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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박탈 차별인가

2022누32797
판결 요약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동성 커플의 한쪽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서 배제하고 지역가입자로 변경한 처분에 대해, 성적 지향만을 이유로 사실혼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것은 평등원칙 위반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법원은 동성결합도 생활공동체 실질이 인정되면, 피부양자에서 제외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동성 커플 #동성 결혼 #사실혼
질의 응답
1. 동성 부부(동거 커플)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될 수 있나요?
답변
이성과 동성의 구분 외에 생활공동체의 실질이 사실혼과 같다면,동성결합 상대방도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근거
서울고법 2022누32797 판결은 성적 지향만을 이유로 사실혼과 유사한 생활공동체의 피부양자를 차별하는 행정처분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2.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동성 파트너의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 박탈하고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나요?
답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고, 동성결합 상대방을 사실혼 배우자와 다른 기준으로 박탈하면 위법합니다.
근거
서울고법 2022누32797 판결은 동성결합 상대방의 피부양자 박탈 처분을 평등 원칙 위반으로 취소하였으며, 구체적 정당한 사유 제시가 없어서 자의적 차별로 인정하였습니다.
3. 동성 파트너가 피부양자에서 제외될 경우 절차적으로 문제는 없나요?
답변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 제공 없는 자격 박탈 처분은 절차적으로도 위법합니다.
근거
서울고법 2022누32797 판결은 피부양자 자격 박탈은 권익 제한이므로,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의견제출 절차를 위반하면 위법하다고 밝혔습니다.
4. 현행법상 동성 커플을 '사실혼'으로 인정하나요?
답변
민법과 대법원 해석상 현행법은 사실혼을 남녀 간 결합으로 한정하여,동성 커플을 사실혼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근거
서울고법 2022누32797 판결은 동성 간 사실혼은 현행법상 인정되지 않으나, 피부양자 제도 취지상 실질이 같으면 차별 불허로 판시했습니다.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판결 전문

보험료부과처분취소

 ⁠[서울고법 2023. 2. 21. 선고 2022누32797 판결 : 상고]

【판시사항】

甲이 동성인 乙과 교제하다가 서로를 반려자로 삼아 함께 생활하기로 합의하고 결혼식을 올린 후 동거하던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乙의 사실혼 배우자로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를 하여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등록되었는데,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甲을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이 ⁠‘착오 처리’였다며 甲에 대한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키고 지역가입자로 甲의 자격을 변경 처리한 후 그동안의 지역가입자로서의 건강보험료 등을 납입할 것을 고지한 사안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동성결합 상대방인 甲을 사실혼 배우자와 차별하여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는 위 처분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甲이 동성인 乙과 교제하다가 서로를 반려자로 삼아 함께 생활하기로 합의하고 결혼식을 올린 후 동거하던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乙의 사실혼 배우자로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를 하여 甲이 乙의 피부양자(사실혼 배우자)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등록되었는데,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甲을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이 ⁠‘착오 처리’였다며 甲에 대한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키고 지역가입자로 甲의 자격을 변경 처리한 후 그동안의 지역가입자로서의 건강보험료 등을 납입할 것을 고지한 사안이다.
위 처분은 甲을 피부양자로 등록하였다가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박탈하는 것으로 甲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에 해당함에도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고, 한편 혼인에 관한 헌법 및 민법 규정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해석례에 비추어 보면, 사실혼의 성립 요건인 ⁠‘혼인의사’ 또는 ⁠‘혼인생활’에서의 ⁠‘혼인’ 역시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풍속적으로 정당시 되는 결합’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甲과 乙이 서로를 반려자로 맞아 함께 생활할 것에 합의하고, 사회적으로 이를 선언하는 의식을 치렀으며, 상당 기간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여 동거하면서 서로에 대한 협조와 부양책임을 지는 등 외견상 우리 사회 내에서 혼인관계에 있는 자들의 공동생활과 유사한 관계를 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甲과 乙 사이에 사실혼 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지만, 피부양자 제도의 의미 및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① ⁠‘사실혼 배우자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집단과 ② ⁠‘동성(同性)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는 사람(이하 ⁠‘동성결합 상대방’이라 한다)의 집단은 그들이 ⁠‘성적 지향(性的指向, sexual orientation)에 따라 선택한 생활공동체의 상대방인 직장가입자가 그들과 이성(異性)인지 동성(同性)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볼 수 있으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성 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 관계인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달리 취급하는 차별대우에 해당하고, 그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가 없어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므로, 위 처분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행정기본법 제9조,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제1호


【전문】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지림 외 5인)

【피고, 피항소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기영조)

【제1심판결】

서울행법 2022. 1. 7. 선고 2021구합55456 판결

【변론종결】

2023. 1. 10.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20. 11. 23. 원고에 대하여 한 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남성)는 2012년 소외인(남성)을 만나 2013년부터 교제해 왔고, 서로를 반려자로 삼아 함께 생활하기로 합의하여 2017. 2.경부터 같은 주소지에서 동거하여 왔으며, 2019. 5. 25.에는 양가 가족 및 친지들에게 대외적으로 이를 알리는 ⁠‘소소한 결혼식’이라는 의식을 치렀다.
 
나.  소외인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사업장명 생략)’(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취업하여 2016. 3. 1. 자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되었고, 원고는 이후 건강 문제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 2018. 12. 1. 자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었다.
 
다.  소외인은 2020. 2. 10. 피고의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동성 커플임을 밝히면서 피부양자 자격취득에 관하여 문의하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하였다.
제목사실혼 관계의 상대방을 저의 피부양자로 등록하고자 합니다.질문혼인신고를 하지 못했지만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를 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저희는 동성 부부라 한국에서는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저희는 동거하고 있고, 결혼식을 올린 사실혼 관계에 있습니다.저희도 다른 이성 부부들과 같이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를 할 수 있는지 여부와 만약 가능하다면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 절차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라.  피고 소속 담당 직원은 2020. 2. 11. 소외인에게 ⁠‘피부양자 자격취득이 가능하다.’고 답변하면서 관련 절차와 서류를 안내하였다.
 
마.  이에 소외인은 2020. 2. 26. 이 사건 사업장을 통해 ⁠‘원고와 혼인의 의사로 부부공동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혼 관계 인우보증서를 첨부하여 피고에게 원고의 피부양자(사실혼 배우자) 자격취득 신고(이하 ⁠‘이 사건 신고’라 한다)를 하였는데, 피고 소속 담당 직원은 이를 그대로 수리하여 피고의 전산망에 원고가 2020. 2. 26. 자로 소외인의 피부양자(사실혼 배우자)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등록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홈페이지에서 자격확인서를 발급받아 원고가 소외인의 피부양자로 자격이 변동된 것을 확인하였고, 이후에는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소외인의 피부양자 자격으로 보험급여를 받아왔다.
 
바.  원고가 소외인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실이 2020. 10. 23. 언론에 보도되었다. 보도를 통해 이를 인지한 피고 소속 담당 직원은 같은 날 소외인에게 전화를 걸어 원고를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이 ⁠‘착오 처리’였다고 설명하였고, 전화 통화 후 원고에 대한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키고 원고가 2020. 3. 5. 자로 지역가입자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원고의 자격을 변경 처리한 후, 2010. 10. 27. ⁠‘피부양자 인정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이 사건 사업장으로 이 사건 신고 시 접수된 서류를 반송하였다.
 
