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2. 10. 선고 2018가합524424 판결]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디라이트 외 4인)
피고 1 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재욱 외 1인)
2021. 9. 30.
1. 피고 1 회사는,
가.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위 피고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편의점 중 2009. 4. 11. 이후 신축·증축·개축한 시설물에 대하여,
1) 장애인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높이차이가 제거되거나 휠체어리프트 또는 경사로가 설치된 건축물 출입구, 장애인의 출입이 가능한 유효폭과 형태를 가진 출입문을 각 설치하고,
2) 만약 1)항 기재 편의시설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객관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경우 편의점 내에 이동식 경사로를 구비하여 두고 장애인의 출입이 가능하게 하거나, 편의점 외부에 호출벨을 설치하여 직원을 통해 편의점 밖에서 구매를 가능하게 하는 구매보조서비스를 제공하고,
나. 위 피고가 가맹계약을 체결한 편의점 중 2009. 4. 11. 이후 신축·증축·개축한 시설물에 대하여,
1)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장애인의 편의점 시설 접근·이용을 위하여 위 가.의 1)항 기재와 같은 편의시설을 갖추거나 위 가.의 2)항 기재와 같은 대안적 조치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영업표준을 마련하고,
2)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가맹점사업자들에 대하여 위 1)항 기재 내용의 영업표준에 따른 편의점 점포환경개선을 권고하고,
3) 가맹점사업자들의 위 2)항 기재 점포환경개선을 위한 비용 중 20% 이상을 부담하라.
2. 원고 1, 원고 2의 피고 1 회사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 및 원고 3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1, 원고 2와 피고 1 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1 회사가 부담하고,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부담하며, 원고 3과 피고 1 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3이 부담한다.
1. 피고 1 회사는 원고 1, 원고 2에게,
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편의점을 원고 1, 원고 2가 이용할 수 있도록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높이차이가 제거되고 장애인 등의 출입이 가능한 출입구와 출입문과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나. 가맹점사업자가 운영하는 편의점을 원고 1, 원고 2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점포설비를 설치할 때 가맹점사업자에게 위 가.항의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이미 점포설비를 설치한 가맹점사업자에 대해서는 위 가.항의 편의시설을 제공하도록 점포환경개선을 권고하면서 20%의 비용을 부담하라.
2.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피고 1 회사는 원고 3에게 각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지위
원고 1은 뇌병변, 지체장애 1급의 장애인이고, 원고 2는 지체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이용하여 이동하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원고 3은 영유아를 키우는 어머니로 유모차를 이용하여 외출하는 경우가 많다.
피고 1 회사는 편의점, 대형할인점사업 등 종합유통업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라는 영업표지로 직접 편의점을 운영하거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이라 한다)에 따른 가맹본부로서 편의점 가맹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피고 대한민국은 아래 나.항에서 보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이라 한다) 및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 한다)에 따라 장애인 등의 일상생활에서의 시설물 등 접근에 대한 시책을 마련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방지와 구제 및 차별시정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하여야 할 책임 있는 지위에 있다.
나. 이 사건과 관련된 장애인등편의법 등 개관
1) 장애인등편의법 제3조는 ‘시설주’(시설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 제2조 제3호)는 ‘장애인등’(장애인·노인·임산부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 시설 이용 및 정보 접근 등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 제2조 제1호)이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건축물, 시설 및 그 부대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물과 시설, 제2조 제6호)을 이용할 때 가능한 한 최대한 편리한 방법으로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장애인등이 일상생활에서 이동하거나 시설을 이용할 때 편리하게 하고,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설과 설비, 제2조 제2호)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조는 장애인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하여 접근권을 명시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7조는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대상(이하 ‘대상시설’이라 한다)은 공원,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통신시설, 그 밖에 장애인등의 편의를 위하여 편의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있는 건물·시설 및 그 부대시설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에 따라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별표1]은 대상시설에 관하여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중 ‘수퍼마켓·일용품 등의 소매점’의 경우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 이상 1,000㎡ 미만인 시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는 재화·용역 등의 제공자는 장애인에 대하여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 아닌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수준의 편익을가져다주는 물건, 서비스, 이익, 편의 등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되고(제1항), 재화·용역 등의 제공자는 장애인이 해당 재화·용역 등을 이용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기회를 박탈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항). 같은 법 제18조는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장애인이 당해 시설물을 접근·이용하거나 비상시 대피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 되고(제1항),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장애인이 당해 시설물을 접근·이용하거나 비상시 대피함에 있어서 피난 및 대피시설의 설치 등 정당한 편의의 제공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제3항)고 하면서, 같은 조 제3항의 적용을 받는 시설물의 단계적 범위 및 정당한 편의의 내용 등 필요한 사항은 관계 법령 등에 규정한 내용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항).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의 위임을 받은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는 시설물의 대상과 단계적 적용범위는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상시설 중 2009. 4. 11. 이후 신축·증축·개축하는 시설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그 밖에 장애인등편의법 및 같은 법 시행령,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의 주요 규정은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있는 편의점 등 현황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공중이용시설 중 ‘슈퍼마켓’에 해당하는 편의점의 경우, 2019년 기준 전국 편의점 43,975개 중 바닥면적 300㎡ 이상인 편의점은 830개(1.8%)이고, 서울특별시 내 편의점 8,421개 중 바닥면적 300㎡ 이상의 편의점은 115개(1.4%)이며, 7개 대도시(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인천광역시,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내 편의점 18,024개 중 위 바닥면적 이상인 편의점은 241개(1.3%)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6, 9, 10, 13, 1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가. 원고 1, 원고 2
피고 1 회사는 직접 또는 가맹사업법에 따른 가맹계약을 체결하여 전국에 14,000여개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편의점 시설의 소유자 및 관리자로서, 대부분의 편의점들에 대하여 장애인등의 접근이 가능한 출입구와 경사로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하였고, 가맹점사업자들에게 장애인등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기준을 정하여 안내하지 아니하였다. 위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반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ⅰ) 피고 1 회사는 편의점 시설에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였으므로 시설물 접근·이용에서의 직접 차별을 금지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ⅱ)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은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시설물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였고, 그에 따라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1조가 시설물의 범위를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가 정한 시설로 한정하였으며,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 및 위 법에 따른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 [별표1]은 편의점의 경우 바닥면적 300㎡ 이상인 경우에만 대상시설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위 시행령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것이고, 모든 생활영역에서의 차별금지와 접근권을 보장하는 장애인등편의법, 장애인차별금지법, UN장애인인권협약에 반하여 위법할 뿐만 아니라 위 시행령 [별표1]의 규정은 대상시설에 대한 제한적, 열거적 규정이 아니라 예시적 규정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비록 피고 1 회사가 위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이 정한 바닥면적 기준에 따라 편의시설을 설치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시행령이 위헌, 위법하여 무효이거나 예시적 규정인 이상 모든 시설물의 접근·이용 측면에서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의 금지를 명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을 위반한 것이다.
ⅲ) 피고 1 회사는 재화·용역 제공 영역에서 직접 차별을 금지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제1항 및 같은 영역에서 간접 차별을 금지한 같은 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
따라서 피고 1 회사는 위와 같은 차별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로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에 따라 장애인의 이용·접근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등 적극적 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피고 대한민국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차별방지와 구제 및 차별시정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에 따라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대상시설의 범위를 하위 법령에 아무런 기준 없이 위임하였고,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대상시설에서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을 제외함으로써 장애인들의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위헌, 위법한 것임에도 현재까지 위 시행령을 개정하지 아니하였다. 피고 대한민국은 장애인 보호의무를 방기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를 하였으므로 위 원고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에 의한 손해배상 또는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 3
위 원고는 영유아를 양육하는 엄마로 장애인등편의법이 정한 장애인등에 포함되는데 피고들은 장애인등의 접근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하여 위 원고의 평등권, 이동권, 접근권 등을 침해하였다. 피고들은 위 원고에게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원고 1, 원고 2의 적극적 구제조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차별행위의 존부
1) 차별행위 유형과 관련 규정들의 관계
장애인차별금지법은 2007. 4. 10.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어 2008. 4. 11.부터 시행되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는 차별행위를 ⅰ) 직접 차별(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 제1호), ⅱ) 간접 차별(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제2호), ⅲ)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제3호)로 유형화하고 있고, 차별금지의 영역을 고용(제1절), 교육(제2절),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제3절),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제4절), 모·부성권, 성 등(제5절), 가족·가정·복지시설, 건강권 등(제6절)으로 나누어 각 영역별로 차별금지의 내용과 범위를 구체화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를 차별유형의 한가지로 기술하고 있는데 부작위 상태에서의 결과적 차별을 시정하기 위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이라는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해당 작위의무를 위반한 경우(부작위 자체)를 차별의 유형으로 포섭하여 더 확실한 결과적 평등을 지향한 것이다.
원고 1, 원고 2는 피고 1 회사가 직영 편의점 및 가맹 편의점에 관하여 장애인의 접근·이용을 위하여 높이차이가 제거된 출입구와 경사로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한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제1항과 제2항 및 같은 법 제18조 제1항 및 제3항을 동시에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에 관하여 보면, 같은 조 제2항은 장애인에 대하여 재화·용역의 이용에 관한 이익을 얻을 기회를 박탈하면 안된다고 규정하여 직접적 행위에 의한 차별, 즉 직접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편의점 시설물의 소유·관리자가 장애인을 상대로 재화·용역의 제공을 직접적으로 거부한 것이 아니라 편의점 접근·이용을 위한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아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편의점 이용에 제약을 초래한 차별행위를 문제삼는 것이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제2항이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차별행위가 복합적 양상을 띄는 경우에는 같은 차별행위가 직접 차별, 간접 차별 또는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에 동시에 해당할 수 있으나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차별양상은 간접 차별 중에서도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의 측면일 뿐이므로, 위 행위가 동시에 직접 차별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음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에 관하여 보건대, 제1항은 시설물의 소유·관리자가 장애인이 시설물을 접근·이용하거나 비상시 대피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직접 차별, 간접 차별 등 모든 차별유형을 포함한 시설물 접근 영역에서의 일반적인 차별금지를 선언한 규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3호가 정한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 금지’의 차별유형을 시설물 접근·이용 영역에서 구체화한 조항으로 제1항과는 일반규정과 특별규정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및 제18조의 관계에 관하여 보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절(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에서 제15조는 재화·용역 등 제공자에 대하여 직접 및 간접 차별을 금지하는 일반적 금지규정의 성격을 지니고 있고,같은 법 제18조는 재화·용역 제공 영역에 포섭될 수 있는 시설물 이용·접근 측면에서의 차별금지를 선언하고 있으므로 특정한 행위가 시설물 접근·이용에서 차별이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재화·용역 제공에서의 차별을 초래하는 경우 양 규정은 일반규정과 특별규정의 관계에 있게 된다.
