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화성의 한 금속 가공 공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국적의 응우옌 씨(가명, 29세)는 E-9 비자(비전문취업 비자)로 입국해 2년 넘게 성실히 근무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사업주가 월급 지급을 미루기 시작했고, 넉 달이 지나자 밀린 임금이 약 940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응우옌 씨는 한국어가 서툴렀고, 무엇보다 "임금체불을 신고하면 혹시 비자가 취소되거나 추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실무에서 외국인 임금체불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걱정으로 신고를 미루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오늘은 응우옌 씨의 사례를 따라가며 외국인 근로자가 밀린 임금을 받아내는 절차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점은, 임금체불을 신고한다고 해서 체류자격(비자)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임금체불은 사업주의 잘못이지 근로자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체불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이는 본인의 귀책사유 없는 사업장 변경 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즉 신고가 체류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 행사로 보호받는 구조입니다.
근로기준법은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차별을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밀린 임금을 받을 권리는 내국인 근로자든 외국인 근로자든 동일하게 보장됩니다.
다만 응우옌 씨처럼 체류기간 만료가 가까운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임금체불 사건이 진행 중이라면 출입국·외국인청에 사건 진행 사실을 소명해 체류 연장을 신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류 문제와 임금 청구를 함께 챙겨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응우옌 씨가 밟은 절차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근로계약서, 급여 통장 입출금 내역, 출근 기록, 사업주와 주고받은 문자와 메신저 대화를 모았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계약서 자체가 없거나 모국어로만 된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통장 입금 내역과 동료의 진술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사업장을 관할하는 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접수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통역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한국어가 서툴러도 조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접수 비용은 들지 않습니다.
진정 접수 후 보통 2~4주 내에 근로감독관이 양측을 불러 조사를 진행합니다. 응우옌 씨의 경우 사업주가 체불 금액 일부를 다투었지만, 통장 내역과 근무 기록이 명확해 체불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체불이 확인되면 근로감독관은 사업주에게 지급을 지시합니다. 그럼에도 사업주가 임금을 주지 않으면 사건은 형사 절차로 넘어갑니다. 임금체불은 근로기준법 위반 범죄로, 체불 사업주는 형사처벌(벌금 또는 징역)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응우옌 씨의 사업주는 처음에는 버텼지만, 형사 입건 가능성이 현실화되자 밀린 임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실무에서 보면 형사 책임에 대한 압박이 실제 지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편 사업주가 폐업했거나 지급 능력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대지급금 제도(국가가 체불 임금을 대신 지급하고 사업주에게 구상하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도 요건을 갖추면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밀린 임금을 전혀 받을 길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응우옌 씨는 신고 후 약 두 달 만에 940만 원을 모두 돌려받았고, 체류자격에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었습니다. 임금체불을 당한 외국인 근로자라면, 두려움 때문에 권리를 포기하기보다 정확한 절차를 밟아 나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