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계약서에는 분명 '사업자'로 기재되어 있는데, 실제 일하는 방식은 직원과 다르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른바 개인사업자와 근로자의 중첩 지위 문제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사업소득세(3.3%)를 떼고 보수를 받아 왔던 분들이 퇴직금이나 부당해고를 다투는 과정에서 자신이 과연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 문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례
35세 김모씨는 수도권의 한 인테리어 업체에서 '현장 시공 실장'으로 3년간 근무했습니다. 업체와는 근로계약서가 아닌 '시공 용역 도급 계약서'를 작성했고, 매월 보수에서 3.3%를 공제받았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일 오전 8시 사무실로 출근해 대표의 지시에 따라 현장에 배치되었고, 월 고정급 420만 원을 받았으며, 다른 업체 일은 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대표가 "이번 달까지만 나오라"고 통보하자 김씨는 부당해고와 퇴직금을 주장했습니다. 업체는 "김씨는 개인사업자이지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맞섰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근로자성 판단은 계약서의 명칭이나 사업자등록 여부가 아니라 실제 근무 실태(실질)를 기준으로 합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며, 판례는 이를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김씨가 도급계약서를 작성했고 사업소득세를 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외형은 사용자가 사회보험료 부담 등을 피하기 위해 형성한 것일 수 있으므로, 판단 과정에서 비중이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 징표
위 징표를 김씨 사례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김씨는 ①매일 정해진 시각에 출근했고, ②대표의 지시에 따라 현장에 배치되어 업무를 수행했으며, ③실적과 무관하게 매월 고정급을 받았고, ④다른 업체 일을 할 수 없는 전속적 지위에 있었습니다. 업무에 필요한 장비 역시 상당 부분 회사가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은 모두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을 뒷받침하는 요소입니다. 반면 '개인사업자'로 보이게 하는 요소는 계약서 명칭과 3.3% 공제뿐인데, 이는 앞서 설명했듯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 판단하면, 김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그 효과는 적지 않습니다. 계속근로기간 1년 이상이므로 퇴직금 청구권이 발생하고,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가능합니다. 또한 연차휴가수당, 연장·야간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소급하여 주장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안이 김씨처럼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사람이 사업자적 성격과 근로자적 성격을 동시에 갖는 경우, 전체 기간이나 전체 업무 중 일부에 대해서만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예컨대 초기에는 독립적 외주 형태로 일하다가 점차 회사에 편입되어 지휘·감독이 강화된 경우, 그 전환 시점 이후의 기간만 근로자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나 노무제공자처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일부 사회보험의 보호 대상이 되는 중간 영역도 존재합니다. 자신의 지위가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실관계를 종합해 따져야 합니다.
지위 판단을 위해 미리 확보할 자료
출퇴근 기록, 업무 지시 카카오톡·이메일, 월별 보수 내역과 입금 통장, 근무표·배치표, 회사 명함이나 사내 호칭 자료 등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이러한 자료는 재직 중에 확보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정리하면, 계약서에 '사업자'로 되어 있더라도 실제 근무 방식이 종속적이라면 근로자로 인정받아 퇴직금과 각종 수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외형과 실질이 모두 독립적이라면 근로자성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근무 실태를 객관적 자료로 정리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