따라서 피고 1 회사가 편의점 접근·이용을 위한 편의시설을 미설치한 행위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이 금지한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에 해당하는 경우 같은 조 제1항 및 같은 법 제15조 제1항을 동시에 위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차별행위 유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의 위반 여부에 달려있다.
2) 시설물 접근·이용을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가) 피고 1 회사를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로 볼 수 있는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1 회사가 ‘○○○’라는 상호로 직접 66개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 편의점은 개별 사업자와 ‘○○○’라는 영업표지 등을 사용하여 편의점을 운영하기로 하는 가맹계약을 체결하여 가맹점(이하 ‘가맹 편의점’이라 한다) 형태로 운영 중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가맹사업법 제5조는 가맹본부의 준수사항으로 ‘가맹점사업에 대하여 합리적 가격과 비용에 의한 점포설비의 설치, 상품 또는 용역 등의 공급’(제4호), ‘가맹점사업자의 경영·영업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조언과 지원’(제5호)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6조는 가맹점사업자의 준수사항으로 ‘가맹사업의 통일성 및 가맹본부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제1호), ‘가맹본부가 상품 또는 용역에 대하여 제시하는 적절한 품질기준의 준수’(제3호), ‘가맹본부가 사업장의 설비와 외관, 운송수단에 대하여 제시하는 적절한 기준의 준수’(제5호)를 각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12조의 2는 가맹본부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점포환경개선을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의 2 제1항은 위 법에 따른 정당한 사유는 ‘점포의 시설, 장비, 인테리어 등의 노후화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제1호), ‘위생 또는 안전의 결함이나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가맹사업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정상적인 영업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경우‘(제2호)를 들고 있다. 그런데 가맹 편의점에 대하여 장애인의 접근·이용을 위한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안전의 결함이나 이에 준하는 사유로 가맹사업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정상적인 영업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경우로서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게 점포개선권고를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2항은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를 차별금지의 수범자로 정하고 있다. 피고 1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66개 편의점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라는 점에 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고 보인다. 다만 위 피고가 가맹 편의점에 대한 시설물의 관리자라고 볼 수 있는지 살피건대, 위 피고가 가맹점사업자와 가맹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가맹 편의점 시설을 직접 점유하거나 관리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① 앞서 살펴본 것처럼 피고 1 회사는 가맹사업의 통일적 운영을 위하여 점포 시설과 외관에 관한 규준을 마련하고 가맹계약 체결을 통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일정한 수준과 품질의 점포환경 설비를 구축할 것을 강제할 수 있고, 계약기간 동안 가맹점사업자에게 점포환경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② 피고 1 회사는 ‘○○○’ 편의점 가맹점사업자와 사이에서 편의점의 점포설비에 관한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가맹점이 제공하는 재화와 용역의 통일적인 품질과 기준은 가맹본부가 전적으로 결정하게 되므로, 시설물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의 수범자를 가맹본부로 보지 않는 경우 편의시설 설치를 통해 장애인의 시설 접근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해당 규정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위 규정이 실효성 있는 제도로 기능할 수 없게 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가맹계약 체결 및 계약의 유지·관리를 통해 가맹 편의점의 편의시설 설치에 관하여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피고 1 회사는 가맹 편의점에 관하여도 편의시설 제공의무를 부담하는 시설물의 관리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부담하는 대상시설의 범위
⑴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은 시설물 소유·관리자에 대하여 장애인의 시설물 접근·이용을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를 금지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이 제3항이 적용되는 해당 시설물의 단계적 범위와 정당한 편의의 내용을 각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1조는 편의 제공 의무가 있는 대상시설의 범위를 다시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 각 호에 해당하는 대상시설 중 2009. 4. 11. 이후 신축·증축·개축하는 시설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별표 1]은 대상시설을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중 ‘수퍼마켓·일용품 등의 소매점’의 경우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 이상 1,000㎡ 미만인 시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위 시행령 [별표1]을 ‘이 사건 면적기준’이라 한다). 위 각 규정내용과 취지, 해당 규정들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이 하위 법령에 제3항의 적용을 받는 시설물의 단계적 범위를 정하도록 위임하고, 위 위임에 따른 같은 법 시행령이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이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대상시설의 범위를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에 의한 대상시설의 범위로 한정함에 따라 장애인등편의법이 정한 대상시설이 아닌 경우에는 해당 의무를 면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이에 반하여 대상시설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이 예시적 규정에 불과하므로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의 대상시설에 해당하지 아니하더라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한다는 위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런데 피고 1 회사의 직영 및 가맹 편의점 중 바닥면적 300㎡를 초과하는 편의점은 ○○○△△△점 1개뿐이고, 위 편의점에 대하여는 장애인등의 접근·이용을 위한 경사로와 높이차이가 제거된 출입구 및 유효폭을 가진 출입문이 각 설치되어 있는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1 회사가 이 사건 면적기준에 미달하는, 위 1개를 제외한 나머지 편의점들에 대하여는 장애인등편의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위 1개에 대하여는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면적기준을 정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 [별표 1]이 헌법 및 법률에 반하는 위헌, 위법한 규정이어서 무효인 경우 위 나머지 편의점들에 대하여도 피고 1 회사가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위 시행령 규정의 위헌, 위법성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⑵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의 위헌, 위법성
갑 제5~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비롯하여 장애인등편의법의 입법목적, 규정체계와 취지,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와 다른 규정과의 관계, 관련 법리를 종합하여 보면,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는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의 위임범위를 벗어나고, 장애인의 행복추구권 및 위 권리에서 파생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며,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모법의 위임범위 일탈
(ⅰ) 특정 사안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하위 법령에 위임을 한 경우에 모법의 위임범위를 확정하거나 하위 법령이 위임의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하위 법령이 규정한 내용이 입법자가 형식적 법률로 스스로 규율하여야 하는 본질적 사항으로서 의회유보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영역인지 여부, 당해 법률 규정의 입법 목적과 규정 내용, 규정의 체계, 다른 규정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위임 규정 자체에서 그 의미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위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도 그 문언적 의미의 한계를 벗어났는지 여부나, 하위 법령의 내용이 모법 자체로부터 그 위임된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속한 것인지 여부, 수권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의 의미를 넘어 그 범위를 확장하거나 축소하여서 위임 내용을 구체화하는 단계를 벗어나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2. 20. 선고 2011두3087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ⅱ) 장애인등편의법은 장애인등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사회활동 참여와 복지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고(제1조), 편의시설 설치의 기본원칙으로 장애인등이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가능하면 최대한 편리한 방법으로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제3조), 장애인등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다(제4조). 이와 같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서 유래하는 장애인등의 일반적인 행동자유권 및 모든 생활역역에서의 자유권 행사의 수단이 되는 시설물 이용 등에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장애인등편의법 제2조는 공중이용시설 등의 시설주에 대하여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일률적으로 부과하였으며, 같은 법 제3조가 대상시설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할 것을 위임하였다. 비록 위 위임규정이 구체적인 범위나 기준을 정하지는 아니하였으나,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부담하는 대상시설의 범위는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장애인등편의법의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고 장애인등의 사회참여 및 모든 생활영역에 대한 접근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해져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
(ⅲ) 현대인은 공동체 속에서 대규모의 협력을 통해 생활을 영위한다. 현대인에게 일상적인 구매행위는 생명 유지의 필수 조건일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의 자유권을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 그중 편의점은 현대사회에서 쉽고 편리하게 음식료품과 의약품은 물론 간단한 생활필수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장소이므로 대부분의 국내 소비자들이 편의점을 이용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시설 등에 대한 접근에 일상적인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생활근거지에서 가깝고 이용하기 쉬운 소매점 및 일반음식점 등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은 장애인의 생존권 및 여타의 기본권 실현과도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ⅳ)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 [별표1]의 내용은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은데,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있는 대상시설에 관하여 슈퍼마켓·일용품 등 소매점에 대하여는 바닥면적 300㎡ 이상, 이용원·미용원·목욕장에 대하여는 바닥면적 500㎡ 이상, 일반음식점에 대하여는 바닥면적 300㎡ 이상, 휴게음식점·제과점 등 음료 및 식품의 제조·판매시설에 대하여는 바닥면적 300㎡ 이상을 요구하는 등 대부분의 민간 공중이용시설에 대하여 바닥면적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편의점 43,975개 중 바닥면적 300㎡ 이상인 편의점의 수는 830개로 전체 편의점의 1.8%이고, 음식료품 및 담배소매점의 경우 전체 107,505개 중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있는 소매점의 수는 불과 2,319개로 전체 소매점의 2.2%에 불과하다. 2016년에 실시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일정기준 미만의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등편의법에 정한 면적기준 미만 공중이용시설 가운데 수퍼마켓, 미용실,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숙박시설, 노래연습장을 대상으로 대도시, 신도시 및 지역도시를 중심으로 한 120곳을 조사한 결과 주출입구에 2㎝ 이상 턱 또는 계단이 있어 높이차이가 있는 시설은 전체의 82.3%,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는 65%, 경사로를 설치하였어도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는 42.9%에 불과하여 법적으로 편의시설 설치가 강제되지 않은 대부분의 민간 공중이용시설에 대하여 장애인의 접근권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ⅴ)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가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대상시설의 범위를 하위 법령에 위임한 것은 대상시설의 종류와 수, 장애인등의 이용수요 등에 따라 편의시설 설치 필요성과 편의시설 설치에 소요되는 사회, 경제적 부담 및 사회적 수용성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장애인등의 사회참여 및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한도에서 대상시설의 범위를 구체화하도록 한 것이다. 위와 같은 고려를 통해 위임의 필요성 및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위 위임규정이 그 자체로 포괄위임입법금지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대부분의 공중이용시설에 면적기준을 적용하고 특히 소매점, 일반음식점 및 음식료품 판매점에 대하여 바닥면적 300㎡를 요구함으로써 대부분의 소매점 등을 대상시설에서 제외한 것은 장애인의 일반적인 행동자유권 및 위 권리에서 파생되는 시설 등에 대한 접근권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의 위임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 행복추구권,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의 부당한 침해
장애인등편의법 제4조가 장애인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장애인등의 시설 등에 대한 접근권을 천명하고 있음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다. 장애인의 시설 등에 대한 접근권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의 위임에 따라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장애인등의 접근권과 시설주의 재산권 보장이라는 상충하는 이익의 조화 또는 편의시설 설치에 소요되는 사회·경제적 부담의 조정이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대상시설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으므로 위 시행령은 일응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위 시행령이 대부분의 소매점과 음식료품점 등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위 시설들에 대한 접근권은 심각하게 제한하는 반면, 대상시설별로 설치할 편의시설의 종류 및 비용부담의 정도와 시설주들의 개별적 재정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정한 면적기준 이하 시설물에 대한 설치의무를 일률적으로 면제하고 있으므로 시설주들의 비용부담 등 재산권 보호와의 충돌 국면 및 사회, 경제적 부담의 조정이라는 공익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시행령 규정은 장애인의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헌법 제10조에 위배된다.
