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동창업 과정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창업자 겸업금지 약정의 설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 단계에 들어서면 투자자는 거의 예외 없이 창업자가 회사 업무에 전념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때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겸업금지(회사 외부에서 다른 영리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정)와 전업의무 조항입니다. 구체적인 가상 사례를 통해 어떤 쟁점이 발생하고,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단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IT 플랫폼 스타트업 '모빌라이즈'를 공동 창업한 34세 개발자 김성호 씨(지분 40%)와 32세 마케터 이지원 씨(지분 30%)는 설립 1년 만에 시리즈 A 투자(12억 원)를 유치했습니다. 투자 계약서에는 '창업자는 재직 중 회사와 경쟁하거나 유사한 사업을 영위할 수 없으며, 퇴사 후 2년간 동종업계 창업 및 취업을 금지한다'는 겸업·경업금지 조항이 포함되었습니다. 그런데 투자 후 8개월이 지나 김성호 씨가 주말마다 외주 개발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투자자와 공동창업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재직 중 겸업금지는 비교적 폭넓게 인정됩니다. 창업자는 회사에 대해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부담하므로, 회사와 이해가 충돌하는 영리활동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상법 제397조는 이사의 경업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창업자가 등기이사라면 이사회 승인 없이 동종영업을 하는 것 자체가 법률상 금지됩니다.
다만 사례의 김성호 씨처럼 주말 외주 개발을 하는 경우, 이것이 약정 위반인지는 조항의 문언에 달려 있습니다. '경쟁하거나 유사한 사업'이라는 표현만 있다면, 회사 사업(플랫폼)과 무관한 단순 외주 개발은 경쟁행위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런 해석 다툼을 막기 위해 금지 범위를 명확히 규정합니다.
문제는 퇴사 후 경업금지입니다. 사례의 '퇴사 후 2년간 동종업계 창업·취업 금지'와 같은 조항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어, 무조건 유효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할 때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특히 아무런 대가(보상)도 없이 2년이라는 장기간, 동종업계 전부를 금지하는 조항은 그 효력이 일부 또는 전부 부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창업자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투자금을 배분받았다면, 그 자체가 경업금지에 대한 대가로 평가될 여지가 있어 유효성이 높아집니다. 사례의 김성호 씨는 지분 40%에 투자금 유입이라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이 부분이 유효성 판단에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약정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위반 시 강제할 수단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겸업금지 위반에 대한 제재를 지분 구조와 연계해 설계합니다. 이는 손해배상 청구보다 훨씬 강력하고 실효적인 장치입니다.
사례에서 만약 주주간계약에 리버스 베스팅과 콜옵션이 설계되어 있었다면, 투자자와 공동창업자는 김성호 씨의 겸업 사실만으로도 지분 조정이라는 강력한 레버리지를 가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이런 장치가 없다면, 겸업금지 위반을 입증하더라도 실제 구제까지는 긴 소송을 거쳐야 합니다.
정리하면, 창업자 겸업금지 약정은 세 층위로 나누어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첫째, 재직 중에는 전업의무와 경업금지를 명확히 규정하되 예외적 외부활동의 사전승인 절차를 둡니다. 둘째, 퇴사 후 경업금지는 기간과 지역, 직종 범위를 합리적으로 좁히고 지분·보상이라는 대가 관계를 문서에 명시해 유효성을 확보합니다. 셋째, 위반 시 제재를 지분 구조와 연계해 실효성을 담보합니다.
겸업금지 조항은 창업 초기에는 사소해 보이지만, 공동창업자가 이탈하거나 투자자와 갈등이 생겼을 때 회사의 존립을 좌우하는 핵심 조항으로 작동합니다. 창업 설계 단계에서 각 조항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도록 정교하게 다듬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