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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 명도·무단점유·부당이득 2026.09.26 조회 4

명도 집행 후 남은 짐, 함부로 버리면 안 되는 이유

박경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어렵게 명도소송(부동산을 비워달라는 소송)에서 이겨 강제집행까지 마쳤는데, 정작 세입자가 짐을 그대로 두고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럴 때 건물주분들은 남겨진 물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해하십니다. 빨리 치우고 새 임차인을 들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 짐을 함부로 버리거나 처분했다가는 오히려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상가를 임대하던 한 건물주의 사례를 통해 명도 집행 후 남겨진 물건 처리 방법을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경기도 부천에서 상가 건물을 소유한 김모(58세)씨는 2년 넘게 월세가 밀린 임차인 박모(46세)씨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진행해 승소했습니다. 강제집행 당일, 집행관은 박씨의 미용실 집기와 냉장고, 소파 등을 건물 밖으로 옮겼지만 박씨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습니다. 결국 물건들은 김씨의 상가 한켠에 그대로 방치됐고, 김씨는 새 임차인을 받지 못한 채 두 달을 흘려보냈습니다.

남겨진 물건, 소유권은 여전히 임차인에게 있습니다

가장 먼저 이해하셔야 할 점은, 명도 집행이 끝났다고 해서 그 안에 있던 물건의 소유권까지 건물주에게 넘어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집기, 가전, 개인 소지품 등은 여전히 임차인 박씨의 재산입니다.

따라서 김씨가 답답한 마음에 이 물건들을 임의로 폐기하거나 팔아버리면, 형법상 재물손괴죄나 절도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 보면, "내 건물에 있는 남의 짐이니 당연히 버려도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셨다가 곤란해지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강제집행으로 점유를 되찾았더라도, 남겨진 유체동산(형태가 있는 재산)의 소유권은 임차인에게 남아 있습니다. 건물주가 임의로 처분할 권한은 없습니다.

집행 단계에서 미리 처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사실 이런 문제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강제집행 신청 단계에서 물건까지 함께 정리하는 것입니다. 부동산 인도(명도) 집행을 신청하면서, 남겨진 유체동산에 대해서는 별도의 동산 경매(유체동산 매각) 절차를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집행관이 물건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관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경매에 부치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건물주가 직접 물건에 손대지 않고도 적법하게 공간을 비울 수 있어 훨씬 안전합니다. 경매 대금은 밀린 월세 등 임차인이 갚아야 할 돈에 충당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김씨처럼 집행이 이미 끝나버린 뒤라면, 뒤늦게 동산 경매를 별도로 신청하거나, 임차인을 상대로 물건을 가져가라는 내용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함께 준비했다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

임차인과 연락이 닿지 않을 때의 실무 대응

박씨처럼 임차인이 잠적한 경우가 건물주분들을 가장 힘들게 합니다. 이때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첫째,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것입니다. 임차인의 마지막 주소지로 "일정 기한까지 물건을 찾아가지 않으면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내 두면, 이후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둘째, 물건 보관에 든 비용을 정리해 두는 것입니다. 물건을 옮기고 보관하는 데 든 비용(창고 임대료 등)은 임차인에게 청구할 수 있으므로, 영수증과 사진 등 증빙을 꼼꼼히 남겨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반드시 법적 절차를 거쳐 처분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임의 폐기는 위험합니다. 결국은 동산 경매 등 법이 정한 방법으로 처리해야 뒤탈이 없습니다.

정리하면, 남겨진 물건은 (1) 소유권을 존중하고 (2) 집행 단계에서 미리 정리하며 (3) 부득이하면 법적 절차를 통해 처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명도 이후의 물건 처리는 자칫 잘 마무리된 사건을 다시 분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예민한 문제입니다. 김씨의 사례처럼 뒤늦게 골머리를 앓기 전에, 집행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남겨질 물건까지 함께 고려해 계획을 세우시길 권해 드립니다.

박경수
박경수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세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명도 사건을 다루다 보면, 집행 이후 남겨진 짐 처리 때문에 새로운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답답하시더라도 임차인의 물건을 임의로 버리는 것만은 피하시고, 강제집행 신청 단계에서 동산 경매까지 함께 계획하시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이미 집행이 끝난 상황이라면 서둘러 전문가와 대응 방안을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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