사.  피고는, 원고가 2020. 3. 5.부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였음을 전제로, 2020. 11. 23. 원고에게 8개월(2020. 3.~2020. 10.)분의 건강보험료 및 장기요양보험료 합계 115,560원을 납입할 것을 고지하였다(위 고지는 피고의 자격변경 처리에 따라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이 소급하여 박탈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그러한 자격변경 처리의 결과가 원고에게 처음으로 통보된 것이므로, 위 고지에는 ⁠‘원고에 대한 자격변경 통보’가 포함된 것으로 볼 것이다. 다만 2020. 10. 23.에는 내부적인 변경처리만 있었을 뿐이고, 이후 자격변동의 결과가 기재된 2020. 11. 23. 자 납입고지서의 송달에 의하여 원고에게 통지되었으므로, 처분의 성립일은 2020. 11. 23.이 된다. 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15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절차적 하자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기 전 원고에게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행정절차법 제21조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
 
나.  실체적 하자
1) 피고는 그간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인 ⁠‘배우자’의 범위에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다. 원고와 소외인은 같은 남성이기는 하나 서로를 반려자로 맞이하여 사랑하고 부양하며 함께 살아가기로 합의하였고, 상당 기간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친척 및 지인들 앞에서 대외적으로 이를 선언하고 확인하여 사회적 승인도 받았으므로, 그 실질은 혼인 관계와 다르지 않다.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건강보험제도에서 보호대상이 되는 ⁠‘사실혼’은 ⁠‘이성 간의 결합’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사실혼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음에도 그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사회보장제도에서 보호대상이 되는 사실혼의 범위는 해당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사실혼을 보호하는 취지에 맞게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사법 관계에서 보호대상이 되는 사실혼 개념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 실제로 피고는 직장가입자 자격관리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제1호에 규정된 피부양자의 요건인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도 포함되는 것으로 실무를 운영하면서 사실혼 관계의 확인을 위한 서류심사도 다른 사회보장제도보다 완화하고 있는바, 이는 피고가 건강보험제도의 목적과 피부양자 제도의 취지에 따라 사실혼의 범위를 넓게 인정해 왔음을 드러낸다.
나) 혼인이 이성 간의 결합을 전제로 한다는 것은 고정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오히려 혼인을 이성 간의 결합으로 제한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애와 혼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다) 사실혼 법리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서 법률혼으로 인정될 수는 없지만, 혼인의 의사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질이 있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는 신분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발전한 것인데, 혼인의 의사로 부부공동생활을 하는 동성 커플은 오히려 인권의 측면에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라) 헌법과 민법이 동성 간의 결합을 혼인의 개념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거나 반윤리적·반공익적이라고 전제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2) 설령 동성 커플 사이에는 사실혼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더라도,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동성 커플은 사실혼 관계로 인정되는 이성 커플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므로, 단지 원고와 소외인의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차별취급에 해당한다.
3) 대한민국이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은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내법과 동일하게 법률적 효력을 가지고 직접적인 재판규범이 될 수 있으므로, 만약 그 내용이 국내법과 상충하는 경우 해당 국내법은 위헌으로 추정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신법 및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 처분은 자유권규약과 사회권규약을 포함하여 대한민국이 비준·가입한 7대 핵심 국제인권조약에 반하는바, 사회권위원회의 일반논평, 사회권규약 국가보고 절차에 대한 위원회의 최종견해의 취지 등을 참고할 때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절차적 위법에 대한 판단 
가.  관련 규정
1)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미리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제3호), ⁠‘제3호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제4호)’ 등의 사항을 당사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다만 법령 등에서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 점용료·사용료 등 금전급부를 명하는 경우 등 그 요건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행정청의 금액산정에 재량의 여지가 없거나 요율이 명확하게 정하여져 있는 경우 등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 따른 통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같은 법 제21조 제4항, 제5항,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제5호).
2) 국민건강보험법 제69조, 제77조 제2항에 의하면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납부할 의무가 있고, 피고는 보험료의 납부의무자로부터 보험료를 징수한다. 피고가 보험료를 징수하려면 그 금액을 결정하여 납부의무자에게 납부해야 하는 금액 등을 적은 문서로 납입 고지를 하여야 하는데(제79조 제1항), 국민건강보험법은 제69조 제5항, 제72조, 제73조에서 지역가입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산정방법과 요율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른 구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2022. 8. 31. 대통령령 제328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 제42조 제1항, 구 ⁠「월별 건강보험료액의 상한과 하한에 관한 고시」(보건복지부고시 제2019-336호) 제2조, 제3조 등은 소득과 재산을 고려한 보험료 산정의 방법과 월별 보험료액의 상한 및 하한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나.  판단
1) 피고는 이 사건 처분에 앞서 원고에게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사실 자체는 다투지 아니하면서, 피고에게는 보험료 산정에 재량의 여지가 없고 관련 법령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여 부과하였을 뿐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4항, 제5항,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5호에 따라 사전통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은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가) 원고는 소장 및 2022. 3. 30. 자 준비서면 등을 통해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지역가입자 자격 취득일을 2020. 3. 5.로 변경하여 보험료를 소급부과하는 처분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사전통지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하였고, 원고와 피고가 제1심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주로 다투어 온 바도 ⁠‘피고가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에서 취소를 구하는 대상은 2020. 11. 23. 자 납입고지서의 내용 중 보험료 고지 부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피부양자 자격 박탈을 내용으로 하는 자격변경 통보 부분까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피고는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6두41729 판결을 근거로 이 사건 처분 중 자격변경 통보 부분은 처분성이 없어 사전통지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위 판결례는 직장가입자가 별도 처분 등의 개입 없이 법령에 따라 지역가입자로 자격이 변동된 사안에 관한 것이므로, 피고의 자격변경 처리라는 행위로 인해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이 변경된 이 사건에는 적용될 수 없다. 피고는 2020. 10. 23. 원고와 소외인이 동성 커플이라는 점을 이유로 당초 이 사건 신고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여 직권으로 원고의 자격을 변경하고 이를 통지하였는바, 이와 같은 피고의 자격변경 통보는 공권력의 행사로서 처분에 해당한다.
다) 피고가 이 사건 신고를 수리하고 원고를 피부양자로 등록하였다가 자격변경 통보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시킨 것은 ⁠‘원고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에 해당한다. 피고는, 원고가 자격변경으로 인해 소급하여 부담하게 된 보험료가 소액이라는 점을 들어 자격변경의 통보에 대하여 사전통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이는 그 주장 자체로 이유 없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박탈하는 처분으로 그 결과 향후 원고에게는 지역가입자 지위에서 계속하여 보험료를 납부할 의무가 발생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이를 소액이라고 할 수도 없다.
2) 결국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고, 이 사건 처분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
 
5.  실체적 위법에 대한 판단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피고가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로 원고를 소외인의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이므로,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위법에 관하여도 판단한다.
 
