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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고소 전 합의금 요구와 공갈미수죄 성립 판단 기준

2024도3794
판결 요약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며 합의금을 요구한 경우, 그 과정이 피해자 주장과 무관하게 불기소·무죄가 나왔더라도 즉시 공갈죄로 단정할 수 없으며, 공갈죄 성립 여부는 검사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엄격히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 합의금 요구 언동이 정당한 권리 실현의 수단인지, 공갈적 해악의 고지인지는 구체적 사정에서 판단되어야 하며, 피해자 주장 배척만으로 유죄 단정 불가.
#공갈죄 #성범죄 고소 #합의금 요구 #성폭력 피해 주장 #권리실현 수단
질의 응답
1.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며 합의금 요구 시 공갈죄가 성립되나요?
답변
권리 실현의 수단으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 특별히 권리남용에 이른 것이 아니라면 공갈죄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근거
대법원 2024도3794 판결은 성폭력 피해자를 자처하며 합의금을 요구한 것이 곧 공갈죄 해악의 고지로 되는 것은 아니며, 정당한 권리 실행 범주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2. 성범죄 고소가 불기소나 무죄로 종료됐으면 공갈미수죄가 성립하나요?
답변
불기소처분이나 무죄 판결만으로 합의금 요구가 허위임을 단정공갈죄로 볼 수 없습니다.
근거
대법원 2024도3794 판결은 수사종결 결과만으로 신고내용 허위 단정 불가하며, 같은 법리가 공갈죄 판단에서 정당한 권리 실현 여부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피고인 진술 신빙성이 배척된 경우 공갈죄 유죄판결의 근거가 될 수 있나요?
답변
피고인 진술만 신빙성 없다고 하여 유죄로 볼 수 없으며, 검사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공갈죄 성립을 적극 증명해야 합니다.
근거
대법원 2024도3794 판결은 공소사실 결정에 합리적 의심이 있으면 무죄로 판단해야 하므로,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부족만으로는 유죄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였습니다.
4. 합의금 요구 중 상대방의 폭력성을 언급했다면 공갈 범의가 인정되나요?
답변
해당 언동이 실제 정황과 무관치 않고, 권리 실현 범위 내에서 나온 것이라면 공갈죄의 범의 판단은 신중해야 합니다.
근거
대법원 2024도3794 판결은 주변인의 폭력성 강조나 과장도 실제 정황과 관련 있다면 사회통념범위에서 권리실현일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5. 피해자가 실제로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공갈미수죄 성립에 영향이 있나요?
답변
실제 재물이 이전되지 않았다면 미수죄 심사가 이루어지나, 공갈죄 성립 판단은 요구의 동기·수단과 증명 책임에 달려 있습니다.
근거
대법원 2024도3794 판결은 합의금 미수 상황이더라도 공갈의 고지가 권리 실현 범위 내라면 범죄구성 요건 불충족이라 판시하였습니다.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판결 전문

공갈미수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도3794 판결]

【판시사항】

 ⁠[1] 법관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볼 때 공소사실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무고죄의 판단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신고 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법리는 공갈죄 성립과 관련하여 정당한 권리 실현의 수단 내지 방법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특정인을 가해자로 지목하며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끼칠 것과 같은 언동을 하고 나아가 그 사람을 수사기관에 고소하였으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성폭력범죄 성립이 증명되지 않는 경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합의금과 관련하여 한 위와 같은 언동이나 고소행위가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써 사용된 것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고소인의 그러한 언행이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3]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범죄로 고소한 사실에 대하여 성범죄 피해자로서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된 경우, 이러한 사정을 피고인에 대한 공갈죄 판단에서 피고인의 진술을 배척하고 유죄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피고인이 甲으로부터 준강간상해죄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취지로 형사고소를 제기하였으나 관할 경찰서에서 불송치(혐의없음) 결정되었는데, 피고인은 위 고소제기 전 甲을 만나 준강간상해 피해를 주장하면서 해악을 고지하고 甲에게 5,000만 원 상당의 합의금을 요구함으로써, 피고인은 甲을 협박하여 피해자로부터 5,000만 원 상당의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려고 하였으나 甲이 이에 응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甲을 공갈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2] 형법 제156조, 제350조
[3] 형법 제297조, 제299조, 제301조, 제350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4] 형법 제156조, 제297조, 제299조, 제301조, 제350조, 제352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공2012하, 1367),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공2024상, 430) / ⁠[2]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공2019하, 1603),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20도1842 판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성지 파트너스 담당변호사 김의택 외 6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4. 2. 7. 선고 2023노704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남, 39세)과 지인으로 2021. 9. 14. 23:00경 피해자와 평택시 ⁠(주소 1 생략), ○○○ 모텔 305호(이하 ⁠‘이 사건 모텔’이라고 한다)에 투숙한 사실이 있고, 2021. 9. 21. 경기평택경찰서에 위 투숙 과정에서 피해자로부터 준강간상해죄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취지로 피해자에 대한 형사고소를 제기하였으나 그 사건은 2021. 11. 16. 경기평택경찰서에서 불송치(혐의없음) 결정되었다.
