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을 들었습니다. 경기도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7년째 조립 라인에서 일해온 40대 근로자 한 분이 상담을 요청하셨습니다. 서류상 소속은 하청업체였지만, 실제로는 원청 공장의 라인에서 원청 직원과 나란히 앉아 같은 설비로 같은 작업을 반복해왔다고 했습니다. 원청 반장이 직접 작업 지시를 내리고, 근무 시간과 휴게 시간도 원청 일정표를 따랐다는 것입니다. 이분이 물으신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적법한 도급과 위장된 파견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약서에 '도급계약'이라고 적혀 있어도 그것만으로 적법한 도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과 노동 당국은 계약서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 근무 형태의 실질을 보고 판단합니다.
핵심은 '누가 지휘·명령했는가'입니다. 하청업체가 독립적으로 자기 근로자를 지휘하며 일을 완성했다면 적법한 도급입니다. 반면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고 사실상 자기 직원처럼 부렸다면, 이는 형식만 도급일 뿐 실질은 '파견'(다른 회사가 고용한 근로자를 받아 쓰는 것)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처럼 파견이 금지된 업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불법파견'이 됩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대한 근로자 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파견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2년을 초과해 사용하면 원청이 해당 근로자를 직접고용해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
그렇다면 적법한 도급인지 위장 파견인지는 어떻게 가릴까요.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따집니다.
이 중 어느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요소를 모아놓고 봤을 때 '사실상 원청의 지휘·명령 아래 종속되어 일했다'고 평가되면 불법파견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자동차 부품 공장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경우 (1)원청 반장이 직접 작업을 지시했고 (2)원청 라인에서 원청 설비로 일했으며 (3)원청 직원과 혼재되어 동일 공정을 수행했고 (4)근무·휴게 시간도 원청 일정을 따랐습니다. 게다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위장 도급으로 판단될 여지가 상당합니다.
다만 모든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인 것은 아닙니다. 하청업체가 독립된 사업 조직을 갖추고, 자기 관리자를 통해 소속 근로자를 지휘하며, 전문 기술로 업무를 완성한다면 적법한 도급으로 인정됩니다. 예컨대 공장 내 특정 설비의 유지보수를 전문 업체가 자체 인력과 판단으로 수행하는 형태는 적법한 도급에 가깝습니다.
또한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막연히 '오래 일했으니 당연히 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불법파견 판단은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크게 좌우됩니다. 같은 공장에서도 공정과 근무 형태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증거 확보가 중요합니다. 원청의 작업 지시 내용(카카오톡, 작업지시서, 조회 기록), 근무 일정표, 원청 직원과의 혼재 작업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조직도, 급여·근태 관리 주체를 알 수 있는 자료 등을 평소에 모아두시는 것이 실질 판단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