가.  사실혼 관계 인정 여부
1)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참조).
2) 원고와 소외인은 서로를 반려자로 맞아 함께 생활할 것에 합의하고, 사회적으로 이를 선언하는 의식도 치렀으며, 상당 기간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여 동거하면서 서로에 대한 협조와 부양책임을 지는 등 외견상 우리 사회 내에서 혼인관계에 있는 자들의 공동생활과 유사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사실혼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우리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兩性)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역시 양성의 구별과 그 결합을 전제로 혼인한 당사자를 부부(夫婦), 혹은 부(夫) 또는 처(妻), 남편과 아내라는 용어로(민법 제826조, 제827조, 제847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등) 지칭하며, 자녀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부모(父母)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민법 제772조, 제781조 등). 이에 대법원 역시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풍속적으로 정당시 되는 결합이다.’(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대법원 2000. 4. 21. 선고 99므2261 판결,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므248 판결,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므4734, 4741 판결 등 참조),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선언하고 있는바, 혼인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정신적 결합으로 성립하는 것으로서, 우리 민법은 이성(異性) 간의 혼인만을 허용하고 동성(同性) 간의 혼인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는 등으로 판시하여, 혼인의 본질을 이성(異性)인 남녀 간의 결합으로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혼인이 1남 1녀의 정신적·육체적 결합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변화가 없다.’(헌법재판소 1997. 7. 16. 선고 95헌가6 전원재판부 결정) 또는 ⁠‘혼인은 근본적으로 애정과 신뢰를 기초로 하여 남녀가 결합하는 것’(헌법재판소 2011. 11. 24. 선고 2009헌바146 전원재판부 결정)이라고 판시하여, 그와 같은 입장이다. 현행법상 ⁠‘혼인’에 대한 위와 같은 해석례에 비추어 보면, 사실혼의 성립 요건인 ⁠‘혼인의사’ 또는 ⁠‘혼인생활’에서의 ⁠‘혼인’ 역시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풍속적으로 정당시 되는 결합’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원고는,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사회보장 영역에서는 법률마다 사실혼의 요건 및 보호범위가 상이하고, 대법원도 각 제도별로 사실혼 관계의 인정 범위를 다르게 보고 있으므로, 피부양자 제도의 취지 및 보호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보장 제도별로 사실혼 관계에 대해 달리 취급하는 것은 그 입증의 방법 및 정도일 뿐이고(갑 제17호증), 사실혼의 의미 내지 요건을 달리 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으며, 원고가 제시하는 판결례들은 이 사건과 상이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3) 따라서 입법론으로는 몰라도, 현행법령의 해석론으로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인정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1) 행정법상 평등의 원칙
가) 행정법상 평등의 원칙이란 행정청이 행정작용을 행하면서 합리적 근거가 없는 한 모든 행정객체를 동등하게 처우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위 원칙은 당초 헌법 제11조 제1항 평등조항을 근거로 학설·판례를 통하여 행정법의 일반원칙으로 생성·발전된 것이지만, 현재는 행정기본법 제9조에 의해 명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여기서 평등은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근거가 있는 한 차별적 조치가 가능하다는 소위 상대적 의미의 평등을 의미한다. 즉,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또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의 금지를 의미한다. 결국 행정청은 헌법상 평등원칙 및 행정기본법 제9조에 따라,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모든 국민을 동등하게 처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평등의 원칙은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대하여도(오히려 재량행위에 있어서 더욱) 적용된다. 행정청이 자신의 재량행사의 지침을 정하는 내부준칙을 제정하여 그에 따라 재량권을 행사하는 경우나 행정청이 장기간 일정한 방향으로 재량을 행사함으로써 행정관행이 확립된 경우, 내부준칙이나 확립된 행정관행으로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벗어나지 못하므로, 행정청에 대한 평등원칙의 적용은 행정의 자기구속의 형태로 나타난다.
나) 행정법상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은 헌법상 평등권 침해에 대한 심사구조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즉, 첫 번째 단계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대우했는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대우했는지를 확정해야 하고(차별대우의 확인), 차별대우가 확인된다면 두 번째 단계에서 엄격한 심사기준인 과잉금지원칙 또는 완화된 심사기준인 자의금지원칙에 따라 심사하여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면, 건강보험사업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주관하되(제2조),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과 동시에 설립된 특수공익법인(제15조)인 피고가 건강보험의 보험자가 되어(제13조) 피부양자의 자격 관리 등의 업무를 관장하는(제14조 제1항 제1호) 행정청이 되므로, 행정청인 피고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된 행위에 대하여는 평등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2) 사실혼 배우자에 관한 사회보장 법령의 내용과 피고의 재량권 행사
가) 국민연금법(제3조 제2항), 공무원연금법[제3조 제1항 제2호 ⁠(가)목], 군인연금법[제3조 제1항 제4호 ⁠(가)목],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5조 제3호), 고용보험법(제57조 제1항), 근로기준법 시행령(제48조 제1항 제1호) 등과 같은 사회보장 관련 법령은 대부분(통상 4대 사회보험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 건강보험 중 건강보험을 제외하고 모두 포함되어 있다) 수급자인 배우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이하 ⁠‘사실혼 배우자’라 한다)을 포함한다는 정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관한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제2항 제1호에서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중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서 소득 및 재산이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기준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할 뿐, 여기의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한다는 규정이나 배우자의 범위에 관한 위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같은 조 제3항의 위임에 따라 피부양자 자격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1호 ⁠[별표 1]의 부양요건이나 제2호 ⁠[별표 1의2]의 소득 및 재산요건에서도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구 의료보험법이 1963. 12. 16. 법률 제1623호로 제정될 당시 피보험자 외의 적용대상자인 근로자의 ⁠‘부양가족’을 정의하면서 배우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고 명시하였다가, 1976. 12. 22. 법률 제2942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적용대상자에 대한 표현을 ⁠‘피부양자’로 변경함과 동시에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을 삭제한 상태가 국민건강보험법(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되어 2000. 1. 1. 시행) 제정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된 결과이다.
나) 이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이 피부양자로 직장가입자의 ⁠‘배우자’를 열거하면서도 다른 사회보장 법령과 달리 그 배우자의 범위에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하지 않고 있는 점, 그와 같은 결과가 구 의료보험법 제정 당시 존재하던 사실혼 배우자 포함 내용을 삭제한 데서 비롯하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국민건강보험법 제정 당시 피부양자로서 건강보험 적용대상자인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에서 사실혼 배우자를 제외하려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법령의 해석상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에 당연히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피고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될 당시부터 내부준칙(그 명칭이 변경되어 온 것으로 보이나 현재의 명칭은 ⁠‘자격관리 업무지침’이다. 이하 ⁠‘업무지침’이라고 한다)을 통해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제1호의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에는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는 것으로 취급해 왔다. 피고는 과거 위 업무지침을 통해 ⁠‘이혼한 부부가 사실혼 관계가 된 경우’ 또는 ⁠‘사실혼 관계이지만 주민등록상 동일 주소지가 아닌 경우’에 사실혼 배우자임을 인정하면서도 피부양자에서는 제외하기도 하였으나, 국가인권위원회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각 시정권고에 따라 업무지침을 변경하여, 현재는 사실혼 배우자의 피부양자 인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은 피부양자로 제1호의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외에도 제2호의 ⁠‘직장가입자의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포함한다)’, 제3호의 ⁠‘직장가입자의 직계비속(배우자의 직계비속을 포함한다)과 그 배우자’에서도 ⁠‘배우자’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나, 피고는 업무지침을 통해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제1호의 배우자에만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는 것으로 인정하고, 제2호, 제3호의 배우자에는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다) 이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이 다른 사회보장 관련 법령과 달리 피부양자인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됨을 명시하지 않고 있고, 달리 피고에게 배우자의 범위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위임한 바 없음에도, 피고는 내부준칙인 업무지침을 통해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의 피부양자 중 제1호의 배우자와 제2호, 제3호의 배우자를 구별하고, 제1호의 배우자에만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는 것으로 취급해 왔다. 피고의 이러한 행위는 결국, 국민건강보험법이 피고에게 부여한 피부양자 자격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법이 인정하는 피부양자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비록 법령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더라도 직장가입자의 사실혼 배우자 본인에 대해서만은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스스로의 판단 아래 재량권을 행사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3) 차별대우의 확인
가) 행정청의 행위가 차별대우인지 여부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대우했는지, 또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대우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이 사건에서는 전자의 경우가 문제 되므로, 이하의 논의는 전자를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우선 다른 대우를 받아 비교되는 두 집단이 특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비교되는 집단 사이에 본질적인 동일성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바, 그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기준은 행위의 근거가 된 법규의 의미와 목적을 통해 밝혀야 한다(법률의 평등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1996. 12. 26. 선고 96헌가18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1. 11. 29. 선고 99헌마494 전원재판부 결정 등의 법리 참조).
나) 먼저, 이 사건에서 비교의 대상이 되는 두 집단과 이에 대한 피고의 대우에 관하여 본다.