피고인은 위 고소제기 전인 2021. 9. 17. 15:30경 평택시 ⁠(주소 2 생략)에 있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호프집’에서 피해자를 만나 준강간상해 피해를 주장하면서 "나에게 합의금 5,000만 원을 주면 조용히 끝내겠다. 합의금을 안 주면 남자친구인 공소외 2가 너를 어떻게 할지 모른다. 공소외 2가 칼을 품고 다닌다. 칼부림이 난다. 공소외 2가 술 먹으면 눈깔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말하는(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고 한다) 등으로 해악을 고지하고 피해자에게 5,000만 원 상당의 합의금을 요구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협박하여 피해자로부터 5,000만 원 상당의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CCTV 영상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어깨를 팔로 감싸 안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리를 팔로 감싸 안은 채로 함께 모텔로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등 준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해악을 고지하여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이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한 것의 의미는, 법관은 검사가 제출하여 공판절차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여야 하고,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신을 가지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가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 있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자신의 주장 사실에 관하여 증명할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볼 때 공소사실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1. 9. 14. 저녁 평택시 소재 식당 ⁠‘□□□’에서 식사를 하면서 소주 2병, 복분자 3병을 나누어 마셨다.
2)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날 21:57경 위 식당으로부터 약 7.3㎞ 떨어져 있는 이 사건 모텔에 들어가 305호실에 투숙하였다.
3) 피해자는 2021. 9. 14. 자정 무렵 이 사건 모텔에서 나왔다.
4) 피고인은 2021. 9. 15. 02:15경 이 사건 모텔 객실에 있던 중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가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하였다. 당시 병원 진료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은 지병인 발작성 심방세동 증상과 함께 구토를 동반한 메스꺼움 증상을 보였다.
5) 피고인의 동거인인 공소외 2는 응급실에서 피고인을 만난 후 2021. 9. 15. 14:30경 지인 공소외 3과 함께 피해자의 사무실을 찾아가 피고인에 대한 성폭행 행위에 대해 항의하며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피해자는 공소외 2에게 사과하였다. 이어 피해자는 공소외 2 및 지인 공소외 3과 함께 그 앞에 있는 피고인의 영업장인 ⁠‘△△△호프집’으로 찾아가 피고인에게 잘못했다고 말하며 사과하였다. 그 이전에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호프집’의 임차권을 양수하면서 잔대금 채무 2,1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공증을 한 것이 있었는데,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피고인에게 가게를 넘겨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하였고, 그다음 날 공소외 2를 만나 게임장을 같이 동업하자고 말하기도 하였다.
6) 피고인은 2021. 9. 17. 15:30경 ⁠‘△△△호프집’에서 피해자를 만난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요구하면서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그 직후 피해자는 15:43경 피고인에게 일주일 시간을 달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공소외 2는 이와 별도로 같은 날 15:54경 피해자로부터 합의 문제와 관련하여 ⁠‘일주일도 안 되나?’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피해자를 고소해서 처벌받게 하고 싶지만 피고인이 계속 구(求)해서 이렇게 합의 보는 것이니 낼까지 마지막이다.’는 취지의 답을 하기도 하였다.
7) 공소외 2는 2019. 9. 17. 15:54경 피해자에게 멍이 든 피고인의 무릎 사진을 보내며 ⁠‘동생 여자를 이렇게 할 수 있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때린 적 없어. 어디서 생긴 상처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랑 상관 없다.’고 답하였다가, 다시 피고인의 질책에 화장실에서 넘어지면서 무릎에 상처가 생긴 것이라고 말하였다.
8) 공소외 2는 2021. 9. 17. 23:20경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다고 112 신고를 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성폭행 사실을 항의하면서 ⁠‘내가 작업 칠 사람으로 보였나? 공소외 2가 지금 신고했다. 조용히 마무리하라고 했잖아. 알았다. 법정에서 보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그 이후로는 합의금을 언급한 적이 없다.
9) 피고인이 2021. 9. 18. 경찰서에서 진술하면서 무릎과 허벅지 부분의 멍과 찰과상 등 사진을 제출하였고, 경찰서에서 추가로 멍든 부분 사진을 촬영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2021. 9. 21. 경기평택경찰서에 피해자를 준강간상해죄로 고소하였다.
