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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결정적 증거가 감정 결과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DNA 감정, 필적 감정, 혈중알코올농도 역추산, 정신감정 등은 전문가가 작성한 자료라는 이유로 법정에서 상당한 무게를 갖습니다. 그러나 감정 결과가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며, 절차적·방법적 하자가 있다면 탄핵(증거의 신빙성을 다투는 것)이 가능합니다. 감정을 신청하거나 상대방의 감정 결과를 다투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감정은 재판부가 판단하기 어려운 전문적 사실을 밝히기 위한 절차입니다. 무엇을 입증하려는지 쟁점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신청하면 채택되기 어렵습니다. 어떤 사실을, 어떤 감정 방법으로, 왜 밝혀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재판부의 채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감정 결과의 신빙성은 감정인의 전문성에 좌우됩니다. 감정인이 해당 분야의 자격·경력을 갖추었는지, 일방 당사자와 이해관계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수사기관이 의뢰한 감정의 경우, 감정인의 소속과 중립성이 탄핵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의 정확성은 감정 대상물이 오염·변질되지 않았다는 전제 위에 성립합니다. 증거물 채취 시점, 보관 방법, 이동 경로(연계보관, 이른바 체인 오브 커스터디)에 공백이 있다면 결과 자체의 신뢰성이 흔들립니다. 대상물의 동일성과 무결성이 담보되지 않은 감정은 유력한 탄핵 사유가 됩니다.
사용된 감정 기법이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검증된 방법인지 살펴야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분석 방법이나 오차 범위가 큰 기법을 사용했다면 결과의 증명력은 떨어집니다. 혈중알코올농도 역추산처럼 전제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감정은 그 전제의 타당성을 집중적으로 다툴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서는 분석 자료와 결론 사이에 논리적 비약이 없어야 합니다. 데이터는 애매한데 결론만 단정적이거나, 추정에 불과한 내용을 확정적으로 기재한 경우 탄핵 여지가 있습니다. 감정서 자체의 내적 정합성을 꼼꼼히 분석하는 것이 효과적인 반박의 핵심입니다.
서면 감정서의 모순이나 한계는 감정인을 법정에 불러 직접 질문함으로써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인 신문을 통해 오차 범위, 사용 기법의 한계, 다른 결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감정인 신문은 탄핵의 가장 실질적인 수단이므로 필요한 경우 적극 신청해야 합니다.
기존 감정 결과에 중대한 의문이 있다면 법원에 재감정을 신청하거나, 별도로 전문가의 의견서(사감정)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상반된 전문가 의견이 제시되면 재판부가 기존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집니다. 반대 감정 자료의 확보는 감정 결과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하는 강력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