 ⁠(1) 당사자의 주장과 이 사건에 현출된 자료를 종합하면, 이 사건에서 비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유의미한 두 집단은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① ⁠‘사실혼 배우자’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집단과 ② ⁠‘동성(同性)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원고는 후자의 사람을 ⁠‘동성 부부’ 또는 ⁠‘(동성) 사실혼 배우자’라고 표현하기도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아직 동성 간 혼인 또는 사실혼이 인정되지 않는 현행법하에서 그와 같은 표현은 개념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의 관계를 ⁠‘동성결합 상대방’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한편 위에서 말하는 동성결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동성이라는 점 및 그로 인한 불가피한 법적 제한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관계여야 한다. 따라서 ① 혼인의 의사와 유사한 합의로서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에 대한 상호 의사의 합치가 인정되어야 하고, ② 혼인의 실질과 유사한 밀접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로서의 실체가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위 각 집단에 속하는 사람은 당연한 전제로서 피부양자 요건(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고,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소득 및 재산요건, 부양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2) 피고는 직장가입자의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하여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직장가입자의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다.
다) 다음으로, 위 두 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어서 피고가 위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는 것이 차별대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1) 피고는 국민건강보험법이 부여한 피부양자의 자격 관리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위 두 집단을 달리 대우하고 있는 것이므로,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 두 집단을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취급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기준은 피부양자 제도의 의미 및 목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2) 이에 관하여 피고는, 피보험자인 근로자가 부양하는 가족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로 시작된 피부양자 제도의 연원 등에 비추어 보면, 피부양자 제도는 가족법을 중심으로 한 가족제도와 부양의무의 맥락에서 결정되어야 하는데, 사실혼 배우자는 민법상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부담하고, 일상가사 대리권 및 대리권 행사로 인한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등 가족법 제도 내에 있는 반면 동성결합 상대방은 그러한 권리·의무가 없으므로 위 두 집단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결합 상대방의 권리·의무가 다르므로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서 보건대, 사실혼의 경우에도 그와 같은 권리·의무는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혼 당사자의 의사에 기초하여 법률혼에 관한 규정들을 유추적용한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사실혼과 비교의 대상이 되는 동성결합은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에 대한 상호 간 의사의 합치 및 사실혼과 동일한 정도로 밀접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결국 사실혼과 동성결합에 의하여 발생하는 권리·의무의 내용은 본질적으로 이를 다르다고 할 수 없고, 설사 다소 상이한 점이 있더라도 이를 피부양자 제도의 관점에서 두 집단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 절대적 비교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나) 피고의 주장과 같이 두 집단의 비교기준을 가족제도 및 부양의무의 맥락에서 찾는다고 하더라도,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결합 상대방은 모두 법률적인 의미의 가족관계나 부양의무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라는 점에서 양자가 다르다고 할 수 없다. 이를 부연하면 다음과 같다.
구 의료보험법에서 시작하여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이르기까지 피부양자 제도가 기본적으로 가족에 대한 부양을 근간으로 하여 설계되어 왔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인정하는 피부양자의 범위는 법률이 정한 가족 및 부양의무의 범위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즉, 민법 제779조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제1항 제1호)와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제1항 제2호, 제2항)로 정하고 있고, 제974조는 부양의무가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간’(제1호), ⁠‘생계를 같이 하는 기타 친족 간’(제3호)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3항의 위임을 받아 피부양자 자격의 인정기준을 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1호 ⁠[별표 1]은 민법상 가족이 아니거나 부양의무가 없는 경우(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계부모,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배우자의 부모, 법률상 부모자녀가 아닌 친생부모자녀, 배우자의 계부모)에도, 그들이 보수 또는 소득이 없는 경우에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의 피부양자 제도는 가족에 대한 부양을 근간으로 설계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 해석과 운영은 법률적 의미의 가족과 부양의무에 한정되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이러한 피부양자 제도 운영은, 피보험자 제도가 경제적 능력이 없어 직장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지하는 사람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점 및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사회보장 차원에서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할 생활공동체 개념이 기존의 가족 개념과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긍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결국 사회보장으로 기능하는 건강보험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법률적 의미의 가족과 부양의무는 피부양자 제도의 출발점일지언정 그 한계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국민건강보험은 국가의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조정에 의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사회보험으로, 소득이나 재산 없이 피보험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여 건강보험의 수급권을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여기에 피부양자 제도의 존재이유가 있다. 이와 같은 피부양자 제도의 의미 및 목적에 비추어 본다면, 이 사건에서 두 집단의 동일성을 판단하기 위한 비교기준은 "직장가입자와 혼인의 실질에 대응하는 합의하에 혼인의 실질에 대응하는 밀접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고,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지하고 있으며, 소득 및 재산이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기준 이하일 것"으로 설정할 수 있다.
비교기준을 위와 같이 설정한다면, 이 사건 비교집단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과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은, 그들이 ⁠‘성적 지향(性的指向, sexual orientation)에 따라 선택한 생활공동체의 상대방인 직장가입자가 그들과 이성(異性)인지 동성(同性)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행정청인 피고가 이성 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 관계인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하여 하는 차별대우에 해당한다(이하 ⁠‘이 사건 차별대우’라 한다).
4) 차별의 정당성
가) 차별대우의 정당성 심사기준은 완화된 심사기준으로서의 자의금지원칙과 엄격한 심사기준으로서의 과잉금지원칙(비례의 원칙)으로 나누어진다. 엄격한 심사기준인 과잉금지원칙에 따른 심사는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와 ⁠‘헌법상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되고(헌법재판소 1999. 12. 23. 선고 98헌마363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3. 3. 27. 선고 2002헌마57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엄격한 심사기준의 적용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완화된 심사기준인 자의금지원칙이 적용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성적 지향’은 우리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도 아니고(원고는 이 사건 차별 대우가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의 ⁠‘성별’에 의한 차별이거나 성적 지향이라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나,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의 ⁠‘성별’은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성별을 의미하는 것이고, ⁠‘사회적 신분’에는 성적 지향이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차별대우로 인하여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의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이 사건에는 엄격한 심사기준이 아닌 완화된 심사기준으로서의 자의금지원칙이 적용된다.
나) 자의금지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금지한다. 여기서 ⁠‘자의적’이란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의 결여’를 의미하므로, 자의금지원칙에 따른 심사의 경우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만약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차별대우로 인정될 경우, 그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어 자의적이지 않다는 점은 행정청이 이를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는 이 법원이 양자를 달리 취급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2022. 8. 18. 자 석명준비명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결합 상대방이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 이 사건 차별대우를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주장·증명을 하지 않고 있으며, 피고의 전체 변론 내용을 종합해 보더라도 양자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차별대우는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자의적 차별로 인정된다.
다) 추가로 어떠한 차별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간략하게 덧붙이고자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 소수자들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차별이 존재해 왔음은 이를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성적 지향은 선택이 아닌 타고난 본성으로, 이를 근거로 성격, 감정, 지능, 능력, 행위 등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의 평가에 있어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그에 따라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기존의 차별들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으며, 남아 있는 차별들도 언젠가는 폐지될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전형적인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 유형 중 하나로 열거하는 등 사법적 관계에서조차도 성적 지향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으므로,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할 것이다.
누구나 어떠한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
5) 소결론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동성결합 상대방임이 인정된다. 피고는 합리적 이유 없이 동성결합 상대방인 원고를 사실혼 배우자와 차별하여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원고의 평등원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위법성을 인정하는 이상, 원고의 국제인권법규 위반 주장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6.  결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이승한(재판장) 심준보 김종호