10) 피해자는 2021. 11. 16. 위 준강간상해 고소사실에 대하여 혐의없음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피해자는 2022. 3. 11. 피고인을 공갈미수로 고소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공갈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모텔에서 준강간상해죄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고, 피고인은 그로부터 며칠 후 피해자를 준강간상해죄로 고소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피해자에게 한 말이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피고인의 이러한 언행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준강간상해죄에 대한 형사소송법상 고소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또는 당시 피고인에게 준강간상해죄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이 범죄피해자의 고소권 행사에 수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서 사용된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면, 그것이 권리남용에 이를 정도의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갈죄를 구성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피고인은 이 사건 모텔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부터 피해자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전해 들은 공소외 2는 사건 다음 날 피해자를 찾아가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폭행하였으며, 피해자는 같은 날 피고인, 공소외 2 및 지인 공소외 3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였고, 그 자리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인수한 호프집을 피고인 측에 주겠다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2021. 9. 17. 피해자에게 합의금 5,000만 원의 지급을 요구하면서 이 사건 발언을 하였는데, 공소외 2가 피해자를 신고하고 피해자가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며 합의할 의사를 보이지 않자 더이상 이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그로부터 4일 후 수사기관에 이 사건 모텔에서 피해자로부터 준강간상해죄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때,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준강간상해죄에 대한 고소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아래에서 인정하는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당시 피고인에게 준강간상해죄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2) 무고죄의 판단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신고 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법리(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20도1842 판결 등)는 공갈죄 성립과 관련하여 정당한 권리 실현의 수단 내지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특정인을 가해자로 지목하며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끼칠 것과 같은 언동을 하고 나아가 그 사람을 수사기관에 고소한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피고소인)의 성폭력범죄 성립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하여 바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합의금과 관련하여 한 위와 같은 언동이나 고소행위가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써 사용된 것이 아니라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된다. 나아가 고소인의 그러한 언행이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당연히 해당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준강간상해죄로 고소한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문자메시지나 통화 내용, CCTV 영상 등을 근거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의 불송치 결정을 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피해자의 준강간상해 혐의에 관하여 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고 더욱이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죄로 고소한 바도 없어 준강간강해에 관한 피고인의 고소사실이 허위라는 점이 사법절차에 의하여 판단·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고소한 준강간상해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이를 부인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만연히 성관계를 비롯한 성적 접촉에 관한 동의나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고,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고소 전 합의과정에서 피고인이 한 이 사건 발언을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라고 판단한 것은 공갈죄에서 유죄인정의 증명책임의 원칙에 반한다.
3)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범죄로 고소한 것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피해자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가 각각 제출되었고 그것들이 함부로 배척하기 어려운 나름의 합리성을 갖춘 상황이라면, 증명책임의 원칙상 유죄의 증명을 다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해당 고소사실에 대하여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라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고, 동시에 피고인이 고소권의 행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끼칠 것처럼 해악의 고지를 한 것이 공갈죄를 구성하는지에 대하여도 증명책임의 원칙상 유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즉, 피고인의 고소사실에 대하여 성범죄 피해자로서의 피고인의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되었다고 하여, 이러한 사정을 피고인에 대한 위 공갈죄 판단에서 피고인의 진술을 배척하고 유죄의 근거로 삼는 것은 사실상 피고인의 유죄를 추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4)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전제하에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1. 9. 14. 저녁을 같이 먹고 모텔에 들어가 서로 동의하에 성적 접촉을 하였다고 보았으나, 아래와 같은 사정을 볼 때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합의된 성적 접촉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이 사건 발언을 할 때 자신을 준강간상해죄의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
가) 피고인 및 공소외 2와 피해자는 모두 조선족 출신으로서 서로 잘 알고 지내왔는데,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은 공소외 2와 사이에 생긴 불화를 상의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만나 술을 마시다가 이 사건 모텔에 같이 들어가게 되었는데, 피고인은 사건 당일 모텔 객실 내에서 있었던 상황에 관하여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즉, 피고인은 만취하여 모텔 객실에서 잠이 들었는데 피해자가 가슴이 크다고 하면서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것을 느끼고 잠에서 깼고, 피고인의 옷이 다 벗겨져 있는 상태였으며, 피해자가 무릎으로 피고인의 다리를 누르고 음부에 성기를 갖다 대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발로 차며 저항하다가 침대에서 떨어졌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피해자는 자신이 성기 삽입을 시도하였으나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들키면 안 된다고 하면서 관계를 거부하여 성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어, 당시 성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는바, 원심판결 이유대로 서로 동의하에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것이라면 피고인이 갑자기 이를 거부하고 성관계로 나아가지 않은 특별한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나) 이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삼은 음식점이나 모텔의 CCTV 영상은 사건 당일 저녁식사 상황 내지 모텔 객실에 들어가기까지 경위에 관한 자료일 뿐, 그 영상만으로 그 후 객실에서 벌어진 성적 접촉에 관하여 당사자들이 합의하였다고 추정하기 어렵다. 특히 피고인이 당일 자신의 주량을 초과하여 술을 마신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다) 피해자는 이 사건 다음 날 공소외 2로부터 폭행을 당하였고 그 직후 피고인, 공소외 2, 공소외 3이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에게 사과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의 주장대로 피고인의 동의하에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라면 피고인의 동거인이자 자신보다 나이가 어려 동생으로 대우하던 공소외 2가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에 대한 성적 접촉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사과를 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라) 공소외 2는 피해자에게 멍이 든 피고인의 무릎이나 허벅지 등 사진을 보내었는데, 이러한 멍이 통상적으로 발생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건 당일 이 사건 모텔에서 원하지 않는 어떠한 신체적 접촉이나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마) 피고인은 사건 당일 피해자가 이 사건 모텔에서 먼저 나간 후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다. 피고인은 당시 병원에 실려간 후 ⁠‘구토를 동반한 메스꺼움(Nausea with vomitting)’ 증상을 호소하였는데, 평소 발작성 심방세동을 앓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러한 증상 발현이 사건 당일의 충격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것이 원하지 않는 성적 접촉 시도와 무관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사건 당일 피고인이 많은 양의 술을 마신 상태였음을 추단케 하는 사정에 해당함은 분명하다.
