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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계약 · 국제거래·국제중재·판결집행 2026.05.02 조회 36

국제 기술이전 수출통제, 계약 전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 이유

서창완 변호사
법무법인 명륜 강남분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얼마 전 한 중견 제조기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동남아시아 현지법인에 핵심 생산공정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막상 이전 단계에서 수출통제 규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고 당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약금은 이미 지급했고, 현지 설비 투자도 진행 중인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례는 결코 특수한 경우가 아닙니다. 국제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기업 가운데 수출통제 검토를 계약 체결 이전에 완료하는 비율은 생각보다 낮습니다. 물건을 실어 보내는 유형 수출과 달리, 기술 데이터나 노하우의 이전은 '무형 수출'에 해당하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라는 인식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이전이 '수출'이 되는 순간

대외무역법과 전략물자수출입고시는 물품뿐 아니라 기술(소프트웨어 포함)의 국외 이전도 '수출'로 봅니다. 여기서 핵심은 전략물자 기술목록(Strategic Items List)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목록에 포함된 기술을 허가 없이 이전하면 형사 처벌(7년 이하 징역, 해당 물품 가액의 5배 이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무형 기술이전의 대표적 형태

- 설계도면, 제조 매뉴얼의 이메일 전송

- 현지 엔지니어 대상 기술교육 실시

- 클라우드 서버를 통한 기술 데이터 공유

- 공동 R&D 과정에서의 기술 공개

주의할 점은 물리적 매체 없이 구두 설명이나 화상회의만으로도 기술이전이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해외 파트너 엔지니어에게 화면을 공유하며 공정 파라미터를 설명하는 행위 자체가 수출통제 심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EAR과 이중 규제의 함정

한국 기업이 간과하기 쉬운 또 하나의 층위는 미국 수출관리규정(EAR, 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의 역외 적용 문제입니다. 이전하려는 기술에 미국산 장비로 생산된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거나, 미국산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개발된 설계 자료가 있다면, 한국 기업 간 거래라 하더라도 EAR의 규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의 수출통제가 빠르게 강화되고 있습니다. 2024년에도 관련 규칙이 수차례 개정되었고, 통제 대상 기술의 범위와 대상 국가가 계속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한국 대외무역법만 검토해서는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한국 규제 대외무역법,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기반. 산업통상자원부 전략물자관리원(KOSTI)에서 사전 판정 가능. 소요기간 약 15영업일.
미국 규제 EAR 기반, BIS(산업안보국) 관할. 미국산 기술 포함 여부에 따라 역외 적용. Entity List 해당 기업 거래 시 별도 허가 필요.

계약서에 반영해야 할 수출통제 조항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때, 수출통제 관련 조항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실무상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누락할 경우 이전 불가 사유 발생 시 계약 위반 책임이 기술 제공자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권장하는 핵심 계약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출통제 준수 의무 조항 : 양 당사자가 관련국 수출통제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합니다.
  • 허가 취득 선행조건 조항 : 필요한 수출허가가 취득되지 않을 경우 기술이전 의무가 면제되거나 계약이 해제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합니다.
  • 최종 사용자 및 최종 용도 보증 조항 : 기술 수령자가 해당 기술을 군사적 용도나 제3국 재이전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보증을 합니다.
  • 규제 변경 시 조정 조항 : 계약 기간 중 수출통제 규정이 변경되어 이전이 불가능해질 경우의 처리 방안을 미리 정합니다.

특히 장기 기술 라이선스 계약이나 합작투자(JV) 형태의 기술 공유에서는 규제 변경 리스크가 상당하므로, 계약 체결 시점에서 이러한 조항의 정밀한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사전 검토 프로세스의 실제

수출통제 검토는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는 자가 판정(Self-Classification)입니다. 이전 대상 기술이 전략물자 기술목록에 해당하는지를 기업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단계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술 담당 엔지니어와 법률 담당자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기술적 사양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판정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사전 판정 신청입니다. 자가 판정으로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 전략물자관리원에 공식 사전 판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판정 결과는 법적 효력을 가지며, 해당 없음 판정을 받으면 수출허가 없이 이전이 가능합니다. 통상 15영업일이 소요되나, 기술 내용이 복잡한 경우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수출허가 신청입니다. 전략물자에 해당한다는 판정이 나온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출허가를 신청해야 합니다. 이전 대상국, 최종 사용자, 최종 용도에 따라 심사 난이도와 소요 기간이 달라집니다. 허가 취득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사례도 있으므로, 프로젝트 일정에 반드시 반영해야 합니다.


기업이 놓치기 쉬운 세 가지 리스크

첫째, 캐치올(Catch-all) 규정의 존재입니다. 기술목록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출허가가 필요합니다. 이전 대상 기업이 위치한 국가와 해당 기업의 과거 이력이 심사에서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둘째, 기술 범위의 확대 해석입니다. 계약 초기에는 비전략 기술만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추가 기술 자료 요청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때 추가 이전되는 기술이 전략물자에 해당할 가능성을 매번 재검토해야 합니다.

셋째, 인적 이동을 통한 기술이전입니다. 외국 국적 엔지니어를 국내 연구소에 초청하여 교육하는 경우에도, 해당 기술이 전략물자에 해당한다면 '간주 수출'(Deemed Export)로 보아 허가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한국보다 미국 EAR에서 더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출통제는 단순한 통상 규제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의 핵심 영역이 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도 2025년 전략물자 관리 체계 고도화를 추진 중이고, 기업의 자체 수출통제 내부준수 프로그램(ICP, Internal Compliance Program) 구축이 사실상 의무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기업의 경우, 다행히 사전 판정 결과 해당 기술이 전략물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어 큰 손실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전략물자에 해당했다면, 이미 투입된 수억 원의 설비 투자와 계약 이행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가 동시에 발생했을 것입니다. 국제 기술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수출통제 검토를 완료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리스크 관리입니다.

서창완
서창완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명륜 강남분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국제 기술이전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대부분의 분쟁이 계약 체결 이전 단계의 수출통제 검토 누락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 EAR의 역외 적용 문제는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므로, 이전 대상 기술의 원산지와 구성 요소를 면밀히 분석한 후 계약을 진행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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