㈐ 평등원칙 위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는 편의점 등 소매점과 일반음식점 등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권을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위 접근에 불편함이 없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 평등위반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엄격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 완화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는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입법형성권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나,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와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된다면 입법형성권은 축소되어 보다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9. 12. 23. 선고 98헌바3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 시행령 규정이 대상시설에서 이 사건 면적기준을 적용하여 대부분의 소매점 등을 제외함으로 말미암아 장애인의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대한 중대한 제약을 초래하는 것이므로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위 시행령 규정이 장애인의 시설물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목적 및 위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고 볼 수 있으나, 위 시행령 규정은 장애인의 소매점 등에 대한 접근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한편 시설주의 개별적인 재정능력이나 편의시설의 내용이나 종류에 따른 비용부담의 정도 등은 고려하지 아니한 채 일정 면적기준 이하 대상시설의 시설주에 대한 재산권을 절대적으로 보호하고 있어 차별취급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입법목적의 중요성에 비하여 차별로 인한 불평등의 효과가 극심하므로 차별취급의 비례성을 상실하였다.
따라서 시행령 규정은 비장애인에 대하여 장애인을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에 위배된다.
⑶ 피고 1 회사의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에 따라 같은 조 제3항에 의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가 비로소 형성 또는 창설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같은 법 제4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라 준용되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위헌, 위법한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할 대상시설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게 되어 그 범위를 확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 1 회사가 위 나머지 편의점들에 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① 재화·용역의 제공에서 일반적 차별금지를 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시설물 접근·이용의 일반적 차별금지를 정한 같은 법 제18조 제1항의 각 규정 내용과 그 취지, ② 시설물 접근·이용 영역에서의 차별금지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장애인의 접근권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및 이로부터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에서 유래한 권리라는 점, ③ 정당한 편의 제공은 차별금지 영역과 복지행정 영역에 걸쳐 있고 수익적 행정행위와 침해적 행정행위라는 양면성을 띄고 있어 입법자에게 어느 정도 입법형성의 재량이 주어질 수 있으나(이 같은 특성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과 같은 위임규정이 제정된 것이다)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는 결국 장애인에 대한 자유권적 기본권의 침해로 귀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은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시설물의 범위를 정함으로써 비로소 해당 의무를 창설하는 규정이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항에 따라 이미 모든 시설물의 소유·관리자에게 부과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의 시설물을 면제하는 기본권의 제한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1 회사는 직영 및 가맹 편의점 시설에 대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에 따라 장애인의 이용·접근을 위하여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일반적인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시설물의 구체적 범위는 장애인등편의법 제18조 제4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 중 효력을 상실하지 아니한 나머지 부분에 따라 2009. 4. 11. 이후 신축·증축·개축한 편의점 시설물에 한정된다.
3)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위반 여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1 회사가 전국 14,000여개 편의점 중 50개 편의점을 제외한 나머지 편의점들에 대하여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한 사실 및 편의시설이 미설치된 편의점들 중 대부분의 편의점들에 대하여 호출벨 설치 등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대안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피고 1 회사는 편의시설 및 대안적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은 나머지 편의점들에 관한 시설의 관리자로서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의 차별행위를 함으로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 1 회사는 ⅰ)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바닥면적 300㎡ 이상의 소매점을 대상으로만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위 피고에게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ⅱ) 위 피고가 개발한 □□□ 앱 서비스 등을 통해 장애인들이 집에서 편의점 물품을 주문하고 배송받을 수 있으므로 위 피고는 시설물 접근·이용에서 정당한 편의 제공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있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을 위반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ⅰ) 항 부분 주장이 이유 없음은 위에서 이미 살펴본 것과 같다. 나아가 장애인들이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편의점 물품을 집에서 배송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주문을 통한 물품배송에는 평균 1~2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어 즉각적인 오프라인 구매행위와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장애인들의 시설물 접근·이용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의무를 다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위 피고의 위 주장 부분도 이유 없다.
나. 정당한 사유의 존부에 대한 판단
1) 피고 1 회사의 주장
피고 1 회사가 운영하는 가맹 편의점은 전부 임대점포인데 점포 외부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로 설치 등의 사항은 각 점포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일괄적인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는 불가능하고, 대다수 편의점은 도로에 접해 있으므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한다고 해도 도로법상 불법점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위 피고가 금지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으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3항에 따른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
2) 판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3항은 차별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즉 금지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금지된 차별행위가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각 차별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7조 제2항은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차별행위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의 상대방이 입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목적이나 규정 형식 등에 비추어 볼 때,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는 어떠한 형태로든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고,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되, 위와 같은 차별행위가 허용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차별의 정도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아가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로는 편의 제공자가 해당 편의를 제공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요하거나,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어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는 경우, 편의 제공자의 사업이나 다른 참여자들의 관련 활동을 상당히 훼손하거나 편의 제공자의 사업 성격이나 운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우 등을 들 수 있고, 해당 편의가 장애유형, 정도, 성별, 특성에 맞지 않거나 불필요한 경우, 대상시설 등의 구조변경 또는 시설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 해당 시점에 정당한 편의가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우리나라에는 없고 해외에만 있는 시설이나 설비로서 그러한 시설이나 설비를 구입하거나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편의시설이 미설치되거나 대안적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은 나머지 편의점 시설들에 대하여 편의시설을 설치하거나 이를 대체하는 대안적 조치를 제공하는 것이 위 피고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위 피고의 가맹 편의점이 전부 임대점포라는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 또는 가맹점사업자들이 실제로 점포 임대인들을 상대로 장애인을 위한 높이차이가 제거된 출입로 또는 경사로와 출입문을 설치하기 위한 동의를 얻으려고 노력하였으나 임대인이 이를 거절하는 등 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동의를 얻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② 도로법 제61조는 공작물 등을 위하여 도로를 점용하려는 자는 도로관리청의 도로점용허가를 받도록 규정하면서(제1항), 허가를 받아 도로를 점용할 수 있는 공작물·물건, 그 밖의 시설의 종류와 허가의 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도록 위임하였고(제2항), 도로법 시행령 제55조는 위 법의 위임에 따라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도로를 점용할 수 있는 공작물·물건, 그 밖의 시설의 종류로 “10. 장애인등편의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편의시설 중 높이차이 제거시설 또는 주출입구 접근로,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명시하였다. 따라서 가맹점사업자가 장애인등의 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도로점용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도로관리청은 도로점용허가를 거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불법점용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단할 수도 없다.
더욱이 도로법 제68조가 장애인등편의법 제8조 제1항에 따른 편의시설 중 주출입구에 이르는 접근로 또는 출입구와의 높이차이를 제거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점용료를 감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같은 법 시행령 제73조 제3항 제1의 가.호는 위와 같은 경우 점용료를 전액 면제하고 있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위헌, 위법하여 무효인 이상 장애인등편의법 제8조 제1항에 따른 편의시설에는 이 사건 면적기준에 미달하는 모든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편의시설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위 피고 또는 가맹점사업자에게 도로점용료 지급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발생할 염려가 없다. 설령 위 시행령 규정이 개정되기 전까지 가맹점사업자 등이 도로점용료를 납부하도록 요구받는다고 하더라도 도로관리청이 상당부분 이를 감면하여 줄 개연성이 높다고 보이므로 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도로점용허가를 받는 것이 위 피고 또는 가맹점사업자에게 막대한 비용을 요하거나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국가인권위원회는 2017. 12. 14.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도로점용료가 감면되도록 도로법 제68조를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고, 피고 대한민국도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의 개정을 추진하는 중이므로 머지않아 위 도로점용료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③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편의점의 경우 장애인등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높이차이를 제거한 출입구(또는 경사로)와 유효폭과 형태를 가진 출입문을 설치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위 피고의 사업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비용이 위 피고에게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로 과도한 부담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고, 위 편의시설 설치가 각 편의점의 위치, 구조 등에 비추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교통안전에 현저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객관적 자료가 없다.
④ 점포 임대인의 동의를 얻을 수 없거나 개별 편의점의 물리적, 환경적 제약으로 인하여 주출입구 접근로 등 편의시설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는 편의점 내에 간편하게 설치가능한 이동식 경사로를 준비하여 두거나 호출벨 등을 통한 매장 밖에서의 구매보조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대안적 조치를 제공할 수 있으며, 그와 같은 대안적 조치의 제공이 위 피고에게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로 과도한 부담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적극적 구제조치의 내용과 범위
1)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시 고려사항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2항은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적 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위와 같은 적극적 조치의 내용, 형식, 판단의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가 존재하는 경우 법원으로 하여금 당해 사건의 개별적·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적극적 조치의 명령 여부 및 그 내용과 범위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하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법원은 위와 같은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차별행위에 관한 적극적 조치를 명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 특정 사항의 이행 명령이 차별행위의 중단·시정에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는지 여부, 특정 사항의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피고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워 다른 대안을 선택할 여지는 없는지 등을 비교형량하여 어떠한 적극적 조치를 명할 것인지 판단하여야 한다.