바) 피해자는 사건 발생 다음 날 공소외 2 등 앞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할 때 피고인에게 가게를 넘겨준다는 취지의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이고, 그다음 날 공소외 2를 만난 자리에서 게임방을 같이 동업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하기도 하였다. 그로부터 이틀 후 피고인은 공소외 2가 이 사건을 계속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사건 발언과 함께 피해자에게 추가 합의금의 지급을 요구하였다. 그 후 피해자는 합의금을 요구하는 피고인에게 시간을 일주일 정도 달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하였다.
사) 피고인은 피해자가 합의금 지급을 거절하자 더이상 이를 요구하지 않고 곧바로 피해자를 준강간상해죄로 고소하였다. 피해자는 이에 대하여 무고 고소 등으로 대응하지 않다가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이후에야 피고인을 공갈미수로 고소하였다.
5) 피고인으로서는 준강간상해의 범죄피해자로서 자신을 인식하며 피해자를 고소하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합의금을 요구한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자신이 입은 피해나 주변 상황 등에 대한 다소의 과장이나 강조가 있다고 하여 이를 섣불리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는 권리의 행사라거나 권리남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합의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동거인인 공소외 2의 폭력성을 강조하면서 공소외 2의 분노를 무마하기 위한 것임을 드러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고소사실 및 고소에 이르게 된 정황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 이 사건에서 공소외 2는 실제로도 이 사건 다음 날 피고인의 성폭행 피해 주장을 듣고 피해자를 찾아가 폭력을 행사하였고, 이 사건 발언이 있던 날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멍든 사진을 보내며 성폭력 가해행위에 대하여 항의하는 한편 수사기관에 피해자의 성폭력행위를 신고하기도 하였는바, 이 사건 발언에 담긴 공소외 2의 폭력성에 관한 언급이 다소 과장된 것일지언정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대법원 2020. 8. 27. 선고 2020도1842 판결 등 참조),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가해자를 지목하여 합의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행한 언동에 대하여 피고인의 정당한 권리 실현이 아니었다고 단정하는 데는 신중하여야 한다. 더구나 이 사건 발언 내용 중 위해의 고지를 구성하는 주요한 부분은 ⁠‘합의금을 안 주면 공소외 2가 너를 어떻게 할지 모른다. 공소외 2가 칼을 품고 다닌다.’는 것인데, 이에 관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을 고소한 이후 경찰 조사를 받으며 피고인은 ⁠‘실제 공소외 2가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그때도 공소외 2가 집에서 칼을 가지고 나가는 것을 제가 빼앗았다. 칼을 차고 나가려 할 때마다 이를 제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변소의 진실 여부에 관한 추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고인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볼 만한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
6) 피해자와 이 사건 모텔에 자의로 들어갔던 피고인으로서는 성범죄 피해자로서의 인식 내지 감정과 함께 동거관계에 있던 공소외 2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감을 동시에 가질 수도 있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2의 화를 잠재우기 위해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정당한 권리 실현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피고인은 고소 전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하였을 뿐, 피해자를 고소한 후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한 적이 없고, 피해자에게 어떠한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 피고인의 합의금 요구가 일회적이었던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에게 공갈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반면, 피해자는 실제로 금원을 피고인에게 지급한 적이 없고, 피고인을 무고가 아닌 공갈미수로만 고소하였다. 공갈죄에서 권리 실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가 이루어지는 경우 협박의 실행 착수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증명책임은 어디까지나 검사에게 있는바,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의 성폭력 행위와 공소외 2의 피해자에 대한 폭력행위 등 위협 상황을 합의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의도를 일부 가지고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 그 방법과 내용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어 권리남용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5,000만 원에 관한 불법영득의사나 공갈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한편 공소외 2의 경우 피고인에게 공갈죄나 무고죄 성립이 인정되는 경우 그 역시 공범으로 지목될 위험을 안고 있는 사람으로서, 2019. 9. 17. 피해자를 피고인에 대한 성폭력으로 112에 신고하기 전에 피해자로부터 합의할 시간을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이에 응하여 ⁠‘피고인이 계속 구(求)해서 이렇게 합의 보는 것이니 낼까지 마지막이다.’는 취지의 답을 하기도 하였음에도, 피해자에 대하여 무혐의처분이 내려지고 피고인이 공갈미수로 공소제기되자 당초 성폭력 고소사건에 대하여 진술할 때의 내용이나 태도와 달리 원심에서 ⁠‘피해자로부터 합의금 받는 것이 싫었고 피고인에게 피해자로부터 합의금을 받아오라고 말을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하기도 하였는바, 이러한 공소외 2의 법정진술을 피고인에 대한 공갈죄 성립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로 볼 수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유죄인정의 증명책임 및 공갈죄에 있어서 ⁠‘협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영재(재판장) 김상환 오경미(주심) 권영준

출처 :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도3794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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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고소 전 합의금 요구와 공갈미수죄 성립 판단 기준

2024도3794
판결 요약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며 합의금을 요구한 경우, 그 과정이 피해자 주장과 무관하게 불기소·무죄가 나왔더라도 즉시 공갈죄로 단정할 수 없으며, 공갈죄 성립 여부는 검사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엄격히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 합의금 요구 언동이 정당한 권리 실현의 수단인지, 공갈적 해악의 고지인지는 구체적 사정에서 판단되어야 하며, 피해자 주장 배척만으로 유죄 단정 불가.
