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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혼·상속 · 협의·재판 이혼 2026.09.27 조회 0

유책배우자 이혼청구, 가능할까? 최신 판례로 본 예외 인정 기준

도일석 변호사
법률사무소 도준 · 경기도 수원시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결혼 12년 차인 40대 남성 한 분이 상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오랜 기간 별거 상태였고, 배우자와의 관계는 이미 회복이 어려운 지경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분이 과거 외도를 한 이력이 있는, 이른바 유책배우자(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잘못한 건 맞지만, 이대로 평생 이혼도 못 하고 살아야 하나요?" 이 질문에 답을 드리기 위해서는 우리 법원의 유책주의와 최신 판례 동향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유책배우자 이혼 청구 절차를 어려워하십니다. 원칙적으로 우리 법원은 혼인 파탄에 책임 있는 사람이 먼저 이혼을 청구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판례의 흐름을 보면, 일정한 예외가 인정되는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유책주의 원칙과 최근 판례의 변화

우리 대법원은 오랫동안 유책주의(파탄에 책임 없는 배우자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원칙)를 유지해 왔습니다. 즉, 바람을 피우거나 가정을 버린 사람이 스스로 "결혼 생활이 파탄 났으니 이혼하자"고 청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자기 잘못으로 파탄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판단 이후, 유책배우자의 청구라도 일정한 예외 사유가 있으면 이혼을 허용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해 왔습니다. 최근 하급심에서는 이 예외를 비교적 유연하게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예외가 인정되는 대표적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상대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 오직 오기나 보복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둘째, 세월이 오래 흘러 유책배우자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반대로 이혼을 거부하는 배우자의 감정도 상당히 정리된 경우입니다. 셋째, 유책배우자가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충분히 이루어진 경우입니다.

유책배우자 이혼 청구 절차 단계별 안내

그렇다면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진행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요. 앞서 언급한 사연의 남성 분에게 안내해 드렸던 흐름을 따라 단계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파탄 사실과 예외 사유 정리

혼인 관계가 이미 회복 불가능하게 파탄되었다는 점, 그리고 예외 인정 사유(장기 별거, 상대의 혼인 유지 의사 부재 등)를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합니다. 별거 기간을 입증할 자료, 대화 내역, 경제적 지원 내역 등이 핵심입니다.

소요기간: 2~4주 / 필요서류: 혼인관계증명서, 별거 관련 증빙, 대화 기록

2

협의 이혼 시도

재판까지 가기 전, 배우자와 협의가 가능한지 먼저 타진합니다. 유책배우자라도 재산분할과 위자료, 양육 문제에서 충분한 배려를 제시하면 협의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협의가 되면 가정법원에 협의이혼 의사확인을 신청합니다.

소요기간: 숙려기간 포함 1~3개월 / 비용: 수입인지·송달료 소액

3

이혼 소송(재판상 이혼) 제기

협의가 결렬되면 가정법원에 이혼 소장을 제출합니다. 유책배우자의 청구인 만큼, 예외 인정 요건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상대방이 혼인 유지 의사가 없다는 점, 장기간 별거로 파탄이 고착되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합니다.

소요기간: 6개월~1년 이상 / 필요서류: 소장, 입증자료, 진술서

4

조정 및 변론 절차

가사소송은 조정 전치주의가 적용되어 대부분 조정 절차를 거칩니다. 조정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면 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기고, 불성립되면 정식 변론으로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재산분할·위자료·양육권이 함께 다뤄집니다.

소요기간: 사건별 상이 / 비용: 변호사 선임 시 별도

실무에서 주의해야 할 점

유책배우자 이혼 청구에서 상담 현장을 보면, 많은 분들이 "별거만 오래 하면 무조건 이혼된다"고 오해하십니다. 그러나 단순히 별거 기간이 길다는 사정만으로 예외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 배우자가 여전히 혼인을 유지하려는 진정한 의사가 있고,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위해 혼인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준비할 때는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충분한 경제적·정서적 배려를 선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예외 인정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방법입니다.

앞서 사연의 남성 분은 배우자에게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넉넉히 제시하고, 장기 별거로 파탄이 고착된 사정을 정리해 접근했습니다. 이처럼 유책배우자의 이혼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전략과 준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영역입니다. 자신의 책임을 어떻게 정리하고 보완하느냐가 사건의 향방을 좌우한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도일석
도일석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도준 · 경기도 수원시
유책배우자 사건을 다루면서 느낀 점은, 예외 인정 여부가 결국 상대와 자녀에 대한 배려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장기 별거 사실만 믿고 준비 없이 소송에 들어가면 기각되는 경우가 많으니, 초기에 전략을 세우고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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