아울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3항은 적극적 조치를 명한 판결에 대하여 간접강제의 방법으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원이 명하는 적극적 조치는 이행가능성과 특정가능성을 모두 갖추어 유효한 강제집행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2) 적극적 조치의 필요성 여부
위 원고들은 위 피고를 상대로 적극적 조치로서 위 원고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높이차이가 제거되고 장애인 등의 출입이 가능한 출입구과 출입문과 같은 편의시설 설치 및 가맹 편의점들에 대하여는 위 원고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가맹점사업자에게 점포설비를 설치할 때 위와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이미 점포설비를 마친 가맹점사업자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점포환경개선을 권고하면서 20%의 비용을 부담할 것을 구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피고가 직영 및 가맹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대부분의 편의점 시설에 장애인의 접근·이용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함에 따라 지체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여야만 이동할 수 있는 위 원고들은 편의점에 접근하여 식료품이나 생활필수품을 구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편의시설 설치 또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 조치의 제공은 위 원고들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편의점 시설을 이용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므로, 위 피고의 차별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편의시설 설치 또는 대안적 조치를 제공할 것을 명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3) 적극적 조치의 구체적 내용과 범위
가) 장애인등편의법 제8조는 대상시설별로 설치하여야 하는 편의시설의 종류를 대상시설의 규모, 용도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고,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별표2]는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이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을 위한 편의시설의 종류로 ⅰ) 장애인등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ⅱ) 높이차이가 제거된 건축물 출입구(또는 휠체어리프트나 경사로), ⅲ) 장애인등의 출입이 가능한 유효폭과 형태를 가진 출입문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편의시설의 종류와 형태는 위 피고에게 명할 적극적 조치의 내용과 범위를 정할 때 적용가능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나) 직영 편의점에 대한 부분
위 피고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편의점 66곳 중 편의시설이 설치된 50곳을 제외한 나머지 편의점들 중 2009. 4. 11. 이후 신축·증축·개축한 시설물에 대하여 위 피고는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ⅰ) 장애인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ⅱ) 높이차이가 제거된 건축물 출입구(또는 휠체어리프트나 경사로), ⅲ) 장애인의 출입이 가능한 유효폭과 형태를 가진 출입문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
만약 위와 같은 편의시설의 설치가 법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객관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경우 그 대안적 조치로서, ⅰ) 편의점 내에 간편하게 설치와 철거가 가능한 이동식 경사로를 준비하여 두고 장애인의 출입 시 위 경사로를 설치하여 장애인의 출입을 일시적으로 가능하게 하거나, ⅱ) 편의점 외부에 호출벨을 설치하여 장애인의 호출시 편의점 직원이 밖으로 나와 장애인에게 편의점 보유물품의 사진목록 등을 제공하고 장애인이 편의점에서 직접 물품을 선별하여 구매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구매보조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다) 가맹 편의점에 대한 부분
위 피고는 가맹계약을 체결한 가맹 편의점에 관하여 가맹본부로서 가맹점 영업표준을 마련하고 가맹점사업자로 하여금 위 표준을 준수하도록 권고할 수 있으므로,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장애인의 접근·이용을 위한 편의시설 또는 편의시설 설치가 법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객관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대안적 조치로서, 위 나)항 기재와 같은 편의시설 또는 대안적 조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가맹본부 차원에서 통일적인 영업표준을 마련하여야 한다.
나아가 위 피고는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2009. 4. 11. 이후 신축·증축·개축한 시설물에 해당하는 편의점 가맹점사업자들에 대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영업표준에 따라 점포환경개선을 권고할 의무가 있다.
또한 위 피고는 위 가맹점사업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점포환경개선(편의시설 설치 또는 이동식 경사로의 제작 및 구입, 호출벨 설치를 통한 구매보조서비스)을 위한 비용 중 20% 이상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위 원고들은 위 피고가 장차 가맹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도 새로운 가맹점사업자에 대하여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시설표준에 관한 기준을 제시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데, 앞서 기존 가맹 편의점에 대한 적극적 조치의 일환으로써 위 피고에게 편의시설 설치 등에 관하여 통일적 영업표준을 마련할 것을 명한 바 있으므로 장래의 편의점 설치에 관하여 별도로 같은 내용의 영업표준을 제시할 것을 명하는 적극적 조치를 내릴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4.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 1, 원고 2의 청구에 대한 판단
1)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 제1항 본문은 위 법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그 단서에서 차별행위를 한 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위 법의 규정을 위반한 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은 인정되나 차별행위의 피해자가 재산상 손해를 입증할 수 없을 경우에만 차별행위를 한 자가 그로 인하여 얻은 재산상 이익을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손해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차별행위를 한 자’를 상대로 하는 것임이 법문상 명백하다. 그런데 위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 대한민국이 피고 1 회사의 편의시설 설치 미제공과 관련하여 어떠한 차별행위를 하였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므로 피고 대한민국의 차별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민법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의회민주주의하에서 국회는 다원적 의견이나 이익을 반영시킨 토론과정을 거쳐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통일적인 국가의사를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그 과정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입법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국회의원의 입법행위는 그 입법 내용이 헌법의 문언에 명백히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굳이 당해 입법을 한 것과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위법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다56115 판결 등 참조). 같은 맥락에서 국가가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헌법에 의하여 부과되는 구체적인 입법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입법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고의 또는 과실로 이러한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등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사안에 한정하여 국가배상법 소정의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으며, 위와 같은 구체적인 입법의무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애당초 부작위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참조).
나아가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여기서 ‘법령 위반’이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데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객관적인 정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경우를 포함한다.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법규적, 일차적으로 그 위험 배제에 나서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이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관련 법령을 준수하여 직무를 수행하였다면 공무원의 부작위를 가지고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 되는 경우에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작위의무를 명하는 법령 규정이 없다면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하여 침해된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한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관련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1155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국가배상책임과 성립요건이 거의 동일한 민법상의 사용자책임에 대한 판단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나) 위 원고들은 ⅰ) 피고 대한민국이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에 관하여 포괄위임입법금지에 반하는 위헌적인 입법행위를 하였다거나, ⅱ)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에 관하여 입법자가 입법은 하였으나 그 입법의 내용·범위·절차 등의 사항을 불완전·불충분 또는 불공정하게 규율하여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다는 이른바 부진정입법부작위의 각 위법행위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위 ⅰ)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는 위임의 필요성 및 예측가능성이 인정되므로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법률조항이 문언이나 내용 자체로 헌법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위 ⅱ) 주장에 관하여 살펴본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8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에 대한 모든 차별을 방지하고 차별받은 장애인 등의 권리를 구제할 책임이 있으며, 장애인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이 법에서 규정한 차별시정에 대하여 적극적인 조치를 하여야 하고(제1항), 장애인 등에게 정당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적·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2항), 장애인등편의법 제6조도 마찬가지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등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각종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장애인등편의법이 1997. 4. 10., 같은 법 시행령이 1998. 2. 24. 각 제정되어 각 1998. 4. 11.부터 시행되었는데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개정되지 아니하여 동일한 바닥면적을 기준으로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있는 대상시설이 규율되고 있다는 점 및 그로 인하여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권이 심각하게 제한되는 결과 위 시행령 규정이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볼 수 있음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장애인들의 행복추구권 또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고, 위 법령을 개정하지 않는 위헌적인 상황이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장애인들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대한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대상시설을 어떠한 범위로 정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할 것인지를 단편적, 획일적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대상시설의 범위는 대상시설별로 요구되는 편의시설의 종류와 내용, 대상시설 이용수요 예측에 따른 설치필요성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을 면밀히 조사·분석하고 사회적 추세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더욱이 대상시설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하여는 변경되는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장애인식 개선 교육, 재정능력이 열악한 소상공인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 등 국가정책적 배려와 시책마련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규정이 장애인들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위헌, 위법한 규정임에도 장기간 개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해당 시행령 개정 관련 직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다른 사회정책적 고려나 우리 사회의 장애에 대한 감수성 또는 사회문화적 성숙도와 관계없이 특정한 내용으로 위 시행령 규정을 개정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었다거나, 위 공무원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직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위와 같은 부작위가 현저히 객관적 타당성을 결여하여 위법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국가공무원의 고의, 과실 및 위법한 직무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 원고들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다만 피고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것이 곧 장애인 보호를 위한 국가적 책무를 다하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피고 대한민국은 장애인등편의법을 제정한 후 23년이 넘도록 장애인의 주요 민간 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내용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를 개정하지 아니하였는바, 장애인에 대한 차별 해소 및 권리 구제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소홀히 하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장애는 개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것이다. 장애인들의 모든 생활영역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될 때 자기결정권이 비로소 실현될 수 있고 사회참여를 위한 물리적 장벽이 제거될 수 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생활수준을 누리기 위하여는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이라는 적극적 의무가 사회구성원들로부터 폭넓게 수용되어야 하고 비장애인들의 장애감수성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피고 대한민국은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가 사회 전반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여 경제적, 행정적, 기술적 지원을 하여야 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성숙도에 부합하도록 장애인의 시설 등 접근권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나. 원고 3의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 3은 영유아를 양육하는 어머니로서 높이차이를 제거한 출입구 등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 유모차를 이용하여 편의점을 이용하는 데 다소 불편이 있을 수는 있으나 편의점에 대한 접근·이용이 현저히 곤란하다거나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 1 회사가 장애인등편의법 제3조(편의시설 설치의 기본 원칙)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사회적 수인한도를 넘어서서 위 원고의 편의점에 대한 접근권, 평등권 등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위 원고는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도 민법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으로 보이나, 이 부분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하여는 아무런 구체적인 주장이 없다.
따라서 원고 3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결론
원고 1, 원고 2의 피고 1 회사에 대한 청구는 각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위 원고들의 위 피고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와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 및 원고 3의 청구는 각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한성수(재판장) 백소영 임현수
출처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02. 10. 선고 2018가합524424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2. 10. 선고 2018가합524424 판결]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디라이트 외 4인)
피고 1 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재욱 외 1인)
2021. 9. 30.