#공갈죄 #성범죄 고소 #합의금 요구 #성폭력 피해 주장 #권리실현 수단
질의 응답
1.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며 합의금 요구 시 공갈죄가 성립되나요?
답변
권리 실현의 수단으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 특별히 권리남용에 이른 것이 아니라면 공갈죄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근거
대법원 2024도3794 판결은 성폭력 피해자를 자처하며 합의금을 요구한 것이 곧 공갈죄 해악의 고지로 되는 것은 아니며, 정당한 권리 실행 범주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2. 성범죄 고소가 불기소나 무죄로 종료됐으면 공갈미수죄가 성립하나요?
답변
불기소처분이나 무죄 판결만으로 합의금 요구가 허위임을 단정공갈죄로 볼 수 없습니다.
근거
대법원 2024도3794 판결은 수사종결 결과만으로 신고내용 허위 단정 불가하며, 같은 법리가 공갈죄 판단에서 정당한 권리 실현 여부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피고인 진술 신빙성이 배척된 경우 공갈죄 유죄판결의 근거가 될 수 있나요?
답변
피고인 진술만 신빙성 없다고 하여 유죄로 볼 수 없으며, 검사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공갈죄 성립을 적극 증명해야 합니다.
근거
대법원 2024도3794 판결은 공소사실 결정에 합리적 의심이 있으면 무죄로 판단해야 하므로,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부족만으로는 유죄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였습니다.
4. 합의금 요구 중 상대방의 폭력성을 언급했다면 공갈 범의가 인정되나요?
답변
해당 언동이 실제 정황과 무관치 않고, 권리 실현 범위 내에서 나온 것이라면 공갈죄의 범의 판단은 신중해야 합니다.
근거
대법원 2024도3794 판결은 주변인의 폭력성 강조나 과장도 실제 정황과 관련 있다면 사회통념범위에서 권리실현일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5. 피해자가 실제로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공갈미수죄 성립에 영향이 있나요?
답변
실제 재물이 이전되지 않았다면 미수죄 심사가 이루어지나, 공갈죄 성립 판단은 요구의 동기·수단과 증명 책임에 달려 있습니다.
근거
대법원 2024도3794 판결은 합의금 미수 상황이더라도 공갈의 고지가 권리 실현 범위 내라면 범죄구성 요건 불충족이라 판시하였습니다.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판결 전문

공갈미수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도3794 판결]

【판시사항】

 ⁠[1] 법관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볼 때 공소사실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무고죄의 판단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신고 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법리는 공갈죄 성립과 관련하여 정당한 권리 실현의 수단 내지 방법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특정인을 가해자로 지목하며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끼칠 것과 같은 언동을 하고 나아가 그 사람을 수사기관에 고소하였으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성폭력범죄 성립이 증명되지 않는 경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합의금과 관련하여 한 위와 같은 언동이나 고소행위가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써 사용된 것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고소인의 그러한 언행이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3]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범죄로 고소한 사실에 대하여 성범죄 피해자로서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된 경우, 이러한 사정을 피고인에 대한 공갈죄 판단에서 피고인의 진술을 배척하고 유죄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피고인이 甲으로부터 준강간상해죄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취지로 형사고소를 제기하였으나 관할 경찰서에서 불송치(혐의없음) 결정되었는데, 피고인은 위 고소제기 전 甲을 만나 준강간상해 피해를 주장하면서 해악을 고지하고 甲에게 5,000만 원 상당의 합의금을 요구함으로써, 피고인은 甲을 협박하여 피해자로부터 5,000만 원 상당의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려고 하였으나 甲이 이에 응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甲을 공갈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2] 형법 제156조, 제350조
[3] 형법 제297조, 제299조, 제301조, 제350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4] 형법 제156조, 제297조, 제299조, 제301조, 제350조, 제352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공2012하, 1367),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공2024상, 430) / ⁠[2]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공2019하, 1603),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20도1842 판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성지 파트너스 담당변호사 김의택 외 6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4. 2. 7. 선고 2023노704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남, 39세)과 지인으로 2021. 9. 14. 23:00경 피해자와 평택시 ⁠(주소 1 생략), ○○○ 모텔 305호(이하 ⁠‘이 사건 모텔’이라고 한다)에 투숙한 사실이 있고, 2021. 9. 21. 경기평택경찰서에 위 투숙 과정에서 피해자로부터 준강간상해죄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취지로 피해자에 대한 형사고소를 제기하였으나 그 사건은 2021. 11. 16. 경기평택경찰서에서 불송치(혐의없음) 결정되었다.