출처 : 서울고등법원 2023. 02. 21. 선고 2022누32797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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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박탈 차별인가

2022누32797
판결 요약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동성 커플의 한쪽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서 배제하고 지역가입자로 변경한 처분에 대해, 성적 지향만을 이유로 사실혼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것은 평등원칙 위반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법원은 동성결합도 생활공동체 실질이 인정되면, 피부양자에서 제외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동성 커플 #동성 결혼 #사실혼
질의 응답
1. 동성 부부(동거 커플)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될 수 있나요?
답변
이성과 동성의 구분 외에 생활공동체의 실질이 사실혼과 같다면,동성결합 상대방도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근거
서울고법 2022누32797 판결은 성적 지향만을 이유로 사실혼과 유사한 생활공동체의 피부양자를 차별하는 행정처분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2.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동성 파트너의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 박탈하고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나요?
답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고, 동성결합 상대방을 사실혼 배우자와 다른 기준으로 박탈하면 위법합니다.
근거
서울고법 2022누32797 판결은 동성결합 상대방의 피부양자 박탈 처분을 평등 원칙 위반으로 취소하였으며, 구체적 정당한 사유 제시가 없어서 자의적 차별로 인정하였습니다.
3. 동성 파트너가 피부양자에서 제외될 경우 절차적으로 문제는 없나요?
답변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 제공 없는 자격 박탈 처분은 절차적으로도 위법합니다.
근거
서울고법 2022누32797 판결은 피부양자 자격 박탈은 권익 제한이므로,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의견제출 절차를 위반하면 위법하다고 밝혔습니다.
4. 현행법상 동성 커플을 '사실혼'으로 인정하나요?
답변
민법과 대법원 해석상 현행법은 사실혼을 남녀 간 결합으로 한정하여,동성 커플을 사실혼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근거
서울고법 2022누32797 판결은 동성 간 사실혼은 현행법상 인정되지 않으나, 피부양자 제도 취지상 실질이 같으면 차별 불허로 판시했습니다.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합니다.

판결 전문

보험료부과처분취소

 ⁠[서울고법 2023. 2. 21. 선고 2022누32797 판결 : 상고]

【판시사항】

甲이 동성인 乙과 교제하다가 서로를 반려자로 삼아 함께 생활하기로 합의하고 결혼식을 올린 후 동거하던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乙의 사실혼 배우자로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를 하여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등록되었는데,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甲을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이 ⁠‘착오 처리’였다며 甲에 대한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키고 지역가입자로 甲의 자격을 변경 처리한 후 그동안의 지역가입자로서의 건강보험료 등을 납입할 것을 고지한 사안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동성결합 상대방인 甲을 사실혼 배우자와 차별하여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는 위 처분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甲이 동성인 乙과 교제하다가 서로를 반려자로 삼아 함께 생활하기로 합의하고 결혼식을 올린 후 동거하던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乙의 사실혼 배우자로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를 하여 甲이 乙의 피부양자(사실혼 배우자)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등록되었는데,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甲을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이 ⁠‘착오 처리’였다며 甲에 대한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키고 지역가입자로 甲의 자격을 변경 처리한 후 그동안의 지역가입자로서의 건강보험료 등을 납입할 것을 고지한 사안이다.
위 처분은 甲을 피부양자로 등록하였다가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박탈하는 것으로 甲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에 해당함에도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고, 한편 혼인에 관한 헌법 및 민법 규정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해석례에 비추어 보면, 사실혼의 성립 요건인 ⁠‘혼인의사’ 또는 ⁠‘혼인생활’에서의 ⁠‘혼인’ 역시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풍속적으로 정당시 되는 결합’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甲과 乙이 서로를 반려자로 맞아 함께 생활할 것에 합의하고, 사회적으로 이를 선언하는 의식을 치렀으며, 상당 기간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여 동거하면서 서로에 대한 협조와 부양책임을 지는 등 외견상 우리 사회 내에서 혼인관계에 있는 자들의 공동생활과 유사한 관계를 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甲과 乙 사이에 사실혼 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지만, 피부양자 제도의 의미 및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① ⁠‘사실혼 배우자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집단과 ② ⁠‘동성(同性)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는 사람(이하 ⁠‘동성결합 상대방’이라 한다)의 집단은 그들이 ⁠‘성적 지향(性的指向, sexual orientation)에 따라 선택한 생활공동체의 상대방인 직장가입자가 그들과 이성(異性)인지 동성(同性)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볼 수 있으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성 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 관계인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달리 취급하는 차별대우에 해당하고, 그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가 없어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므로, 위 처분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행정기본법 제9조,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제1호


【전문】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지림 외 5인)

【피고, 피항소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기영조)

【제1심판결】

서울행법 2022. 1. 7. 선고 2021구합55456 판결

【변론종결】

2023. 1. 10.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20. 11. 23. 원고에 대하여 한 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남성)는 2012년 소외인(남성)을 만나 2013년부터 교제해 왔고, 서로를 반려자로 삼아 함께 생활하기로 합의하여 2017. 2.경부터 같은 주소지에서 동거하여 왔으며, 2019. 5. 25.에는 양가 가족 및 친지들에게 대외적으로 이를 알리는 ⁠‘소소한 결혼식’이라는 의식을 치렀다.
 
나.  소외인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사업장명 생략)’(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취업하여 2016. 3. 1. 자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되었고, 원고는 이후 건강 문제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 2018. 12. 1. 자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었다.
 
다.  소외인은 2020. 2. 10. 피고의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동성 커플임을 밝히면서 피부양자 자격취득에 관하여 문의하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하였다.
제목사실혼 관계의 상대방을 저의 피부양자로 등록하고자 합니다.질문혼인신고를 하지 못했지만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를 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저희는 동성 부부라 한국에서는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저희는 동거하고 있고, 결혼식을 올린 사실혼 관계에 있습니다.저희도 다른 이성 부부들과 같이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를 할 수 있는지 여부와 만약 가능하다면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 절차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라.  피고 소속 담당 직원은 2020. 2. 11. 소외인에게 ⁠‘피부양자 자격취득이 가능하다.’고 답변하면서 관련 절차와 서류를 안내하였다.
 
마.  이에 소외인은 2020. 2. 26. 이 사건 사업장을 통해 ⁠‘원고와 혼인의 의사로 부부공동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혼 관계 인우보증서를 첨부하여 피고에게 원고의 피부양자(사실혼 배우자) 자격취득 신고(이하 ⁠‘이 사건 신고’라 한다)를 하였는데, 피고 소속 담당 직원은 이를 그대로 수리하여 피고의 전산망에 원고가 2020. 2. 26. 자로 소외인의 피부양자(사실혼 배우자)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등록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홈페이지에서 자격확인서를 발급받아 원고가 소외인의 피부양자로 자격이 변동된 것을 확인하였고, 이후에는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소외인의 피부양자 자격으로 보험급여를 받아왔다.
 
바.  원고가 소외인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실이 2020. 10. 23. 언론에 보도되었다. 보도를 통해 이를 인지한 피고 소속 담당 직원은 같은 날 소외인에게 전화를 걸어 원고를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이 ⁠‘착오 처리’였다고 설명하였고, 전화 통화 후 원고에 대한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키고 원고가 2020. 3. 5. 자로 지역가입자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원고의 자격을 변경 처리한 후, 2010. 10. 27. ⁠‘피부양자 인정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이 사건 사업장으로 이 사건 신고 시 접수된 서류를 반송하였다.
 
