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화성에서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대표 김모(52) 씨는 베트남에 소재한 거래처 B사에 약 8억 원 상당의 부품을 공급했습니다. 그런데 B사는 대금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결국 연락을 끊었습니다. 김 대표는 국내 법원에서 승소 판결까지 받았지만, 정작 돈을 받을 길이 보이지 않아 저를 찾아왔습니다. 오늘은 김 대표의 사례를 통해 해외 기업 자산 가압류의 실무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 채권자: 국내 부품 제조사 대표 김씨(52세, 경기 화성)
· 채무자: 베트남 소재 거래처 B사
· 미수금: 약 8억 원 (부품 공급 대금)
· 상황: 국내 승소 판결 확보, 그러나 채무자 자산은 해외 소재
김 대표가 가장 먼저 물은 것은 간단했습니다. "판결문이 있는데 왜 돈을 못 받습니까?"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판결은 권리를 확정해 줄 뿐, 실제 돈을 받으려면 채무자의 재산을 찾아 집행(강제로 돈을 받아내는 절차)해야 합니다. 그 재산이 해외에 있다면 이야기는 훨씬 복잡해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내 법원 판결문을 들고 베트남으로 간다고 해서 곧바로 B사의 재산을 압류할 수는 없습니다. 판결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그 나라 안에서만 미치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판결을 집행하려면 해당 국가 법원으로부터 외국판결의 승인 및 집행판결(그 나라에서 우리 판결을 인정하고 집행을 허가하는 절차)을 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은 국가마다 요건이 크게 다릅니다. 상호보증(서로 상대국 판결을 인정해 주는 관계)이 있는지, 송달이 적법했는지, 공서양속(그 나라의 기본적 법질서)에 반하지 않는지 등을 심사합니다.
실무 포인트
국내 판결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사안에 따라 처음부터 채무자 소재국 법원에 직접 소송을 제기하거나, 분쟁 계약에 중재 조항이 있다면 국제중재를 활용하는 편이 집행 단계에서 훨씬 유리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의 사건에서 제가 가장 강조한 것은 속도였습니다. 집행판결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그사이 B사가 재산을 빼돌리면 승소하고도 받을 돈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가압류(판결 전에 미리 채무자 재산을 묶어두는 보전처분)입니다. 채무자 재산이 해외에 있다면, 그 재산이 소재한 국가 법원에 보전처분을 신청해야 합니다. 다행히 B사는 한국 내 거래처로부터 받을 매출채권이 일부 있었고, 국내 은행 계좌에 소액이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먼저 이 국내 자산에 대해 신속히 가압류를 진행했습니다.
조사 결과, B사는 국내 다른 거래처 C사로부터 받을 물품대금 약 2억 3천만 원이 있었습니다. 이 채권에 대한 가압류가 받아들여지면서, 협상의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 자산에 대한 가압류는 현지 변호사와의 공조가 필수입니다. 국가마다 보전처분의 명칭과 요건이 다르고, 신청 시 피보전권리(지켜야 할 채권)와 보전의 필요성을 소명해야 합니다. 일부 국가는 담보 공탁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김 대표의 사건을 정리하면서 세운 전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특히 세 번째 단계에서 국제중재의 장점이 돋보입니다. 160개가 넘는 국가가 가입한 뉴욕협약 덕분에, 중재판정은 외국 법원 판결보다 해외에서 집행하기가 훨씬 수월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단계부터 중재 조항을 넣어두는 것이 분쟁 발생 시 결정적 차이를 만듭니다.
김 대표의 사건은 국내 매출채권 가압류를 통해 협상의 주도권을 잡은 뒤, 상당 부분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외 기업과의 거래에서 핵심은 분쟁이 터진 다음이 아니라, 거래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집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