피고인은 위 고소제기 전인 2021. 9. 17. 15:30경 평택시 ⁠(주소 2 생략)에 있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호프집’에서 피해자를 만나 준강간상해 피해를 주장하면서 "나에게 합의금 5,000만 원을 주면 조용히 끝내겠다. 합의금을 안 주면 남자친구인 공소외 2가 너를 어떻게 할지 모른다. 공소외 2가 칼을 품고 다닌다. 칼부림이 난다. 공소외 2가 술 먹으면 눈깔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말하는(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고 한다) 등으로 해악을 고지하고 피해자에게 5,000만 원 상당의 합의금을 요구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협박하여 피해자로부터 5,000만 원 상당의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CCTV 영상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어깨를 팔로 감싸 안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리를 팔로 감싸 안은 채로 함께 모텔로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등 준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해악을 고지하여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이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한 것의 의미는, 법관은 검사가 제출하여 공판절차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여야 하고,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신을 가지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가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 있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자신의 주장 사실에 관하여 증명할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볼 때 공소사실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1. 9. 14. 저녁 평택시 소재 식당 ⁠‘□□□’에서 식사를 하면서 소주 2병, 복분자 3병을 나누어 마셨다.
2)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날 21:57경 위 식당으로부터 약 7.3㎞ 떨어져 있는 이 사건 모텔에 들어가 305호실에 투숙하였다.
3) 피해자는 2021. 9. 14. 자정 무렵 이 사건 모텔에서 나왔다.
4) 피고인은 2021. 9. 15. 02:15경 이 사건 모텔 객실에 있던 중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가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하였다. 당시 병원 진료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은 지병인 발작성 심방세동 증상과 함께 구토를 동반한 메스꺼움 증상을 보였다.
5) 피고인의 동거인인 공소외 2는 응급실에서 피고인을 만난 후 2021. 9. 15. 14:30경 지인 공소외 3과 함께 피해자의 사무실을 찾아가 피고인에 대한 성폭행 행위에 대해 항의하며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피해자는 공소외 2에게 사과하였다. 이어 피해자는 공소외 2 및 지인 공소외 3과 함께 그 앞에 있는 피고인의 영업장인 ⁠‘△△△호프집’으로 찾아가 피고인에게 잘못했다고 말하며 사과하였다. 그 이전에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호프집’의 임차권을 양수하면서 잔대금 채무 2,1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공증을 한 것이 있었는데,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피고인에게 가게를 넘겨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하였고, 그다음 날 공소외 2를 만나 게임장을 같이 동업하자고 말하기도 하였다.
6) 피고인은 2021. 9. 17. 15:30경 ⁠‘△△△호프집’에서 피해자를 만난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요구하면서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그 직후 피해자는 15:43경 피고인에게 일주일 시간을 달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공소외 2는 이와 별도로 같은 날 15:54경 피해자로부터 합의 문제와 관련하여 ⁠‘일주일도 안 되나?’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피해자를 고소해서 처벌받게 하고 싶지만 피고인이 계속 구(求)해서 이렇게 합의 보는 것이니 낼까지 마지막이다.’는 취지의 답을 하기도 하였다.
7) 공소외 2는 2019. 9. 17. 15:54경 피해자에게 멍이 든 피고인의 무릎 사진을 보내며 ⁠‘동생 여자를 이렇게 할 수 있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때린 적 없어. 어디서 생긴 상처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랑 상관 없다.’고 답하였다가, 다시 피고인의 질책에 화장실에서 넘어지면서 무릎에 상처가 생긴 것이라고 말하였다.
8) 공소외 2는 2021. 9. 17. 23:20경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다고 112 신고를 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성폭행 사실을 항의하면서 ⁠‘내가 작업 칠 사람으로 보였나? 공소외 2가 지금 신고했다. 조용히 마무리하라고 했잖아. 알았다. 법정에서 보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그 이후로는 합의금을 언급한 적이 없다.
9) 피고인이 2021. 9. 18. 경찰서에서 진술하면서 무릎과 허벅지 부분의 멍과 찰과상 등 사진을 제출하였고, 경찰서에서 추가로 멍든 부분 사진을 촬영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2021. 9. 21. 경기평택경찰서에 피해자를 준강간상해죄로 고소하였다.