사.  피고는, 원고가 2020. 3. 5.부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였음을 전제로, 2020. 11. 23. 원고에게 8개월(2020. 3.~2020. 10.)분의 건강보험료 및 장기요양보험료 합계 115,560원을 납입할 것을 고지하였다(위 고지는 피고의 자격변경 처리에 따라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이 소급하여 박탈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그러한 자격변경 처리의 결과가 원고에게 처음으로 통보된 것이므로, 위 고지에는 ⁠‘원고에 대한 자격변경 통보’가 포함된 것으로 볼 것이다. 다만 2020. 10. 23.에는 내부적인 변경처리만 있었을 뿐이고, 이후 자격변동의 결과가 기재된 2020. 11. 23. 자 납입고지서의 송달에 의하여 원고에게 통지되었으므로, 처분의 성립일은 2020. 11. 23.이 된다. 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15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절차적 하자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기 전 원고에게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행정절차법 제21조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
 
나.  실체적 하자
1) 피고는 그간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인 ⁠‘배우자’의 범위에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다. 원고와 소외인은 같은 남성이기는 하나 서로를 반려자로 맞이하여 사랑하고 부양하며 함께 살아가기로 합의하였고, 상당 기간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친척 및 지인들 앞에서 대외적으로 이를 선언하고 확인하여 사회적 승인도 받았으므로, 그 실질은 혼인 관계와 다르지 않다.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건강보험제도에서 보호대상이 되는 ⁠‘사실혼’은 ⁠‘이성 간의 결합’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사실혼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음에도 그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사회보장제도에서 보호대상이 되는 사실혼의 범위는 해당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사실혼을 보호하는 취지에 맞게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사법 관계에서 보호대상이 되는 사실혼 개념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 실제로 피고는 직장가입자 자격관리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제1호에 규정된 피부양자의 요건인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도 포함되는 것으로 실무를 운영하면서 사실혼 관계의 확인을 위한 서류심사도 다른 사회보장제도보다 완화하고 있는바, 이는 피고가 건강보험제도의 목적과 피부양자 제도의 취지에 따라 사실혼의 범위를 넓게 인정해 왔음을 드러낸다.
나) 혼인이 이성 간의 결합을 전제로 한다는 것은 고정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오히려 혼인을 이성 간의 결합으로 제한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애와 혼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다) 사실혼 법리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서 법률혼으로 인정될 수는 없지만, 혼인의 의사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질이 있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는 신분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발전한 것인데, 혼인의 의사로 부부공동생활을 하는 동성 커플은 오히려 인권의 측면에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라) 헌법과 민법이 동성 간의 결합을 혼인의 개념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거나 반윤리적·반공익적이라고 전제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2) 설령 동성 커플 사이에는 사실혼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더라도,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동성 커플은 사실혼 관계로 인정되는 이성 커플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므로, 단지 원고와 소외인의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차별취급에 해당한다.
3) 대한민국이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은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내법과 동일하게 법률적 효력을 가지고 직접적인 재판규범이 될 수 있으므로, 만약 그 내용이 국내법과 상충하는 경우 해당 국내법은 위헌으로 추정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신법 및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 처분은 자유권규약과 사회권규약을 포함하여 대한민국이 비준·가입한 7대 핵심 국제인권조약에 반하는바, 사회권위원회의 일반논평, 사회권규약 국가보고 절차에 대한 위원회의 최종견해의 취지 등을 참고할 때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절차적 위법에 대한 판단 
가.  관련 규정
1)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미리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제3호), ⁠‘제3호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제4호)’ 등의 사항을 당사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다만 법령 등에서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 점용료·사용료 등 금전급부를 명하는 경우 등 그 요건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행정청의 금액산정에 재량의 여지가 없거나 요율이 명확하게 정하여져 있는 경우 등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 따른 통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같은 법 제21조 제4항, 제5항,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제5호).
2) 국민건강보험법 제69조, 제77조 제2항에 의하면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납부할 의무가 있고, 피고는 보험료의 납부의무자로부터 보험료를 징수한다. 피고가 보험료를 징수하려면 그 금액을 결정하여 납부의무자에게 납부해야 하는 금액 등을 적은 문서로 납입 고지를 하여야 하는데(제79조 제1항), 국민건강보험법은 제69조 제5항, 제72조, 제73조에서 지역가입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산정방법과 요율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른 구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2022. 8. 31. 대통령령 제328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 제42조 제1항, 구 ⁠「월별 건강보험료액의 상한과 하한에 관한 고시」(보건복지부고시 제2019-336호) 제2조, 제3조 등은 소득과 재산을 고려한 보험료 산정의 방법과 월별 보험료액의 상한 및 하한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나.  판단
1) 피고는 이 사건 처분에 앞서 원고에게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사실 자체는 다투지 아니하면서, 피고에게는 보험료 산정에 재량의 여지가 없고 관련 법령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여 부과하였을 뿐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4항, 제5항,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5호에 따라 사전통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은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가) 원고는 소장 및 2022. 3. 30. 자 준비서면 등을 통해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지역가입자 자격 취득일을 2020. 3. 5.로 변경하여 보험료를 소급부과하는 처분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사전통지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하였고, 원고와 피고가 제1심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주로 다투어 온 바도 ⁠‘피고가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에서 취소를 구하는 대상은 2020. 11. 23. 자 납입고지서의 내용 중 보험료 고지 부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피부양자 자격 박탈을 내용으로 하는 자격변경 통보 부분까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피고는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6두41729 판결을 근거로 이 사건 처분 중 자격변경 통보 부분은 처분성이 없어 사전통지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위 판결례는 직장가입자가 별도 처분 등의 개입 없이 법령에 따라 지역가입자로 자격이 변동된 사안에 관한 것이므로, 피고의 자격변경 처리라는 행위로 인해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이 변경된 이 사건에는 적용될 수 없다. 피고는 2020. 10. 23. 원고와 소외인이 동성 커플이라는 점을 이유로 당초 이 사건 신고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여 직권으로 원고의 자격을 변경하고 이를 통지하였는바, 이와 같은 피고의 자격변경 통보는 공권력의 행사로서 처분에 해당한다.
다) 피고가 이 사건 신고를 수리하고 원고를 피부양자로 등록하였다가 자격변경 통보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시킨 것은 ⁠‘원고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에 해당한다. 피고는, 원고가 자격변경으로 인해 소급하여 부담하게 된 보험료가 소액이라는 점을 들어 자격변경의 통보에 대하여 사전통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이는 그 주장 자체로 이유 없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박탈하는 처분으로 그 결과 향후 원고에게는 지역가입자 지위에서 계속하여 보험료를 납부할 의무가 발생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이를 소액이라고 할 수도 없다.
2) 결국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고, 이 사건 처분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
 
5.  실체적 위법에 대한 판단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피고가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로 원고를 소외인의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이므로,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위법에 관하여도 판단한다.
 
