기 어렵습니다.
2
동의 서류에 바로 서명하지 마세요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명 후에는 "자유로운 동의"를 부정하기 위한 입증 부담이 커집니다. 최소 3~5일의 검토 기간을 요구하세요.
3
관련 자료를 빠짐없이 보관하세요 기존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취업규칙, 회사의 통보 문서, 이메일, 카카오톡 대화 등 임금 삭감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저장해 두세요. 삭감 전 3개월간의 급여명세서는 특히 중요합니다.
4
노동청 진정 또는 전문가 조력을 검토하세요 동의 없는 일방적 임금 삭감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위반(임금 전액 지급 원칙)에 해당할 수 있으며, 관할 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진정 접수 후 근로감독관 조사까지 통상 2~4주 정도 소요됩니다.

삭감된 임금은 돌려받을 수 있는가

절차를 지키지 않은 임금 삭감은 무효이므로, 삭감된 차액분은 체불 임금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삭감이 시작된 시점부터의 차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고, 퇴직 후라면 근로기준법 제37조에 따른 지연이자(연 20%)도 별도로 청구 가능합니다.

다만 임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입니다. 삭감이 시작된 지 오래되셨다면 시효가 지나지 않았는지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조금 더 지켜보자"라는 생각으로 시간이 흘러 권리를 잃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를 실무에서 적지 않게 봐 왔습니다.

정리하면, 재직 중 임금 삭감은 반드시 적법한 절차와 근로자의 실질적 동의를 전제로 해야 합니다. 경영상 어려움이 있더라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급여를 줄이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삭감은 무효이고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놓여 계신 분들은 당장의 서명을 보류하시고, 관련 자료부터 차분히 모아 두시길 권해 드립니다.

박현철
박현철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스케일업 · 서울특별시 송파구
제 경험상 임금 삭감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명 전 기록 확보입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미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 찾아오시는데, 그때부터는 입증이 훨씬 어려워집니다. 삭감 통보를 받으신 시점에서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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