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족·이혼·상속 상속 분쟁(유언·유류분·상속재산분할)
가족·이혼·상속 · 상속 분쟁(유언·유류분·상속재산분할) 2026.03.27 조회 25

유언 대용 신탁이란? 실제 사례로 본 상속 분쟁 예방 효과

윤승환 변호사
법무법인율인 · 경상남도 김해시

결론부터 말하면, 유언 대용 신탁은 살아 있을 때 재산을 신탁회사에 맡기고, 사망 시 미리 정해둔 수익자에게 재산이 넘어가도록 설계하는 제도입니다. 유언장 없이도 상속 방향을 확정할 수 있고, 유언 무효 분쟁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서 급속히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유언 대용 신탁의 법적 쟁점을 명확히 짚어보겠습니다.

[사례 개요]

서울 강남에서 30년간 건물 3채를 운영해 온 72세 C씨(자산 약 38억 원). 자녀는 장남 D(47세, 사업가), 차남 E(44세, 의사), 딸 F(40세, 전업주부) 세 명이다. C씨는 본인 사후 장남 D에게 핵심 수익형 건물 1채(시가 18억 원)를 물려주고, 나머지 재산은 세 자녀에게 고르게 배분하고 싶었다. 2022년 C씨는 K은행 신탁부서와 유언 대용 신탁 계약을 체결하고, 건물 1채의 소유권을 K은행 앞으로 이전했다. 위탁자 겸 1차 수익자는 C씨 본인, 사망 시 2차 수익자는 장남 D로 지정했다. 그런데 2024년 C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차남 E와 딸 F가 "신탁 계약이 자신들의 유류분을 침해한다"며 분쟁이 시작됐다.

쟁점 1: 유언 대용 신탁은 유언과 어떻게 다른가

핵심만 짚겠습니다. 유언은 민법이 정한 5가지 엄격한 방식(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을 지켜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반면 유언 대용 신탁은 신탁법 제59조에 근거하여, 위탁자가 생전에 수탁자(신탁회사)와 계약을 맺는 방식이므로 유언의 방식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유언

  • 민법 제1065~1070조 방식 준수 필수
  • 방식 하자 시 무효 위험 높음
  • 사망 후 즉시 효력 발생
  • 검인 절차 필요(자필증서 등)

유언 대용 신탁

  • 신탁법 제59조 기반, 계약 방식
  • 생전 계약이므로 방식 무효 리스크 낮음
  • 생전에도 수익 향유 가능
  • 검인 절차 불필요, 즉시 집행

C씨 사례에서 차남 E는 "아버지가 치매 초기였으므로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C씨는 신탁 계약 체결 당시 K은행이 요구한 의사능력 확인 절차(전문의 소견서, 상담 영상기록)를 모두 갖춰두었습니다. 이 부분이 유언 대용 신탁의 실무적 장점입니다. 금융기관이 체결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기 때문에, 나중에 의사능력 분쟁에서 유언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쟁점 2: 유언 대용 신탁과 유류분 반환 청구

가장 뜨거운 법적 쟁점입니다. 현행법상 유류분 제도(민법 제1112조~)는 "유증 또는 증여"를 대상으로 합니다. 문제는 유언 대용 신탁이 유증도, 증여도 아닌 "신탁 계약"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법원의 입장 (실무 흐름)

아직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급심과 학계에서는 두 가지 시각이 대립합니다.

- 긍정설: 유언 대용 신탁도 실질적으로 사인처분(사망을 원인으로 한 재산 이전)이므로, 유류분 반환 대상에 포함된다.

- 부정설: 신탁 재산은 이미 수탁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상태이므로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고, 유류분 산정 기초에서 제외된다.

C씨 사례로 돌아가 봅시다. 건물 18억 원은 이미 K은행 명의로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차남 E와 딸 F의 법정 유류분은 각각 상속재산의 1/6입니다(법정상속분 1/3의 1/2). 만약 신탁 재산 18억 원이 유류분 산정 기초에 포함된다면, 두 사람은 각각 약 6.3억 원의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게 됩니다(총 상속재산 38억 원 기준).

실무적으로 중요한 점은 이렇습니다. 법원이 긍정설을 취하더라도, 신탁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류분을 침해하는 범위 내에서만 반환 의무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장남 D가 건물 전부를 잃는 것이 아니라, 유류분 침해액에 해당하는 금전을 보전해주면 됩니다.

쟁점 3: 신탁 설계 시 유류분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

C씨 사례에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유류분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설계를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활용되는 구체적 전략을 정리합니다.

1
수익자 다변화 설계 신탁 재산의 수익권을 장남에게 집중하지 않고, 다른 상속인에게도 일정 비율의 수익권을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건물 임대수익의 30%를 차남과 딸에게 배분하는 조건을 넣으면, 유류분 침해 범위가 크게 줄어듭니다.
2
유류분 상당액 사전 보전 신탁 외 나머지 재산(20억 원)을 차남과 딸에게 유류분 이상으로 배분하는 별도 유언이나 생전 증여를 병행합니다. 유류분은 최소한의 권리이므로, 이를 충족시키면 신탁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집니다.
3
단계적 지급 구조 활용 사망 직후 일시에 전 재산을 이전하지 않고, 5~10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도록 설계합니다. 수익자가 재산을 탕진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고, 다른 상속인의 반발도 완화됩니다. 실무에서 신탁보수 연 0.3~1.0% 수준이 발생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유언 대용 신탁의 비용과 실무 절차

비용부터 짚겠습니다. 금융기관별로 다르지만, 통상적인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설정 수수료: 신탁 재산 평가액의 0.1~0.3% (18억 원 기준 약 180~540만 원)

연간 신탁보수: 재산 평가액의 0.3~1.0% (연 540~1,800만 원)

부동산 신탁 시: 소유권 이전 등기비용(취득세 면제 대상이지만, 등록면허세 및 법무사 비용 별도)

소요기간: 상담부터 계약 체결까지 통상 2~4주, 부동산 등기 포함 시 4~6주

절차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금융기관 신탁부서 상담 후 신탁 목적과 수익자를 확정하고, 신탁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부동산의 경우 수탁자(은행)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면 효력이 발생합니다. 위탁자인 본인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수익을 그대로 받으며, 언제든 신탁 내용을 변경하거나 해지할 수 있습니다(계약에서 별도 제한을 두지 않는 한).

실무에서 자주 간과되는 사항이 있습니다. 유언 대용 신탁을 체결했더라도, 상속세는 동일하게 부과됩니다. 신탁 재산이라고 해서 상속세가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9조의2는 신탁 이익을 상속재산으로 보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절세 목적이라면 별도의 세무 설계가 필요합니다.

C씨 사례의 결론을 정리합니다. 유언 대용 신탁 자체는 유효하게 성립했고, 장남 D는 건물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차남 E와 딸 F의 유류분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D는 유류분 침해액에 해당하는 금전 보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 C씨가 생전에 다른 재산으로 유류분을 충족시키는 설계를 병행했다면, 이 분쟁 자체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유언 대용 신탁은 분명히 강력한 상속 설계 도구입니다. 그러나 유류분 제도와의 관계가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만큼, 신탁 설계 단계에서부터 유류분 리스크를 반영한 종합적 계획이 필수입니다.

윤승환
윤승환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율인 · 경상남도 김해시
유언 대용 신탁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신탁만 하면 유류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는 신탁 설계와 유류분 대비를 동시에 진행해야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자산 규모와 가족 관계에 따라 최적의 구조가 달라지므로, 구체적 상황을 전문가와 함께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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