10) 피해자는 2021. 11. 16. 위 준강간상해 고소사실에 대하여 혐의없음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피해자는 2022. 3. 11. 피고인을 공갈미수로 고소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공갈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모텔에서 준강간상해죄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고, 피고인은 그로부터 며칠 후 피해자를 준강간상해죄로 고소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피해자에게 한 말이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피고인의 이러한 언행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준강간상해죄에 대한 형사소송법상 고소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또는 당시 피고인에게 준강간상해죄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이 범죄피해자의 고소권 행사에 수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서 사용된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면, 그것이 권리남용에 이를 정도의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갈죄를 구성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피고인은 이 사건 모텔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부터 피해자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전해 들은 공소외 2는 사건 다음 날 피해자를 찾아가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폭행하였으며, 피해자는 같은 날 피고인, 공소외 2 및 지인 공소외 3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였고, 그 자리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인수한 호프집을 피고인 측에 주겠다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2021. 9. 17. 피해자에게 합의금 5,000만 원의 지급을 요구하면서 이 사건 발언을 하였는데, 공소외 2가 피해자를 신고하고 피해자가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며 합의할 의사를 보이지 않자 더이상 이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그로부터 4일 후 수사기관에 이 사건 모텔에서 피해자로부터 준강간상해죄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때,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준강간상해죄에 대한 고소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아래에서 인정하는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당시 피고인에게 준강간상해죄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2) 무고죄의 판단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신고 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법리(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20도1842 판결 등)는 공갈죄 성립과 관련하여 정당한 권리 실현의 수단 내지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특정인을 가해자로 지목하며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끼칠 것과 같은 언동을 하고 나아가 그 사람을 수사기관에 고소한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피고소인)의 성폭력범죄 성립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하여 바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합의금과 관련하여 한 위와 같은 언동이나 고소행위가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써 사용된 것이 아니라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된다. 나아가 고소인의 그러한 언행이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당연히 해당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준강간상해죄로 고소한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문자메시지나 통화 내용, CCTV 영상 등을 근거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의 불송치 결정을 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피해자의 준강간상해 혐의에 관하여 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고 더욱이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죄로 고소한 바도 없어 준강간강해에 관한 피고인의 고소사실이 허위라는 점이 사법절차에 의하여 판단·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고소한 준강간상해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이를 부인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만연히 성관계를 비롯한 성적 접촉에 관한 동의나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고,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고소 전 합의과정에서 피고인이 한 이 사건 발언을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라고 판단한 것은 공갈죄에서 유죄인정의 증명책임의 원칙에 반한다.
3)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범죄로 고소한 것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피해자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가 각각 제출되었고 그것들이 함부로 배척하기 어려운 나름의 합리성을 갖춘 상황이라면, 증명책임의 원칙상 유죄의 증명을 다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해당 고소사실에 대하여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라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고, 동시에 피고인이 고소권의 행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끼칠 것처럼 해악의 고지를 한 것이 공갈죄를 구성하는지에 대하여도 증명책임의 원칙상 유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즉, 피고인의 고소사실에 대하여 성범죄 피해자로서의 피고인의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되었다고 하여, 이러한 사정을 피고인에 대한 위 공갈죄 판단에서 피고인의 진술을 배척하고 유죄의 근거로 삼는 것은 사실상 피고인의 유죄를 추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4)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전제하에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1. 9. 14. 저녁을 같이 먹고 모텔에 들어가 서로 동의하에 성적 접촉을 하였다고 보았으나, 아래와 같은 사정을 볼 때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합의된 성적 접촉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이 사건 발언을 할 때 자신을 준강간상해죄의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
가) 피고인 및 공소외 2와 피해자는 모두 조선족 출신으로서 서로 잘 알고 지내왔는데,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은 공소외 2와 사이에 생긴 불화를 상의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만나 술을 마시다가 이 사건 모텔에 같이 들어가게 되었는데, 피고인은 사건 당일 모텔 객실 내에서 있었던 상황에 관하여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즉, 피고인은 만취하여 모텔 객실에서 잠이 들었는데 피해자가 가슴이 크다고 하면서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것을 느끼고 잠에서 깼고, 피고인의 옷이 다 벗겨져 있는 상태였으며, 피해자가 무릎으로 피고인의 다리를 누르고 음부에 성기를 갖다 대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발로 차며 저항하다가 침대에서 떨어졌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피해자는 자신이 성기 삽입을 시도하였으나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들키면 안 된다고 하면서 관계를 거부하여 성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어, 당시 성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는바, 원심판결 이유대로 서로 동의하에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것이라면 피고인이 갑자기 이를 거부하고 성관계로 나아가지 않은 특별한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나) 이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삼은 음식점이나 모텔의 CCTV 영상은 사건 당일 저녁식사 상황 내지 모텔 객실에 들어가기까지 경위에 관한 자료일 뿐, 그 영상만으로 그 후 객실에서 벌어진 성적 접촉에 관하여 당사자들이 합의하였다고 추정하기 어렵다. 특히 피고인이 당일 자신의 주량을 초과하여 술을 마신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다) 피해자는 이 사건 다음 날 공소외 2로부터 폭행을 당하였고 그 직후 피고인, 공소외 2, 공소외 3이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에게 사과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의 주장대로 피고인의 동의하에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라면 피고인의 동거인이자 자신보다 나이가 어려 동생으로 대우하던 공소외 2가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에 대한 성적 접촉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사과를 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라) 공소외 2는 피해자에게 멍이 든 피고인의 무릎이나 허벅지 등 사진을 보내었는데, 이러한 멍이 통상적으로 발생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건 당일 이 사건 모텔에서 원하지 않는 어떠한 신체적 접촉이나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마) 피고인은 사건 당일 피해자가 이 사건 모텔에서 먼저 나간 후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다. 피고인은 당시 병원에 실려간 후 ⁠‘구토를 동반한 메스꺼움(Nausea with vomitting)’ 증상을 호소하였는데, 평소 발작성 심방세동을 앓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러한 증상 발현이 사건 당일의 충격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것이 원하지 않는 성적 접촉 시도와 무관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사건 당일 피고인이 많은 양의 술을 마신 상태였음을 추단케 하는 사정에 해당함은 분명하다.