가.  사실혼 관계 인정 여부
1)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참조).
2) 원고와 소외인은 서로를 반려자로 맞아 함께 생활할 것에 합의하고, 사회적으로 이를 선언하는 의식도 치렀으며, 상당 기간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여 동거하면서 서로에 대한 협조와 부양책임을 지는 등 외견상 우리 사회 내에서 혼인관계에 있는 자들의 공동생활과 유사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사실혼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우리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兩性)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역시 양성의 구별과 그 결합을 전제로 혼인한 당사자를 부부(夫婦), 혹은 부(夫) 또는 처(妻), 남편과 아내라는 용어로(민법 제826조, 제827조, 제847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등) 지칭하며, 자녀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부모(父母)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민법 제772조, 제781조 등). 이에 대법원 역시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풍속적으로 정당시 되는 결합이다.’(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대법원 2000. 4. 21. 선고 99므2261 판결,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므248 판결,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므4734, 4741 판결 등 참조),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선언하고 있는바, 혼인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정신적 결합으로 성립하는 것으로서, 우리 민법은 이성(異性) 간의 혼인만을 허용하고 동성(同性) 간의 혼인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는 등으로 판시하여, 혼인의 본질을 이성(異性)인 남녀 간의 결합으로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혼인이 1남 1녀의 정신적·육체적 결합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변화가 없다.’(헌법재판소 1997. 7. 16. 선고 95헌가6 전원재판부 결정) 또는 ⁠‘혼인은 근본적으로 애정과 신뢰를 기초로 하여 남녀가 결합하는 것’(헌법재판소 2011. 11. 24. 선고 2009헌바146 전원재판부 결정)이라고 판시하여, 그와 같은 입장이다. 현행법상 ⁠‘혼인’에 대한 위와 같은 해석례에 비추어 보면, 사실혼의 성립 요건인 ⁠‘혼인의사’ 또는 ⁠‘혼인생활’에서의 ⁠‘혼인’ 역시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풍속적으로 정당시 되는 결합’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원고는,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사회보장 영역에서는 법률마다 사실혼의 요건 및 보호범위가 상이하고, 대법원도 각 제도별로 사실혼 관계의 인정 범위를 다르게 보고 있으므로, 피부양자 제도의 취지 및 보호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보장 제도별로 사실혼 관계에 대해 달리 취급하는 것은 그 입증의 방법 및 정도일 뿐이고(갑 제17호증), 사실혼의 의미 내지 요건을 달리 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으며, 원고가 제시하는 판결례들은 이 사건과 상이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3) 따라서 입법론으로는 몰라도, 현행법령의 해석론으로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인정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1) 행정법상 평등의 원칙
가) 행정법상 평등의 원칙이란 행정청이 행정작용을 행하면서 합리적 근거가 없는 한 모든 행정객체를 동등하게 처우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위 원칙은 당초 헌법 제11조 제1항 평등조항을 근거로 학설·판례를 통하여 행정법의 일반원칙으로 생성·발전된 것이지만, 현재는 행정기본법 제9조에 의해 명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여기서 평등은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근거가 있는 한 차별적 조치가 가능하다는 소위 상대적 의미의 평등을 의미한다. 즉,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또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의 금지를 의미한다. 결국 행정청은 헌법상 평등원칙 및 행정기본법 제9조에 따라,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모든 국민을 동등하게 처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평등의 원칙은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대하여도(오히려 재량행위에 있어서 더욱) 적용된다. 행정청이 자신의 재량행사의 지침을 정하는 내부준칙을 제정하여 그에 따라 재량권을 행사하는 경우나 행정청이 장기간 일정한 방향으로 재량을 행사함으로써 행정관행이 확립된 경우, 내부준칙이나 확립된 행정관행으로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벗어나지 못하므로, 행정청에 대한 평등원칙의 적용은 행정의 자기구속의 형태로 나타난다.
나) 행정법상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은 헌법상 평등권 침해에 대한 심사구조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즉, 첫 번째 단계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대우했는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대우했는지를 확정해야 하고(차별대우의 확인), 차별대우가 확인된다면 두 번째 단계에서 엄격한 심사기준인 과잉금지원칙 또는 완화된 심사기준인 자의금지원칙에 따라 심사하여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면, 건강보험사업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주관하되(제2조),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과 동시에 설립된 특수공익법인(제15조)인 피고가 건강보험의 보험자가 되어(제13조) 피부양자의 자격 관리 등의 업무를 관장하는(제14조 제1항 제1호) 행정청이 되므로, 행정청인 피고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된 행위에 대하여는 평등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2) 사실혼 배우자에 관한 사회보장 법령의 내용과 피고의 재량권 행사
가) 국민연금법(제3조 제2항), 공무원연금법[제3조 제1항 제2호 ⁠(가)목], 군인연금법[제3조 제1항 제4호 ⁠(가)목],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5조 제3호), 고용보험법(제57조 제1항), 근로기준법 시행령(제48조 제1항 제1호) 등과 같은 사회보장 관련 법령은 대부분(통상 4대 사회보험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 건강보험 중 건강보험을 제외하고 모두 포함되어 있다) 수급자인 배우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이하 ⁠‘사실혼 배우자’라 한다)을 포함한다는 정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관한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제2항 제1호에서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중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서 소득 및 재산이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기준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할 뿐, 여기의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한다는 규정이나 배우자의 범위에 관한 위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같은 조 제3항의 위임에 따라 피부양자 자격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1호 ⁠[별표 1]의 부양요건이나 제2호 ⁠[별표 1의2]의 소득 및 재산요건에서도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구 의료보험법이 1963. 12. 16. 법률 제1623호로 제정될 당시 피보험자 외의 적용대상자인 근로자의 ⁠‘부양가족’을 정의하면서 배우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고 명시하였다가, 1976. 12. 22. 법률 제2942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적용대상자에 대한 표현을 ⁠‘피부양자’로 변경함과 동시에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을 삭제한 상태가 국민건강보험법(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되어 2000. 1. 1. 시행) 제정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된 결과이다.
나) 이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이 피부양자로 직장가입자의 ⁠‘배우자’를 열거하면서도 다른 사회보장 법령과 달리 그 배우자의 범위에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하지 않고 있는 점, 그와 같은 결과가 구 의료보험법 제정 당시 존재하던 사실혼 배우자 포함 내용을 삭제한 데서 비롯하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국민건강보험법 제정 당시 피부양자로서 건강보험 적용대상자인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에서 사실혼 배우자를 제외하려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법령의 해석상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에 당연히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피고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될 당시부터 내부준칙(그 명칭이 변경되어 온 것으로 보이나 현재의 명칭은 ⁠‘자격관리 업무지침’이다. 이하 ⁠‘업무지침’이라고 한다)을 통해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제1호의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에는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는 것으로 취급해 왔다. 피고는 과거 위 업무지침을 통해 ⁠‘이혼한 부부가 사실혼 관계가 된 경우’ 또는 ⁠‘사실혼 관계이지만 주민등록상 동일 주소지가 아닌 경우’에 사실혼 배우자임을 인정하면서도 피부양자에서는 제외하기도 하였으나, 국가인권위원회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각 시정권고에 따라 업무지침을 변경하여, 현재는 사실혼 배우자의 피부양자 인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은 피부양자로 제1호의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외에도 제2호의 ⁠‘직장가입자의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포함한다)’, 제3호의 ⁠‘직장가입자의 직계비속(배우자의 직계비속을 포함한다)과 그 배우자’에서도 ⁠‘배우자’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나, 피고는 업무지침을 통해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제1호의 배우자에만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는 것으로 인정하고, 제2호, 제3호의 배우자에는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다) 이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이 다른 사회보장 관련 법령과 달리 피부양자인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됨을 명시하지 않고 있고, 달리 피고에게 배우자의 범위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위임한 바 없음에도, 피고는 내부준칙인 업무지침을 통해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의 피부양자 중 제1호의 배우자와 제2호, 제3호의 배우자를 구별하고, 제1호의 배우자에만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는 것으로 취급해 왔다. 피고의 이러한 행위는 결국, 국민건강보험법이 피고에게 부여한 피부양자 자격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법이 인정하는 피부양자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비록 법령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더라도 직장가입자의 사실혼 배우자 본인에 대해서만은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스스로의 판단 아래 재량권을 행사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3) 차별대우의 확인
가) 행정청의 행위가 차별대우인지 여부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대우했는지, 또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대우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이 사건에서는 전자의 경우가 문제 되므로, 이하의 논의는 전자를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우선 다른 대우를 받아 비교되는 두 집단이 특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비교되는 집단 사이에 본질적인 동일성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바, 그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기준은 행위의 근거가 된 법규의 의미와 목적을 통해 밝혀야 한다(법률의 평등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1996. 12. 26. 선고 96헌가18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1. 11. 29. 선고 99헌마494 전원재판부 결정 등의 법리 참조).
나) 먼저, 이 사건에서 비교의 대상이 되는 두 집단과 이에 대한 피고의 대우에 관하여 본다.