1. 피고 1 회사는,
가.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위 피고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편의점 중 2009. 4. 11. 이후 신축·증축·개축한 시설물에 대하여,
1) 장애인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높이차이가 제거되거나 휠체어리프트 또는 경사로가 설치된 건축물 출입구, 장애인의 출입이 가능한 유효폭과 형태를 가진 출입문을 각 설치하고,
2) 만약 1)항 기재 편의시설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객관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경우 편의점 내에 이동식 경사로를 구비하여 두고 장애인의 출입이 가능하게 하거나, 편의점 외부에 호출벨을 설치하여 직원을 통해 편의점 밖에서 구매를 가능하게 하는 구매보조서비스를 제공하고,
나. 위 피고가 가맹계약을 체결한 편의점 중 2009. 4. 11. 이후 신축·증축·개축한 시설물에 대하여,
1)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장애인의 편의점 시설 접근·이용을 위하여 위 가.의 1)항 기재와 같은 편의시설을 갖추거나 위 가.의 2)항 기재와 같은 대안적 조치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영업표준을 마련하고,
2)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가맹점사업자들에 대하여 위 1)항 기재 내용의 영업표준에 따른 편의점 점포환경개선을 권고하고,
3) 가맹점사업자들의 위 2)항 기재 점포환경개선을 위한 비용 중 20% 이상을 부담하라.
2. 원고 1, 원고 2의 피고 1 회사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 및 원고 3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1, 원고 2와 피고 1 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1 회사가 부담하고,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부담하며, 원고 3과 피고 1 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3이 부담한다.
1. 피고 1 회사는 원고 1, 원고 2에게,
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편의점을 원고 1, 원고 2가 이용할 수 있도록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높이차이가 제거되고 장애인 등의 출입이 가능한 출입구와 출입문과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나. 가맹점사업자가 운영하는 편의점을 원고 1, 원고 2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점포설비를 설치할 때 가맹점사업자에게 위 가.항의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이미 점포설비를 설치한 가맹점사업자에 대해서는 위 가.항의 편의시설을 제공하도록 점포환경개선을 권고하면서 20%의 비용을 부담하라.
2.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피고 1 회사는 원고 3에게 각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지위
원고 1은 뇌병변, 지체장애 1급의 장애인이고, 원고 2는 지체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이용하여 이동하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원고 3은 영유아를 키우는 어머니로 유모차를 이용하여 외출하는 경우가 많다.
피고 1 회사는 편의점, 대형할인점사업 등 종합유통업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라는 영업표지로 직접 편의점을 운영하거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이라 한다)에 따른 가맹본부로서 편의점 가맹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피고 대한민국은 아래 나.항에서 보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이라 한다) 및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 한다)에 따라 장애인 등의 일상생활에서의 시설물 등 접근에 대한 시책을 마련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방지와 구제 및 차별시정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하여야 할 책임 있는 지위에 있다.
나. 이 사건과 관련된 장애인등편의법 등 개관
1) 장애인등편의법 제3조는 ‘시설주’(시설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 제2조 제3호)는 ‘장애인등’(장애인·노인·임산부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 시설 이용 및 정보 접근 등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 제2조 제1호)이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건축물, 시설 및 그 부대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물과 시설, 제2조 제6호)을 이용할 때 가능한 한 최대한 편리한 방법으로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장애인등이 일상생활에서 이동하거나 시설을 이용할 때 편리하게 하고,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설과 설비, 제2조 제2호)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조는 장애인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하여 접근권을 명시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7조는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대상(이하 ‘대상시설’이라 한다)은 공원,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통신시설, 그 밖에 장애인등의 편의를 위하여 편의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있는 건물·시설 및 그 부대시설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에 따라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별표1]은 대상시설에 관하여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중 ‘수퍼마켓·일용품 등의 소매점’의 경우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 이상 1,000㎡ 미만인 시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는 재화·용역 등의 제공자는 장애인에 대하여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 아닌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수준의 편익을가져다주는 물건, 서비스, 이익, 편의 등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되고(제1항), 재화·용역 등의 제공자는 장애인이 해당 재화·용역 등을 이용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기회를 박탈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항). 같은 법 제18조는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장애인이 당해 시설물을 접근·이용하거나 비상시 대피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 되고(제1항),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장애인이 당해 시설물을 접근·이용하거나 비상시 대피함에 있어서 피난 및 대피시설의 설치 등 정당한 편의의 제공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제3항)고 하면서, 같은 조 제3항의 적용을 받는 시설물의 단계적 범위 및 정당한 편의의 내용 등 필요한 사항은 관계 법령 등에 규정한 내용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항).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의 위임을 받은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는 시설물의 대상과 단계적 적용범위는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상시설 중 2009. 4. 11. 이후 신축·증축·개축하는 시설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그 밖에 장애인등편의법 및 같은 법 시행령,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의 주요 규정은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있는 편의점 등 현황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공중이용시설 중 ‘슈퍼마켓’에 해당하는 편의점의 경우, 2019년 기준 전국 편의점 43,975개 중 바닥면적 300㎡ 이상인 편의점은 830개(1.8%)이고, 서울특별시 내 편의점 8,421개 중 바닥면적 300㎡ 이상의 편의점은 115개(1.4%)이며, 7개 대도시(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인천광역시,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내 편의점 18,024개 중 위 바닥면적 이상인 편의점은 241개(1.3%)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6, 9, 10, 13, 1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가. 원고 1, 원고 2
피고 1 회사는 직접 또는 가맹사업법에 따른 가맹계약을 체결하여 전국에 14,000여개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편의점 시설의 소유자 및 관리자로서, 대부분의 편의점들에 대하여 장애인등의 접근이 가능한 출입구와 경사로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하였고, 가맹점사업자들에게 장애인등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기준을 정하여 안내하지 아니하였다. 위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반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ⅰ) 피고 1 회사는 편의점 시설에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였으므로 시설물 접근·이용에서의 직접 차별을 금지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ⅱ)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은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시설물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였고, 그에 따라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1조가 시설물의 범위를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가 정한 시설로 한정하였으며,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 및 위 법에 따른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 [별표1]은 편의점의 경우 바닥면적 300㎡ 이상인 경우에만 대상시설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위 시행령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것이고, 모든 생활영역에서의 차별금지와 접근권을 보장하는 장애인등편의법, 장애인차별금지법, UN장애인인권협약에 반하여 위법할 뿐만 아니라 위 시행령 [별표1]의 규정은 대상시설에 대한 제한적, 열거적 규정이 아니라 예시적 규정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비록 피고 1 회사가 위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이 정한 바닥면적 기준에 따라 편의시설을 설치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시행령이 위헌, 위법하여 무효이거나 예시적 규정인 이상 모든 시설물의 접근·이용 측면에서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의 금지를 명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을 위반한 것이다.
ⅲ) 피고 1 회사는 재화·용역 제공 영역에서 직접 차별을 금지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제1항 및 같은 영역에서 간접 차별을 금지한 같은 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
따라서 피고 1 회사는 위와 같은 차별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로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에 따라 장애인의 이용·접근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등 적극적 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피고 대한민국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차별방지와 구제 및 차별시정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에 따라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대상시설의 범위를 하위 법령에 아무런 기준 없이 위임하였고,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대상시설에서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을 제외함으로써 장애인들의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위헌, 위법한 것임에도 현재까지 위 시행령을 개정하지 아니하였다. 피고 대한민국은 장애인 보호의무를 방기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를 하였으므로 위 원고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에 의한 손해배상 또는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 3
위 원고는 영유아를 양육하는 엄마로 장애인등편의법이 정한 장애인등에 포함되는데 피고들은 장애인등의 접근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하여 위 원고의 평등권, 이동권, 접근권 등을 침해하였다. 피고들은 위 원고에게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원고 1, 원고 2의 적극적 구제조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차별행위의 존부
1) 차별행위 유형과 관련 규정들의 관계
장애인차별금지법은 2007. 4. 10.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어 2008. 4. 11.부터 시행되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는 차별행위를 ⅰ) 직접 차별(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 제1호), ⅱ) 간접 차별(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제2호), ⅲ)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제3호)로 유형화하고 있고, 차별금지의 영역을 고용(제1절), 교육(제2절),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제3절),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제4절), 모·부성권, 성 등(제5절), 가족·가정·복지시설, 건강권 등(제6절)으로 나누어 각 영역별로 차별금지의 내용과 범위를 구체화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를 차별유형의 한가지로 기술하고 있는데 부작위 상태에서의 결과적 차별을 시정하기 위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이라는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해당 작위의무를 위반한 경우(부작위 자체)를 차별의 유형으로 포섭하여 더 확실한 결과적 평등을 지향한 것이다.
원고 1, 원고 2는 피고 1 회사가 직영 편의점 및 가맹 편의점에 관하여 장애인의 접근·이용을 위하여 높이차이가 제거된 출입구와 경사로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한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제1항과 제2항 및 같은 법 제18조 제1항 및 제3항을 동시에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에 관하여 보면, 같은 조 제2항은 장애인에 대하여 재화·용역의 이용에 관한 이익을 얻을 기회를 박탈하면 안된다고 규정하여 직접적 행위에 의한 차별, 즉 직접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편의점 시설물의 소유·관리자가 장애인을 상대로 재화·용역의 제공을 직접적으로 거부한 것이 아니라 편의점 접근·이용을 위한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아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편의점 이용에 제약을 초래한 차별행위를 문제삼는 것이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제2항이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차별행위가 복합적 양상을 띄는 경우에는 같은 차별행위가 직접 차별, 간접 차별 또는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에 동시에 해당할 수 있으나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차별양상은 간접 차별 중에서도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의 측면일 뿐이므로, 위 행위가 동시에 직접 차별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음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에 관하여 보건대, 제1항은 시설물의 소유·관리자가 장애인이 시설물을 접근·이용하거나 비상시 대피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직접 차별, 간접 차별 등 모든 차별유형을 포함한 시설물 접근 영역에서의 일반적인 차별금지를 선언한 규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3호가 정한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 금지’의 차별유형을 시설물 접근·이용 영역에서 구체화한 조항으로 제1항과는 일반규정과 특별규정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및 제18조의 관계에 관하여 보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절(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에서 제15조는 재화·용역 등 제공자에 대하여 직접 및 간접 차별을 금지하는 일반적 금지규정의 성격을 지니고 있고,같은 법 제18조는 재화·용역 제공 영역에 포섭될 수 있는 시설물 이용·접근 측면에서의 차별금지를 선언하고 있으므로 특정한 행위가 시설물 접근·이용에서 차별이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재화·용역 제공에서의 차별을 초래하는 경우 양 규정은 일반규정과 특별규정의 관계에 있게 된다.