바) 피해자는 사건 발생 다음 날 공소외 2 등 앞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할 때 피고인에게 가게를 넘겨준다는 취지의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이고, 그다음 날 공소외 2를 만난 자리에서 게임방을 같이 동업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하기도 하였다. 그로부터 이틀 후 피고인은 공소외 2가 이 사건을 계속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사건 발언과 함께 피해자에게 추가 합의금의 지급을 요구하였다. 그 후 피해자는 합의금을 요구하는 피고인에게 시간을 일주일 정도 달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하였다.
사) 피고인은 피해자가 합의금 지급을 거절하자 더이상 이를 요구하지 않고 곧바로 피해자를 준강간상해죄로 고소하였다. 피해자는 이에 대하여 무고 고소 등으로 대응하지 않다가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이후에야 피고인을 공갈미수로 고소하였다.
5) 피고인으로서는 준강간상해의 범죄피해자로서 자신을 인식하며 피해자를 고소하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합의금을 요구한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자신이 입은 피해나 주변 상황 등에 대한 다소의 과장이나 강조가 있다고 하여 이를 섣불리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는 권리의 행사라거나 권리남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합의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동거인인 공소외 2의 폭력성을 강조하면서 공소외 2의 분노를 무마하기 위한 것임을 드러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고소사실 및 고소에 이르게 된 정황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 이 사건에서 공소외 2는 실제로도 이 사건 다음 날 피고인의 성폭행 피해 주장을 듣고 피해자를 찾아가 폭력을 행사하였고, 이 사건 발언이 있던 날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멍든 사진을 보내며 성폭력 가해행위에 대하여 항의하는 한편 수사기관에 피해자의 성폭력행위를 신고하기도 하였는바, 이 사건 발언에 담긴 공소외 2의 폭력성에 관한 언급이 다소 과장된 것일지언정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대법원 2020. 8. 27. 선고 2020도1842 판결 등 참조),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가해자를 지목하여 합의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행한 언동에 대하여 피고인의 정당한 권리 실현이 아니었다고 단정하는 데는 신중하여야 한다. 더구나 이 사건 발언 내용 중 위해의 고지를 구성하는 주요한 부분은 ⁠‘합의금을 안 주면 공소외 2가 너를 어떻게 할지 모른다. 공소외 2가 칼을 품고 다닌다.’는 것인데, 이에 관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을 고소한 이후 경찰 조사를 받으며 피고인은 ⁠‘실제 공소외 2가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그때도 공소외 2가 집에서 칼을 가지고 나가는 것을 제가 빼앗았다. 칼을 차고 나가려 할 때마다 이를 제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변소의 진실 여부에 관한 추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고인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볼 만한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
6) 피해자와 이 사건 모텔에 자의로 들어갔던 피고인으로서는 성범죄 피해자로서의 인식 내지 감정과 함께 동거관계에 있던 공소외 2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감을 동시에 가질 수도 있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2의 화를 잠재우기 위해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정당한 권리 실현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피고인은 고소 전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하였을 뿐, 피해자를 고소한 후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한 적이 없고, 피해자에게 어떠한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 피고인의 합의금 요구가 일회적이었던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에게 공갈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반면, 피해자는 실제로 금원을 피고인에게 지급한 적이 없고, 피고인을 무고가 아닌 공갈미수로만 고소하였다. 공갈죄에서 권리 실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가 이루어지는 경우 협박의 실행 착수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증명책임은 어디까지나 검사에게 있는바,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의 성폭력 행위와 공소외 2의 피해자에 대한 폭력행위 등 위협 상황을 합의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의도를 일부 가지고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 그 방법과 내용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어 권리남용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5,000만 원에 관한 불법영득의사나 공갈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한편 공소외 2의 경우 피고인에게 공갈죄나 무고죄 성립이 인정되는 경우 그 역시 공범으로 지목될 위험을 안고 있는 사람으로서, 2019. 9. 17. 피해자를 피고인에 대한 성폭력으로 112에 신고하기 전에 피해자로부터 합의할 시간을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이에 응하여 ⁠‘피고인이 계속 구(求)해서 이렇게 합의 보는 것이니 낼까지 마지막이다.’는 취지의 답을 하기도 하였음에도, 피해자에 대하여 무혐의처분이 내려지고 피고인이 공갈미수로 공소제기되자 당초 성폭력 고소사건에 대하여 진술할 때의 내용이나 태도와 달리 원심에서 ⁠‘피해자로부터 합의금 받는 것이 싫었고 피고인에게 피해자로부터 합의금을 받아오라고 말을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하기도 하였는바, 이러한 공소외 2의 법정진술을 피고인에 대한 공갈죄 성립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로 볼 수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유죄인정의 증명책임 및 공갈죄에 있어서 ⁠‘협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영재(재판장) 김상환 오경미(주심) 권영준

출처 :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도3794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