 ⁠(1) 당사자의 주장과 이 사건에 현출된 자료를 종합하면, 이 사건에서 비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유의미한 두 집단은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① ⁠‘사실혼 배우자’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집단과 ② ⁠‘동성(同性)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원고는 후자의 사람을 ⁠‘동성 부부’ 또는 ⁠‘(동성) 사실혼 배우자’라고 표현하기도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아직 동성 간 혼인 또는 사실혼이 인정되지 않는 현행법하에서 그와 같은 표현은 개념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의 관계를 ⁠‘동성결합 상대방’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한편 위에서 말하는 동성결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동성이라는 점 및 그로 인한 불가피한 법적 제한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관계여야 한다. 따라서 ① 혼인의 의사와 유사한 합의로서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에 대한 상호 의사의 합치가 인정되어야 하고, ② 혼인의 실질과 유사한 밀접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로서의 실체가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위 각 집단에 속하는 사람은 당연한 전제로서 피부양자 요건(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고,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소득 및 재산요건, 부양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2) 피고는 직장가입자의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하여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직장가입자의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다.
다) 다음으로, 위 두 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어서 피고가 위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는 것이 차별대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1) 피고는 국민건강보험법이 부여한 피부양자의 자격 관리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위 두 집단을 달리 대우하고 있는 것이므로,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 두 집단을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취급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기준은 피부양자 제도의 의미 및 목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2) 이에 관하여 피고는, 피보험자인 근로자가 부양하는 가족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로 시작된 피부양자 제도의 연원 등에 비추어 보면, 피부양자 제도는 가족법을 중심으로 한 가족제도와 부양의무의 맥락에서 결정되어야 하는데, 사실혼 배우자는 민법상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부담하고, 일상가사 대리권 및 대리권 행사로 인한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등 가족법 제도 내에 있는 반면 동성결합 상대방은 그러한 권리·의무가 없으므로 위 두 집단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결합 상대방의 권리·의무가 다르므로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서 보건대, 사실혼의 경우에도 그와 같은 권리·의무는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혼 당사자의 의사에 기초하여 법률혼에 관한 규정들을 유추적용한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사실혼과 비교의 대상이 되는 동성결합은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에 대한 상호 간 의사의 합치 및 사실혼과 동일한 정도로 밀접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결국 사실혼과 동성결합에 의하여 발생하는 권리·의무의 내용은 본질적으로 이를 다르다고 할 수 없고, 설사 다소 상이한 점이 있더라도 이를 피부양자 제도의 관점에서 두 집단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 절대적 비교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나) 피고의 주장과 같이 두 집단의 비교기준을 가족제도 및 부양의무의 맥락에서 찾는다고 하더라도,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결합 상대방은 모두 법률적인 의미의 가족관계나 부양의무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라는 점에서 양자가 다르다고 할 수 없다. 이를 부연하면 다음과 같다.
구 의료보험법에서 시작하여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이르기까지 피부양자 제도가 기본적으로 가족에 대한 부양을 근간으로 하여 설계되어 왔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인정하는 피부양자의 범위는 법률이 정한 가족 및 부양의무의 범위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즉, 민법 제779조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제1항 제1호)와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제1항 제2호, 제2항)로 정하고 있고, 제974조는 부양의무가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간’(제1호), ⁠‘생계를 같이 하는 기타 친족 간’(제3호)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3항의 위임을 받아 피부양자 자격의 인정기준을 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1호 ⁠[별표 1]은 민법상 가족이 아니거나 부양의무가 없는 경우(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계부모,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배우자의 부모, 법률상 부모자녀가 아닌 친생부모자녀, 배우자의 계부모)에도, 그들이 보수 또는 소득이 없는 경우에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의 피부양자 제도는 가족에 대한 부양을 근간으로 설계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 해석과 운영은 법률적 의미의 가족과 부양의무에 한정되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이러한 피부양자 제도 운영은, 피보험자 제도가 경제적 능력이 없어 직장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지하는 사람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점 및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사회보장 차원에서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할 생활공동체 개념이 기존의 가족 개념과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긍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결국 사회보장으로 기능하는 건강보험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법률적 의미의 가족과 부양의무는 피부양자 제도의 출발점일지언정 그 한계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국민건강보험은 국가의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조정에 의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사회보험으로, 소득이나 재산 없이 피보험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여 건강보험의 수급권을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여기에 피부양자 제도의 존재이유가 있다. 이와 같은 피부양자 제도의 의미 및 목적에 비추어 본다면, 이 사건에서 두 집단의 동일성을 판단하기 위한 비교기준은 "직장가입자와 혼인의 실질에 대응하는 합의하에 혼인의 실질에 대응하는 밀접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고,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지하고 있으며, 소득 및 재산이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기준 이하일 것"으로 설정할 수 있다.
비교기준을 위와 같이 설정한다면, 이 사건 비교집단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과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은, 그들이 ⁠‘성적 지향(性的指向, sexual orientation)에 따라 선택한 생활공동체의 상대방인 직장가입자가 그들과 이성(異性)인지 동성(同性)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행정청인 피고가 이성 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 관계인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하여 하는 차별대우에 해당한다(이하 ⁠‘이 사건 차별대우’라 한다).
4) 차별의 정당성
가) 차별대우의 정당성 심사기준은 완화된 심사기준으로서의 자의금지원칙과 엄격한 심사기준으로서의 과잉금지원칙(비례의 원칙)으로 나누어진다. 엄격한 심사기준인 과잉금지원칙에 따른 심사는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와 ⁠‘헌법상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되고(헌법재판소 1999. 12. 23. 선고 98헌마363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3. 3. 27. 선고 2002헌마57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엄격한 심사기준의 적용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완화된 심사기준인 자의금지원칙이 적용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성적 지향’은 우리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도 아니고(원고는 이 사건 차별 대우가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의 ⁠‘성별’에 의한 차별이거나 성적 지향이라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나,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의 ⁠‘성별’은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성별을 의미하는 것이고, ⁠‘사회적 신분’에는 성적 지향이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차별대우로 인하여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의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이 사건에는 엄격한 심사기준이 아닌 완화된 심사기준으로서의 자의금지원칙이 적용된다.
나) 자의금지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금지한다. 여기서 ⁠‘자의적’이란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의 결여’를 의미하므로, 자의금지원칙에 따른 심사의 경우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만약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차별대우로 인정될 경우, 그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어 자의적이지 않다는 점은 행정청이 이를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는 이 법원이 양자를 달리 취급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2022. 8. 18. 자 석명준비명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결합 상대방이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 이 사건 차별대우를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주장·증명을 하지 않고 있으며, 피고의 전체 변론 내용을 종합해 보더라도 양자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차별대우는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자의적 차별로 인정된다.
다) 추가로 어떠한 차별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간략하게 덧붙이고자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 소수자들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차별이 존재해 왔음은 이를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성적 지향은 선택이 아닌 타고난 본성으로, 이를 근거로 성격, 감정, 지능, 능력, 행위 등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의 평가에 있어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그에 따라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기존의 차별들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으며, 남아 있는 차별들도 언젠가는 폐지될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전형적인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 유형 중 하나로 열거하는 등 사법적 관계에서조차도 성적 지향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으므로,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할 것이다.
누구나 어떠한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
5) 소결론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동성결합 상대방임이 인정된다. 피고는 합리적 이유 없이 동성결합 상대방인 원고를 사실혼 배우자와 차별하여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원고의 평등원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위법성을 인정하는 이상, 원고의 국제인권법규 위반 주장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6.  결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이승한(재판장) 심준보 김종호

출처 : 서울고등법원 2023. 02. 21. 선고 2022누32797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