따라서 피고 1 회사가 편의점 접근·이용을 위한 편의시설을 미설치한 행위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이 금지한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에 해당하는 경우 같은 조 제1항 및 같은 법 제15조 제1항을 동시에 위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차별행위 유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의 위반 여부에 달려있다.
2) 시설물 접근·이용을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가) 피고 1 회사를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로 볼 수 있는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1 회사가 ‘○○○’라는 상호로 직접 66개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 편의점은 개별 사업자와 ‘○○○’라는 영업표지 등을 사용하여 편의점을 운영하기로 하는 가맹계약을 체결하여 가맹점(이하 ‘가맹 편의점’이라 한다) 형태로 운영 중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가맹사업법 제5조는 가맹본부의 준수사항으로 ‘가맹점사업에 대하여 합리적 가격과 비용에 의한 점포설비의 설치, 상품 또는 용역 등의 공급’(제4호), ‘가맹점사업자의 경영·영업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조언과 지원’(제5호)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6조는 가맹점사업자의 준수사항으로 ‘가맹사업의 통일성 및 가맹본부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제1호), ‘가맹본부가 상품 또는 용역에 대하여 제시하는 적절한 품질기준의 준수’(제3호), ‘가맹본부가 사업장의 설비와 외관, 운송수단에 대하여 제시하는 적절한 기준의 준수’(제5호)를 각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12조의 2는 가맹본부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점포환경개선을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의 2 제1항은 위 법에 따른 정당한 사유는 ‘점포의 시설, 장비, 인테리어 등의 노후화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제1호), ‘위생 또는 안전의 결함이나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가맹사업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정상적인 영업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경우‘(제2호)를 들고 있다. 그런데 가맹 편의점에 대하여 장애인의 접근·이용을 위한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안전의 결함이나 이에 준하는 사유로 가맹사업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정상적인 영업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경우로서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게 점포개선권고를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2항은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를 차별금지의 수범자로 정하고 있다. 피고 1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66개 편의점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라는 점에 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고 보인다. 다만 위 피고가 가맹 편의점에 대한 시설물의 관리자라고 볼 수 있는지 살피건대, 위 피고가 가맹점사업자와 가맹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가맹 편의점 시설을 직접 점유하거나 관리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① 앞서 살펴본 것처럼 피고 1 회사는 가맹사업의 통일적 운영을 위하여 점포 시설과 외관에 관한 규준을 마련하고 가맹계약 체결을 통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일정한 수준과 품질의 점포환경 설비를 구축할 것을 강제할 수 있고, 계약기간 동안 가맹점사업자에게 점포환경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② 피고 1 회사는 ‘○○○’ 편의점 가맹점사업자와 사이에서 편의점의 점포설비에 관한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가맹점이 제공하는 재화와 용역의 통일적인 품질과 기준은 가맹본부가 전적으로 결정하게 되므로, 시설물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의 수범자를 가맹본부로 보지 않는 경우 편의시설 설치를 통해 장애인의 시설 접근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해당 규정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위 규정이 실효성 있는 제도로 기능할 수 없게 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가맹계약 체결 및 계약의 유지·관리를 통해 가맹 편의점의 편의시설 설치에 관하여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피고 1 회사는 가맹 편의점에 관하여도 편의시설 제공의무를 부담하는 시설물의 관리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부담하는 대상시설의 범위
⑴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은 시설물 소유·관리자에 대하여 장애인의 시설물 접근·이용을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를 금지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이 제3항이 적용되는 해당 시설물의 단계적 범위와 정당한 편의의 내용을 각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1조는 편의 제공 의무가 있는 대상시설의 범위를 다시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 각 호에 해당하는 대상시설 중 2009. 4. 11. 이후 신축·증축·개축하는 시설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별표 1]은 대상시설을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중 ‘수퍼마켓·일용품 등의 소매점’의 경우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 이상 1,000㎡ 미만인 시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위 시행령 [별표1]을 ‘이 사건 면적기준’이라 한다). 위 각 규정내용과 취지, 해당 규정들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이 하위 법령에 제3항의 적용을 받는 시설물의 단계적 범위를 정하도록 위임하고, 위 위임에 따른 같은 법 시행령이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이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대상시설의 범위를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에 의한 대상시설의 범위로 한정함에 따라 장애인등편의법이 정한 대상시설이 아닌 경우에는 해당 의무를 면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이에 반하여 대상시설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이 예시적 규정에 불과하므로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의 대상시설에 해당하지 아니하더라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한다는 위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런데 피고 1 회사의 직영 및 가맹 편의점 중 바닥면적 300㎡를 초과하는 편의점은 ○○○△△△점 1개뿐이고, 위 편의점에 대하여는 장애인등의 접근·이용을 위한 경사로와 높이차이가 제거된 출입구 및 유효폭을 가진 출입문이 각 설치되어 있는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1 회사가 이 사건 면적기준에 미달하는, 위 1개를 제외한 나머지 편의점들에 대하여는 장애인등편의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위 1개에 대하여는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면적기준을 정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 [별표 1]이 헌법 및 법률에 반하는 위헌, 위법한 규정이어서 무효인 경우 위 나머지 편의점들에 대하여도 피고 1 회사가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위 시행령 규정의 위헌, 위법성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⑵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의 위헌, 위법성
갑 제5~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비롯하여 장애인등편의법의 입법목적, 규정체계와 취지,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와 다른 규정과의 관계, 관련 법리를 종합하여 보면,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는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의 위임범위를 벗어나고, 장애인의 행복추구권 및 위 권리에서 파생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며,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모법의 위임범위 일탈
(ⅰ) 특정 사안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하위 법령에 위임을 한 경우에 모법의 위임범위를 확정하거나 하위 법령이 위임의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하위 법령이 규정한 내용이 입법자가 형식적 법률로 스스로 규율하여야 하는 본질적 사항으로서 의회유보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영역인지 여부, 당해 법률 규정의 입법 목적과 규정 내용, 규정의 체계, 다른 규정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위임 규정 자체에서 그 의미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위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도 그 문언적 의미의 한계를 벗어났는지 여부나, 하위 법령의 내용이 모법 자체로부터 그 위임된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속한 것인지 여부, 수권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의 의미를 넘어 그 범위를 확장하거나 축소하여서 위임 내용을 구체화하는 단계를 벗어나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2. 20. 선고 2011두3087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ⅱ) 장애인등편의법은 장애인등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사회활동 참여와 복지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고(제1조), 편의시설 설치의 기본원칙으로 장애인등이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가능하면 최대한 편리한 방법으로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제3조), 장애인등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다(제4조). 이와 같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서 유래하는 장애인등의 일반적인 행동자유권 및 모든 생활역역에서의 자유권 행사의 수단이 되는 시설물 이용 등에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장애인등편의법 제2조는 공중이용시설 등의 시설주에 대하여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일률적으로 부과하였으며, 같은 법 제3조가 대상시설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할 것을 위임하였다. 비록 위 위임규정이 구체적인 범위나 기준을 정하지는 아니하였으나,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부담하는 대상시설의 범위는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장애인등편의법의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고 장애인등의 사회참여 및 모든 생활영역에 대한 접근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해져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
(ⅲ) 현대인은 공동체 속에서 대규모의 협력을 통해 생활을 영위한다. 현대인에게 일상적인 구매행위는 생명 유지의 필수 조건일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의 자유권을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 그중 편의점은 현대사회에서 쉽고 편리하게 음식료품과 의약품은 물론 간단한 생활필수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장소이므로 대부분의 국내 소비자들이 편의점을 이용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시설 등에 대한 접근에 일상적인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생활근거지에서 가깝고 이용하기 쉬운 소매점 및 일반음식점 등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은 장애인의 생존권 및 여타의 기본권 실현과도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ⅳ)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 [별표1]의 내용은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은데,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있는 대상시설에 관하여 슈퍼마켓·일용품 등 소매점에 대하여는 바닥면적 300㎡ 이상, 이용원·미용원·목욕장에 대하여는 바닥면적 500㎡ 이상, 일반음식점에 대하여는 바닥면적 300㎡ 이상, 휴게음식점·제과점 등 음료 및 식품의 제조·판매시설에 대하여는 바닥면적 300㎡ 이상을 요구하는 등 대부분의 민간 공중이용시설에 대하여 바닥면적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편의점 43,975개 중 바닥면적 300㎡ 이상인 편의점의 수는 830개로 전체 편의점의 1.8%이고, 음식료품 및 담배소매점의 경우 전체 107,505개 중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있는 소매점의 수는 불과 2,319개로 전체 소매점의 2.2%에 불과하다. 2016년에 실시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일정기준 미만의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등편의법에 정한 면적기준 미만 공중이용시설 가운데 수퍼마켓, 미용실,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숙박시설, 노래연습장을 대상으로 대도시, 신도시 및 지역도시를 중심으로 한 120곳을 조사한 결과 주출입구에 2㎝ 이상 턱 또는 계단이 있어 높이차이가 있는 시설은 전체의 82.3%,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는 65%, 경사로를 설치하였어도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는 42.9%에 불과하여 법적으로 편의시설 설치가 강제되지 않은 대부분의 민간 공중이용시설에 대하여 장애인의 접근권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ⅴ)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가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대상시설의 범위를 하위 법령에 위임한 것은 대상시설의 종류와 수, 장애인등의 이용수요 등에 따라 편의시설 설치 필요성과 편의시설 설치에 소요되는 사회, 경제적 부담 및 사회적 수용성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장애인등의 사회참여 및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한도에서 대상시설의 범위를 구체화하도록 한 것이다. 위와 같은 고려를 통해 위임의 필요성 및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위 위임규정이 그 자체로 포괄위임입법금지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대부분의 공중이용시설에 면적기준을 적용하고 특히 소매점, 일반음식점 및 음식료품 판매점에 대하여 바닥면적 300㎡를 요구함으로써 대부분의 소매점 등을 대상시설에서 제외한 것은 장애인의 일반적인 행동자유권 및 위 권리에서 파생되는 시설 등에 대한 접근권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의 위임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 행복추구권,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의 부당한 침해
장애인등편의법 제4조가 장애인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장애인등의 시설 등에 대한 접근권을 천명하고 있음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다. 장애인의 시설 등에 대한 접근권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의 위임에 따라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장애인등의 접근권과 시설주의 재산권 보장이라는 상충하는 이익의 조화 또는 편의시설 설치에 소요되는 사회·경제적 부담의 조정이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대상시설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으므로 위 시행령은 일응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위 시행령이 대부분의 소매점과 음식료품점 등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위 시설들에 대한 접근권은 심각하게 제한하는 반면, 대상시설별로 설치할 편의시설의 종류 및 비용부담의 정도와 시설주들의 개별적 재정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정한 면적기준 이하 시설물에 대한 설치의무를 일률적으로 면제하고 있으므로 시설주들의 비용부담 등 재산권 보호와의 충돌 국면 및 사회, 경제적 부담의 조정이라는 공익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시행령 규정은 장애인의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헌법 제10조에 위배된다.
