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택 임대차에서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진 뒤, 집주인이 갑자기 퇴거를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전세나 월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과 임차인 모두 아무 말이 없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는 경우를 '묵시적 갱신'이라고 합니다. 이때 집주인이 뒤늦게 '나가달라'고 하면 임차인은 반드시 응해야 하는지, 구체적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가상 사례]
경기도 수원시에서 보증금 2억 원에 전세로 거주하던 직장인 김정훈(38세) 씨의 이야기입니다. 2년 계약 만료일은 3월 말이었는데, 집주인 박모 씨는 만료 2개월 전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김 씨 역시 별다른 통보를 하지 않아 계약은 묵시적으로 갱신되었습니다. 그런데 갱신 후 두 달이 지난 5월, 집주인이 '아들이 들어와 살아야 하니 두 달 안에 비워달라'며 퇴거를 요구해 왔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따르면, 임대인(집주인)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사이에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을 통지하지 않으면, 기존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봅니다. 임차인(세입자) 역시 만료 2개월 전까지 별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마찬가지입니다.
김 씨의 사례에서 집주인은 만료 2개월 전까지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계약은 자동으로 2년 더 갱신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갱신된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간주됩니다.
핵심 포인트
묵시적 갱신이 성립하면, 집주인은 '아들이 들어온다'는 등의 개인 사정을 이유로 임차인에게 퇴거를 강제할 수 없습니다. 갱신된 계약도 정식 계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묵시적 갱신이 성립한 이상 집주인이 갱신 기간 도중에 일방적으로 퇴거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한 번 갱신된 계약은 새로운 2년 계약과 같으므로,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그 기간 동안 거주할 권리가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묵시적 갱신에서는 임차인에게만 중도 해지권이 인정됩니다. 즉, 임차인은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그 통지가 집주인에게 도달한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반대로 집주인에게는 이런 중도 해지권이 없습니다.
따라서 김 씨는 집주인의 퇴거 요구를 거절할 수 있으며, 계속 거주하겠다고 명확히 밝히면 됩니다. 집주인이 '아들이 실거주한다'는 이유를 들더라도, 이는 계약갱신요구권 거절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지 이미 성립한 묵시적 갱신을 뒤집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집주인의 강한 퇴거 요구에 당황해 계약 관계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이사를 결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음 단계에 따라 차분히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갱신 성립 여부 확인 — 집주인이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서면·문자·통화 등으로 갱신 거절 통지를 했는지 점검합니다. 통지 기록이 없으면 묵시적 갱신이 성립한 것입니다.
거주 의사 명확히 통보 — 계속 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내용증명이나 문자 등 증거가 남는 방식으로 집주인에게 전달합니다. 구두로만 주고받으면 나중에 분쟁의 소지가 됩니다.
퇴거 압박 대응 — 집주인이 명도(퇴거)를 강행하려 해도, 임차권이 유지되는 한 임차인을 강제로 내보낼 수 없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면 더더욱 함부로 집을 비워서는 안 됩니다.
만약 집주인과 원만한 합의로 일찍 나가기로 했다면, 이사비·중개수수료 등 조건을 서면 합의서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반대로 끝까지 거주를 원한다면, 묵시적 갱신의 법적 효력을 근거로 당당히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