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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범죄 · 재산범죄(사기·절도·횡령·배임) 2026.10.02 조회 1

명의만 빌려줬는데 사기 공범? 명의대여 형사책임의 실제

김성관 변호사
법률사무소 화쟁 · 경기도 수원시

최근 상담 현장에서 부쩍 늘어난 사건 유형이 있습니다. 바로 지인이나 가족의 부탁으로 명의를 빌려줬다가 사기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입니다. "통장만 빌려줬을 뿐인데", "사업자등록만 내 이름으로 해줬을 뿐인데"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걱정되시는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명의 대여는 생각보다 무거운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명의를 빌려준 후 사기 사건에 가담하게 되었을 때의 형사책임에 대해, 실무에서 자주 마주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통장·계좌 명의 대여, 왜 처벌되는가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액은 매년 수천억 원 규모에 이르며, 이 범행의 상당수는 타인 명의 계좌를 통해 자금이 세탁됩니다. 그 과정에서 통장을 빌려준 사람들이 함께 입건되는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해주겠다", "세금 문제 때문에 계좌가 필요하다"는 말에 통장과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넘겼다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통장 양도)으로 처벌받는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 사기방조죄까지 적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 접근매체(통장·카드·비밀번호 등)를 양도·대여하면 그 자체만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사기방조 — 통장이 범죄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어렴풋이 짐작)했다면, 사기죄의 방조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명의 대여가 '공범'으로 평가되는 기준

많은 분들이 "나는 직접 돈을 받지도,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공범이냐"고 반문하십니다. 핵심은 고의(범죄에 대한 인식)의 유무입니다. 법원은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다음과 같은 정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를 꼼꼼히 따집니다.

1
대가 관계 —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금전이나 이익을 받았는지
2
정황 인식 — 상대방의 요구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는지 (예: 급여를 본인 명의 계좌로 받으라는 요구)
3
관여 정도 — 단순히 명의만 빌려줬는지, 아니면 자금 인출·전달 등에 직접 관여했는지

단순 과실로 통장을 넘긴 경우라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그칠 수 있지만, 범행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명의를 제공했거나 인출·송금에 적극 가담했다면 사기죄의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평가될 위험이 커집니다. 특히 대포통장을 여러 개 개설해 넘기거나, 현금 인출책 역할을 한 경우에는 고의가 비교적 쉽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업자 명의 대여와 대출사기 가담

통장뿐 아니라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주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세금 문제나 신용 문제로 자기 이름으로 사업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지인의 명의를 빌려 가게를 운영하는 식입니다. 이 경우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실제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그 사업이 허위 매출을 꾸며 대출을 받는 수단으로 쓰였다면 대출사기의 공범으로 조사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명의대여자는 사업과 관련된 세금, 채무, 임금 등에 대해서도 민사·행정상 책임을 질 수 있어 형사책임과 별개로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라는 생각이 통하지 않는 영역입니다.

법적 함의와 전망, 그리고 대응의 방향

최근 수사기관은 명의대여자에 대해서도 비교적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직적 사기 범죄가 늘면서, 범행의 통로가 된 명의 제공 행위 역시 중요한 수사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모든 명의대여가 곧바로 중한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범행을 인식했는지 여부가 결론을 크게 좌우합니다.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속아 명의를 넘긴 경우라면 고의가 부정되어 무혐의 또는 가벼운 처분으로 마무리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반대로, 조사 과정에서 진술이 오락가락하거나 불리한 정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단순 과실이 고의로 오해받아 공범으로 몰리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따라서 명의 대여와 관련해 경찰 연락을 받으셨다면, 당황해서 혼자 진술을 서두르기보다 사실관계를 차분히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언제,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명의를 빌려줬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시간 순으로 복기해 두면 방어의 토대가 됩니다. 카카오톡 대화나 문자 기록이 남아 있다면, 본인이 범행을 몰랐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명의를 빌려준 것은 가벼운 호의였을지 몰라도, 그로 인한 법적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초기에 적절히 대응한다면, 억울하게 공범으로 몰리는 일은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김성관
김성관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화쟁 · 경기도 수원시
명의대여 사건을 다루다 보면, 대부분 범행을 전혀 몰랐다가 통장 하나 때문에 공범으로 입건되신 분들입니다. 초기 진술이 고의 인정 여부를 가르는 만큼, 조사 전에 반드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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