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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재산범죄(사기·절도·횡령·배임)
형사범죄 · 재산범죄(사기·절도·횡령·배임) 2026.03.30 조회 0

전세사기 형사고소, 사기죄 성립 요건과 실무 쟁점 사례분석

조희경 변호사
법무법인 솔 · 서울특별시 서초구

오늘은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을 때 형사고소를 통해 사기죄 성립을 주장하기 위한 법적 요건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분석해 보겠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모든 경우가 사기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347조에서 규정하는 사기죄가 인정되려면 반드시 충족해야 할 핵심 요건이 있으며, 실무에서는 이 요건의 입증 여부가 고소 성패를 좌우합니다.


사례 개요: A씨의 전세보증금 반환 불능 사건

피해자 A씨(34세, 직장인) - 인천 부평구 소재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2억 4,000만 원을 지급하고 2년 계약 체결
피고소인 B씨(52세, 다주택 임대업자) - 해당 아파트 외 7채를 소유하며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를 반복

A씨는 2022년 3월 B씨 소유 아파트에 입주했습니다.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상 근저당 설정액은 1억 2,000만 원이었고, B씨는 "만기 때 반드시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 3월 계약 만기 시점, B씨는 이미 다른 물건에서 발생한 손실로 자력이 완전히 고갈된 상태였습니다. A씨가 조사한 결과, B씨는 계약 체결 직전인 2022년 2월에도 기존 세입자 3명에 대한 보증금 반환을 이행하지 못해 소송이 진행 중이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A씨가 형사고소를 하려면, B씨가 계약 당시에 이미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돈을 돌려주지 못한 결과'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쟁점 1: 기망행위(속이는 행위)가 있었는가

사기죄의 첫째 요건은 기망행위, 즉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입니다. 전세사기에서 기망행위는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납니다.

  • 근저당 설정액, 선순위 채권 등 물건의 권리관계를 축소하거나 은폐한 경우
  • 이미 다른 세입자에게 보증금 반환을 하지 못하고 있는 재정 상태를 숨긴 경우
  • 매매 계약이 진행 중이거나 경매 위험이 있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경우
  • 실제 소유자가 아닌 자가 소유자를 사칭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

본 사례에서 B씨는 계약 당시 이미 3명의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A씨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소극적 기망(알려야 할 사실을 고의로 숨기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B씨가 계약 시점에 자신의 채무 상태와 보증금 반환 불능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숨겼는지를 핵심적으로 살펴봅니다.

쟁점 2: 편취의 고의, 즉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는가

사기죄에서 가장 입증이 어렵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요건이 바로 편취의 고의(불법영득의사)입니다. 쉽게 말하면, B씨가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 이미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지 여부입니다.

실무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은 편취 고의를 판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간접사실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1
계약 당시 재산 상태 B씨가 보유한 부동산의 총 채무액이 시가를 초과하는 '깡통주택' 상태였는지, 유동 자산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2
보증금의 사용처 A씨로부터 받은 2억 4,000만 원을 다른 물건의 이자 상환이나 생활비 등 본래 목적과 무관한 곳에 사용했다면 고의 인정에 유리한 정황이 됩니다.
3
유사 피해의 반복 여부 B씨가 여러 세입자에게 동일한 패턴으로 보증금을 받고 반환하지 못한 전력이 있다면, 이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사기의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반환 노력 유무 만기 도래 전 대환대출 시도, 매수인 물색 등 보증금 반환을 위한 구체적 노력이 있었는지도 판단 기준이 됩니다. 아무런 노력 없이 잠적했다면 고의가 더욱 강하게 추정됩니다.

본 사례에서는 B씨가 기존 세입자 3명에 대한 반환 불이행 상태에서 A씨와 새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다른 부채 상환에 사용한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정황은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반환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편취 고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쟁점 3: 단순 채무불이행과 사기죄의 경계

전세보증금 분쟁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투어지는 부분입니다.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해도 "이건 민사 문제입니다"라는 답변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단순 채무불이행(민사 영역)사기(형사 영역)의 구분이 실무상 매우 엄격하기 때문입니다.

핵심 기준은 '계약 당시의 의사'입니다. 계약 체결 시점에는 진정으로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으나, 이후 경제 사정 악화 등으로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면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합니다. 반면 계약 시점부터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형사상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실무에서 이 판단을 위해 중점적으로 살피는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계약 전 재정 상태: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는지 여부
  • 계약 전후 재산 처분: 계약 직후 부동산을 급매하거나 재산을 은닉했는지
  • 임대인의 직업과 수입원: 전세보증금 외 별도 수입이 있었는지
  • 피해자 수와 피해 규모: 단일 건인지, 다수의 세입자에게 반복적으로 발생했는지
  • 잠적 또는 연락두절: 만기 후 임대인이 연락을 회피하거나 소재불명인지

B씨의 경우 계약 체결 전부터 채무초과 상태였고, 여러 세입자에게 동일 패턴이 반복되었으며, 만기 후 연락을 회피한 정황까지 있으므로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사안으로 평가됩니다.

형사고소 시 실무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

전세사기 형사고소의 성패는 고소장 작성 단계에서의 증거 확보와 논리 구성에 크게 좌우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핵심 준비 사항을 정리합니다.

첫째, 계약 당시의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부동산 시세 자료를 확보하십시오. 계약 시점에 해당 물건의 시세 대비 채권 총액(근저당 + 선순위 보증금)이 얼마였는지가 핵심 증거입니다. 등기부등본은 계약 당시 날짜 기준으로 인터넷등기소에서 열람이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임대인의 재산 상태를 입증할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십시오. 다른 소유 부동산의 등기부등본, 법원 소송기록 검색(대한민국 법원 나의 사건검색), 임대인에 대한 다른 피해자의 진술 등이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셋째, 임대인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녹취록)을 반드시 보존하십시오. "반드시 돌려주겠다", "다른 세입자 문제는 없다" 등의 발언은 기망행위를 입증하는 직접적 증거가 됩니다.

넷째, 고소장에는 편취 고의를 추론할 수 있는 간접사실을 시간 순서대로 체계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단순히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서술만으로는 수사기관이 사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계약 전 임대인의 재정 상태, 계약 시 고지하지 않은 사실, 보증금의 사용처, 만기 후 태도 변화를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합니다.

전세사기 사건은 민사 구제(보증금반환소송, 임차권등기명령 등)와 형사 절차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형사고소를 통해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권한으로 임대인의 재산 내역과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이는 민사소송에서도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기죄의 입증 기준은 민사보다 훨씬 엄격하므로, 고소 단계에서부터 치밀한 증거 준비와 법리 구성이 필수적입니다.

조희경
조희경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솔 · 서울특별시 서초구
전세사기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고소장 단계에서 편취 고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소명하느냐가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계약 당시 임대인의 재정 상태와 보증금 사용처에 대한 증거를 사전에 체계적으로 확보해 두시길 권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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