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파견 근로자 규모는 매년 꾸준히 유지되고 있고, 이 중 상당수가 동일 사업장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파견 근로자를 2년을 초과해 사용하면 사용사업주는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지게 되는데, 이 규정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계약을 연장하다가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이 의무는 사업주가 원하지 않아도, 계약서에 다른 문구를 넣어도 회피할 수 없습니다.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강행규정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견법 제6조의2는 명확합니다. 사용사업주가 파견 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계속 사용하는 경우, 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직접 고용'이란 파견업체를 거치지 않고 사용사업주가 직접 근로계약을 맺는 것을 말합니다.
핵심은 '2년 초과'라는 기준입니다. 2년까지는 파견 사용이 허용되지만, 하루라도 초과하면 그 순간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합니다. 여기서 실무자들이 자주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파견업체를 중간에 바꾸거나 잠깐 계약을 끊었다 다시 쓰는 식으로 기간을 리셋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업무 수행의 연속성이 인정되면 기간은 통산됩니다.
더 중요한 지점이 있습니다. 애초에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무에 파견을 쓰거나, 도급 계약을 맺어놓고 실제로는 파견처럼 운영한 경우, 이른바 '위장도급'에 해당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런 불법파견의 경우 2년이라는 기간을 기다릴 필요조차 없습니다. 파견법상 허용 업무가 아닌 곳에 파견을 사용했다면, 사용 개시 시점부터 곧바로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단입니다.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하는 대표 유형
· 파견 사용 기간이 2년을 초과한 경우
·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닌 곳에 파견을 사용한 경우
· 도급 형식이지만 실질은 파견인 위장도급의 경우
· 무허가 파견업체로부터 근로자를 공급받은 경우
도급과 파견의 구별은 실무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입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하는지, 근태를 관리하는지, 업무 배치를 결정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계약서에 '도급'이라고 써 있어도, 현장에서 원청이 지휘·명령을 행사했다면 파견으로 판단됩니다.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용사업주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업주에게 더 큰 부담이 되는 것은 근로자의 고용 청구입니다.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 근로자는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소송에서 승소하면 근로자는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고,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 차액까지 소급해서 청구할 수 있습니다. 파견 근로자와 사용사업주 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가 컸다면, 소급 금액은 상당한 규모가 됩니다.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근로조건입니다. 직접고용 시 근로조건은 사용사업주 사업장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근로자의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기존 파견 시절보다 낮은 조건으로 고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파견 사용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언제부터 파견을 사용했는지, 업무가 파견 허용 대상인지, 실제 운영이 도급 형식과 일치하는지를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도급 계약을 운영 중이라면, 현장에서 지휘·명령의 경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근무 기록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제부터 어느 사업장에서 무슨 업무를 했는지, 업무 지시를 누가 했는지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원청 관리자의 지시가 담긴 메신저 내용, 작업 지시서, 근태 관리 기록 등이 결정적 자료로 쓰입니다.
파견과 도급, 특수고용의 경계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고,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는 판단 경향은 앞으로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계약서 문구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실제 운영 방식이 법의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하는 시대입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