㈐ 평등원칙 위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는 편의점 등 소매점과 일반음식점 등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권을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위 접근에 불편함이 없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 평등위반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엄격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 완화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는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입법형성권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나,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와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된다면 입법형성권은 축소되어 보다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9. 12. 23. 선고 98헌바3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 시행령 규정이 대상시설에서 이 사건 면적기준을 적용하여 대부분의 소매점 등을 제외함으로 말미암아 장애인의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대한 중대한 제약을 초래하는 것이므로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위 시행령 규정이 장애인의 시설물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목적 및 위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고 볼 수 있으나, 위 시행령 규정은 장애인의 소매점 등에 대한 접근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한편 시설주의 개별적인 재정능력이나 편의시설의 내용이나 종류에 따른 비용부담의 정도 등은 고려하지 아니한 채 일정 면적기준 이하 대상시설의 시설주에 대한 재산권을 절대적으로 보호하고 있어 차별취급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입법목적의 중요성에 비하여 차별로 인한 불평등의 효과가 극심하므로 차별취급의 비례성을 상실하였다.
따라서 시행령 규정은 비장애인에 대하여 장애인을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에 위배된다.
⑶ 피고 1 회사의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에 따라 같은 조 제3항에 의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가 비로소 형성 또는 창설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같은 법 제4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라 준용되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위헌, 위법한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할 대상시설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게 되어 그 범위를 확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 1 회사가 위 나머지 편의점들에 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① 재화·용역의 제공에서 일반적 차별금지를 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시설물 접근·이용의 일반적 차별금지를 정한 같은 법 제18조 제1항의 각 규정 내용과 그 취지, ② 시설물 접근·이용 영역에서의 차별금지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장애인의 접근권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및 이로부터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에서 유래한 권리라는 점, ③ 정당한 편의 제공은 차별금지 영역과 복지행정 영역에 걸쳐 있고 수익적 행정행위와 침해적 행정행위라는 양면성을 띄고 있어 입법자에게 어느 정도 입법형성의 재량이 주어질 수 있으나(이 같은 특성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과 같은 위임규정이 제정된 것이다)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는 결국 장애인에 대한 자유권적 기본권의 침해로 귀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은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시설물의 범위를 정함으로써 비로소 해당 의무를 창설하는 규정이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항에 따라 이미 모든 시설물의 소유·관리자에게 부과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의 시설물을 면제하는 기본권의 제한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1 회사는 직영 및 가맹 편의점 시설에 대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에 따라 장애인의 이용·접근을 위하여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일반적인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시설물의 구체적 범위는 장애인등편의법 제18조 제4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 중 효력을 상실하지 아니한 나머지 부분에 따라 2009. 4. 11. 이후 신축·증축·개축한 편의점 시설물에 한정된다.
3)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위반 여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1 회사가 전국 14,000여개 편의점 중 50개 편의점을 제외한 나머지 편의점들에 대하여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한 사실 및 편의시설이 미설치된 편의점들 중 대부분의 편의점들에 대하여 호출벨 설치 등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대안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피고 1 회사는 편의시설 및 대안적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은 나머지 편의점들에 관한 시설의 관리자로서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의 차별행위를 함으로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 1 회사는 ⅰ)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바닥면적 300㎡ 이상의 소매점을 대상으로만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위 피고에게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ⅱ) 위 피고가 개발한 □□□ 앱 서비스 등을 통해 장애인들이 집에서 편의점 물품을 주문하고 배송받을 수 있으므로 위 피고는 시설물 접근·이용에서 정당한 편의 제공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있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3항을 위반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ⅰ) 항 부분 주장이 이유 없음은 위에서 이미 살펴본 것과 같다. 나아가 장애인들이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편의점 물품을 집에서 배송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주문을 통한 물품배송에는 평균 1~2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어 즉각적인 오프라인 구매행위와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장애인들의 시설물 접근·이용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의무를 다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위 피고의 위 주장 부분도 이유 없다.
나. 정당한 사유의 존부에 대한 판단
1) 피고 1 회사의 주장
피고 1 회사가 운영하는 가맹 편의점은 전부 임대점포인데 점포 외부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로 설치 등의 사항은 각 점포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일괄적인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는 불가능하고, 대다수 편의점은 도로에 접해 있으므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한다고 해도 도로법상 불법점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위 피고가 금지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으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3항에 따른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
2) 판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3항은 차별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즉 금지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금지된 차별행위가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각 차별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7조 제2항은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차별행위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의 상대방이 입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목적이나 규정 형식 등에 비추어 볼 때,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는 어떠한 형태로든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고,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되, 위와 같은 차별행위가 허용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차별의 정도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아가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로는 편의 제공자가 해당 편의를 제공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요하거나,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어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는 경우, 편의 제공자의 사업이나 다른 참여자들의 관련 활동을 상당히 훼손하거나 편의 제공자의 사업 성격이나 운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우 등을 들 수 있고, 해당 편의가 장애유형, 정도, 성별, 특성에 맞지 않거나 불필요한 경우, 대상시설 등의 구조변경 또는 시설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 해당 시점에 정당한 편의가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우리나라에는 없고 해외에만 있는 시설이나 설비로서 그러한 시설이나 설비를 구입하거나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편의시설이 미설치되거나 대안적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은 나머지 편의점 시설들에 대하여 편의시설을 설치하거나 이를 대체하는 대안적 조치를 제공하는 것이 위 피고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위 피고의 가맹 편의점이 전부 임대점포라는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 또는 가맹점사업자들이 실제로 점포 임대인들을 상대로 장애인을 위한 높이차이가 제거된 출입로 또는 경사로와 출입문을 설치하기 위한 동의를 얻으려고 노력하였으나 임대인이 이를 거절하는 등 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동의를 얻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② 도로법 제61조는 공작물 등을 위하여 도로를 점용하려는 자는 도로관리청의 도로점용허가를 받도록 규정하면서(제1항), 허가를 받아 도로를 점용할 수 있는 공작물·물건, 그 밖의 시설의 종류와 허가의 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도록 위임하였고(제2항), 도로법 시행령 제55조는 위 법의 위임에 따라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도로를 점용할 수 있는 공작물·물건, 그 밖의 시설의 종류로 “10. 장애인등편의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편의시설 중 높이차이 제거시설 또는 주출입구 접근로,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명시하였다. 따라서 가맹점사업자가 장애인등의 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도로점용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도로관리청은 도로점용허가를 거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불법점용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단할 수도 없다.
더욱이 도로법 제68조가 장애인등편의법 제8조 제1항에 따른 편의시설 중 주출입구에 이르는 접근로 또는 출입구와의 높이차이를 제거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점용료를 감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같은 법 시행령 제73조 제3항 제1의 가.호는 위와 같은 경우 점용료를 전액 면제하고 있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위헌, 위법하여 무효인 이상 장애인등편의법 제8조 제1항에 따른 편의시설에는 이 사건 면적기준에 미달하는 모든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편의시설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위 피고 또는 가맹점사업자에게 도로점용료 지급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발생할 염려가 없다. 설령 위 시행령 규정이 개정되기 전까지 가맹점사업자 등이 도로점용료를 납부하도록 요구받는다고 하더라도 도로관리청이 상당부분 이를 감면하여 줄 개연성이 높다고 보이므로 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도로점용허가를 받는 것이 위 피고 또는 가맹점사업자에게 막대한 비용을 요하거나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국가인권위원회는 2017. 12. 14.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도로점용료가 감면되도록 도로법 제68조를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고, 피고 대한민국도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의 개정을 추진하는 중이므로 머지않아 위 도로점용료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③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편의점의 경우 장애인등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높이차이를 제거한 출입구(또는 경사로)와 유효폭과 형태를 가진 출입문을 설치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위 피고의 사업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비용이 위 피고에게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로 과도한 부담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고, 위 편의시설 설치가 각 편의점의 위치, 구조 등에 비추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교통안전에 현저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객관적 자료가 없다.
④ 점포 임대인의 동의를 얻을 수 없거나 개별 편의점의 물리적, 환경적 제약으로 인하여 주출입구 접근로 등 편의시설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는 편의점 내에 간편하게 설치가능한 이동식 경사로를 준비하여 두거나 호출벨 등을 통한 매장 밖에서의 구매보조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대안적 조치를 제공할 수 있으며, 그와 같은 대안적 조치의 제공이 위 피고에게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로 과도한 부담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적극적 구제조치의 내용과 범위
1)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시 고려사항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2항은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적 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위와 같은 적극적 조치의 내용, 형식, 판단의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가 존재하는 경우 법원으로 하여금 당해 사건의 개별적·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적극적 조치의 명령 여부 및 그 내용과 범위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하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법원은 위와 같은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차별행위에 관한 적극적 조치를 명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 특정 사항의 이행 명령이 차별행위의 중단·시정에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는지 여부, 특정 사항의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피고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워 다른 대안을 선택할 여지는 없는지 등을 비교형량하여 어떠한 적극적 조치를 명할 것인지 판단하여야 한다.
