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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족·이혼·상속 위자료·재산분할
가족·이혼·상속 · 위자료·재산분할 2026.03.31 조회 1

채무 있는 배우자와 이혼할 때, 재산분할은 어떻게 달라질까

박세웅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결혼 14년 차 40대 주부 C씨는 이혼을 결심하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상담 도중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남편 D씨 명의의 아파트와 예금이 약 4억 원 있지만, D씨가 사업 실패로 떠안은 채무가 3억 5천만 원에 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C씨는 "그러면 제가 받을 재산이 거의 없는 건가요?"라고 물었고, 표정이 일순간 어두워졌습니다.

이처럼 배우자에게 상당한 채무가 있는 경우의 재산분할 문제는 실무에서 매우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단순히 '적극재산에서 소극재산(채무)을 빼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법원의 판단 기준은 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채무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혼인 기간 중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발생한 채무는 재산분할 시 고려 대상입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재산분할에서 소극재산(채무)도 분할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채무가 동일하게 취급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채무의 성격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공동재산 형성 관련 채무 - 주택담보대출, 자녀 교육비 대출, 생활비 목적 신용대출 등 부부 공동생활 유지 및 공동재산 형성에 기여한 채무는 재산분할 산정 시 적극재산에서 공제합니다.

개인적 채무 - 도박 빚, 개인 유흥비, 배우자 몰래 진행한 투기성 투자 손실 등 공동생활과 무관한 채무는 해당 배우자의 개인 부담으로 보아 공제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만약 D씨의 채무 3억 5천만 원 전부가 사업 실패로 인한 것이라면, 그 성격에 따라 C씨에게 돌아가는 몫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업 실패로 인한 채무, 공동채무일까 개인채무일까

상담 현장에서 보면 가장 다투기 많은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배우자가 운영하던 사업이 실패해 큰 빚이 남았을 때, 이것을 부부 공동의 채무로 볼 것인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1
사업 수익이 가계에 유입되었는지 여부 - 사업 수입으로 가족 생활비를 충당했다면 공동채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배우자의 동의 또는 인지 여부 - 상대방이 사업 운영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동의했는지가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3
채무 발생 시점 - 부부 관계가 사실상 파탄난 이후(별거 후 등)에 발생한 채무는 개인채무로 판단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4
채무의 규모와 경위 - 정상적인 사업 운영 과정의 채무인지, 무모한 투자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것인지를 살핍니다.

C씨의 사례로 돌아가면, D씨의 사업 수익이 10년 이상 가족의 주된 생활비원이었다면 사업 채무의 상당 부분이 공동채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면 D씨가 C씨 몰래 무리한 확장 투자를 감행한 결과라면, 그 부분은 개인채무로 분류될 여지가 큽니다.

순재산이 마이너스일 때,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한가

적극재산 4억 원에서 채무 3억 5천만 원을 모두 공제하면 순재산은 5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만약 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여 순재산이 마이너스라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은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재산분할 청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입니다. 즉, 채무 초과 상태라 하더라도 재산분할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순재산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분할해 줄 재산이 없다면, 법원이 재산분할 비율을 0으로 정하거나 극히 소액만 인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기여도'와 '부양적 요소'의 고려입니다.

법원은 재산분할에서 단순히 재산 청산만이 아니라 이혼 후 상대방의 생활 보장(부양적 요소)도 함께 고려합니다. 따라서 전업주부였던 C씨처럼 이혼 후 당장 경제적 기반이 없는 경우, 순재산이 적더라도 일정 금액의 재산분할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채무 있는 배우자와의 재산분할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것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사례들을 종합하면, 채무가 얽힌 재산분할에서는 다음 사항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첫째, 채무의 발생 경위를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금융거래내역, 사업자등록증, 세무신고서, 카드 사용내역 등을 통해 해당 채무가 공동생활과 관련된 것인지, 개인적 용도인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숨겨진 재산이 없는지 조사가 필요합니다. 채무가 많은 배우자일수록 재산을 타인 명의로 은닉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재산명시신청,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등 법원의 조사 절차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셋째,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구분하여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순재산이 적어 재산분할로 충분한 보전을 받기 어려운 경우, 이혼의 책임 사유가 상대에게 있다면 위자료 청구를 통해 보완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법적 성격이 다르므로, 각각의 요건과 한도를 정확히 파악한 뒤 청구해야 합니다.

넷째, 재산분할 청구의 기한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협의이혼이든 재판이혼이든, 이혼이 확정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재산분할 청구를 해야 합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이 기간은 제척기간이므로 한 번 경과하면 어떤 사유로도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채무 문제, 이혼 전략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가계부채가 늘면서, 이혼 사건에서 채무 관련 분쟁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가계부채 총액은 1,900조 원을 넘어섰고,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혼을 고려하는 분들이 특히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채무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분할받을 수 있는 순재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C씨의 경우도 상담 시점에서 3억 5천만 원이었던 D씨의 채무가 6개월 뒤에는 4억 원을 넘었다면, 재산분할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채무가 얽힌 이혼 재산분할은 단순한 산술이 아닙니다. 채무의 성격 분류, 기여도 산정, 부양적 요소, 은닉재산 조사까지 복합적인 법률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자신의 정당한 몫을 지키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 면밀한 법률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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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웅 변호사의 코멘트
실제로 많은 분들이 배우자의 채무 때문에 재산분할을 아예 포기하시는 경우를 봅니다. 하지만 채무의 성격에 따라 공제 범위가 달라지고, 부양적 요소까지 고려하면 예상보다 의미 있는 금액을 인정받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채무 관련 증거자료가 흩어지기 전에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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