아울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3항은 적극적 조치를 명한 판결에 대하여 간접강제의 방법으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원이 명하는 적극적 조치는 이행가능성과 특정가능성을 모두 갖추어 유효한 강제집행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2) 적극적 조치의 필요성 여부
위 원고들은 위 피고를 상대로 적극적 조치로서 위 원고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높이차이가 제거되고 장애인 등의 출입이 가능한 출입구과 출입문과 같은 편의시설 설치 및 가맹 편의점들에 대하여는 위 원고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가맹점사업자에게 점포설비를 설치할 때 위와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이미 점포설비를 마친 가맹점사업자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점포환경개선을 권고하면서 20%의 비용을 부담할 것을 구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피고가 직영 및 가맹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대부분의 편의점 시설에 장애인의 접근·이용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함에 따라 지체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여야만 이동할 수 있는 위 원고들은 편의점에 접근하여 식료품이나 생활필수품을 구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편의시설 설치 또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 조치의 제공은 위 원고들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편의점 시설을 이용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므로, 위 피고의 차별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편의시설 설치 또는 대안적 조치를 제공할 것을 명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3) 적극적 조치의 구체적 내용과 범위
가) 장애인등편의법 제8조는 대상시설별로 설치하여야 하는 편의시설의 종류를 대상시설의 규모, 용도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고,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별표2]는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이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을 위한 편의시설의 종류로 ⅰ) 장애인등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ⅱ) 높이차이가 제거된 건축물 출입구(또는 휠체어리프트나 경사로), ⅲ) 장애인등의 출입이 가능한 유효폭과 형태를 가진 출입문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편의시설의 종류와 형태는 위 피고에게 명할 적극적 조치의 내용과 범위를 정할 때 적용가능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나) 직영 편의점에 대한 부분
위 피고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편의점 66곳 중 편의시설이 설치된 50곳을 제외한 나머지 편의점들 중 2009. 4. 11. 이후 신축·증축·개축한 시설물에 대하여 위 피고는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ⅰ) 장애인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ⅱ) 높이차이가 제거된 건축물 출입구(또는 휠체어리프트나 경사로), ⅲ) 장애인의 출입이 가능한 유효폭과 형태를 가진 출입문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
만약 위와 같은 편의시설의 설치가 법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객관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경우 그 대안적 조치로서, ⅰ) 편의점 내에 간편하게 설치와 철거가 가능한 이동식 경사로를 준비하여 두고 장애인의 출입 시 위 경사로를 설치하여 장애인의 출입을 일시적으로 가능하게 하거나, ⅱ) 편의점 외부에 호출벨을 설치하여 장애인의 호출시 편의점 직원이 밖으로 나와 장애인에게 편의점 보유물품의 사진목록 등을 제공하고 장애인이 편의점에서 직접 물품을 선별하여 구매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구매보조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다) 가맹 편의점에 대한 부분
위 피고는 가맹계약을 체결한 가맹 편의점에 관하여 가맹본부로서 가맹점 영업표준을 마련하고 가맹점사업자로 하여금 위 표준을 준수하도록 권고할 수 있으므로,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장애인의 접근·이용을 위한 편의시설 또는 편의시설 설치가 법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객관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대안적 조치로서, 위 나)항 기재와 같은 편의시설 또는 대안적 조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가맹본부 차원에서 통일적인 영업표준을 마련하여야 한다.
나아가 위 피고는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2009. 4. 11. 이후 신축·증축·개축한 시설물에 해당하는 편의점 가맹점사업자들에 대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영업표준에 따라 점포환경개선을 권고할 의무가 있다.
또한 위 피고는 위 가맹점사업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점포환경개선(편의시설 설치 또는 이동식 경사로의 제작 및 구입, 호출벨 설치를 통한 구매보조서비스)을 위한 비용 중 20% 이상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위 원고들은 위 피고가 장차 가맹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도 새로운 가맹점사업자에 대하여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시설표준에 관한 기준을 제시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데, 앞서 기존 가맹 편의점에 대한 적극적 조치의 일환으로써 위 피고에게 편의시설 설치 등에 관하여 통일적 영업표준을 마련할 것을 명한 바 있으므로 장래의 편의점 설치에 관하여 별도로 같은 내용의 영업표준을 제시할 것을 명하는 적극적 조치를 내릴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4.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 1, 원고 2의 청구에 대한 판단
1)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 제1항 본문은 위 법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그 단서에서 차별행위를 한 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위 법의 규정을 위반한 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은 인정되나 차별행위의 피해자가 재산상 손해를 입증할 수 없을 경우에만 차별행위를 한 자가 그로 인하여 얻은 재산상 이익을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손해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차별행위를 한 자’를 상대로 하는 것임이 법문상 명백하다. 그런데 위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 대한민국이 피고 1 회사의 편의시설 설치 미제공과 관련하여 어떠한 차별행위를 하였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므로 피고 대한민국의 차별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민법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의회민주주의하에서 국회는 다원적 의견이나 이익을 반영시킨 토론과정을 거쳐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통일적인 국가의사를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그 과정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입법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국회의원의 입법행위는 그 입법 내용이 헌법의 문언에 명백히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굳이 당해 입법을 한 것과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위법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다56115 판결 등 참조). 같은 맥락에서 국가가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헌법에 의하여 부과되는 구체적인 입법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입법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고의 또는 과실로 이러한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등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사안에 한정하여 국가배상법 소정의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으며, 위와 같은 구체적인 입법의무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애당초 부작위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참조).
나아가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여기서 ‘법령 위반’이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데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객관적인 정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경우를 포함한다.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법규적, 일차적으로 그 위험 배제에 나서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이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관련 법령을 준수하여 직무를 수행하였다면 공무원의 부작위를 가지고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 되는 경우에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작위의무를 명하는 법령 규정이 없다면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하여 침해된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한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관련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1155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국가배상책임과 성립요건이 거의 동일한 민법상의 사용자책임에 대한 판단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나) 위 원고들은 ⅰ) 피고 대한민국이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에 관하여 포괄위임입법금지에 반하는 위헌적인 입법행위를 하였다거나, ⅱ)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에 관하여 입법자가 입법은 하였으나 그 입법의 내용·범위·절차 등의 사항을 불완전·불충분 또는 불공정하게 규율하여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다는 이른바 부진정입법부작위의 각 위법행위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위 ⅰ)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는 위임의 필요성 및 예측가능성이 인정되므로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법률조항이 문언이나 내용 자체로 헌법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위 ⅱ) 주장에 관하여 살펴본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8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에 대한 모든 차별을 방지하고 차별받은 장애인 등의 권리를 구제할 책임이 있으며, 장애인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이 법에서 규정한 차별시정에 대하여 적극적인 조치를 하여야 하고(제1항), 장애인 등에게 정당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적·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2항), 장애인등편의법 제6조도 마찬가지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등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각종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장애인등편의법이 1997. 4. 10., 같은 법 시행령이 1998. 2. 24. 각 제정되어 각 1998. 4. 11.부터 시행되었는데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개정되지 아니하여 동일한 바닥면적을 기준으로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있는 대상시설이 규율되고 있다는 점 및 그로 인하여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권이 심각하게 제한되는 결과 위 시행령 규정이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볼 수 있음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장애인들의 행복추구권 또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고, 위 법령을 개정하지 않는 위헌적인 상황이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장애인들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대한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대상시설을 어떠한 범위로 정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할 것인지를 단편적, 획일적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대상시설의 범위는 대상시설별로 요구되는 편의시설의 종류와 내용, 대상시설 이용수요 예측에 따른 설치필요성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을 면밀히 조사·분석하고 사회적 추세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더욱이 대상시설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하여는 변경되는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장애인식 개선 교육, 재정능력이 열악한 소상공인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 등 국가정책적 배려와 시책마련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규정이 장애인들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위헌, 위법한 규정임에도 장기간 개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해당 시행령 개정 관련 직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다른 사회정책적 고려나 우리 사회의 장애에 대한 감수성 또는 사회문화적 성숙도와 관계없이 특정한 내용으로 위 시행령 규정을 개정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었다거나, 위 공무원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직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위와 같은 부작위가 현저히 객관적 타당성을 결여하여 위법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국가공무원의 고의, 과실 및 위법한 직무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 원고들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다만 피고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것이 곧 장애인 보호를 위한 국가적 책무를 다하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피고 대한민국은 장애인등편의법을 제정한 후 23년이 넘도록 장애인의 주요 민간 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내용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를 개정하지 아니하였는바, 장애인에 대한 차별 해소 및 권리 구제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소홀히 하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장애는 개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것이다. 장애인들의 모든 생활영역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될 때 자기결정권이 비로소 실현될 수 있고 사회참여를 위한 물리적 장벽이 제거될 수 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생활수준을 누리기 위하여는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이라는 적극적 의무가 사회구성원들로부터 폭넓게 수용되어야 하고 비장애인들의 장애감수성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피고 대한민국은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가 사회 전반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여 경제적, 행정적, 기술적 지원을 하여야 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성숙도에 부합하도록 장애인의 시설 등 접근권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나. 원고 3의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 3은 영유아를 양육하는 어머니로서 높이차이를 제거한 출입구 등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 유모차를 이용하여 편의점을 이용하는 데 다소 불편이 있을 수는 있으나 편의점에 대한 접근·이용이 현저히 곤란하다거나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 1 회사가 장애인등편의법 제3조(편의시설 설치의 기본 원칙)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사회적 수인한도를 넘어서서 위 원고의 편의점에 대한 접근권, 평등권 등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위 원고는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도 민법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으로 보이나, 이 부분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하여는 아무런 구체적인 주장이 없다.
따라서 원고 3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결론
원고 1, 원고 2의 피고 1 회사에 대한 청구는 각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위 원고들의 위 피고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와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 및 원고 3의 청구는 각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한성수(재판장) 백소영 임현수
출처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02. 10. 선고 2018가합524424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