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정확한 해결! 유한별 변호사입니다.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명예훼손이 된다고요?"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거짓말을 해야만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생각하시지만, 우리 형법은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실제 상담 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유형의 사례를 통해, 사실 적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어떻게 다른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에서 소규모 음식점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같은 건물에서 장사하는 B씨와 갈등이 깊었습니다. 어느 날, A씨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렇게 글을 올렸습니다.
"OO빌딩 2층 B씨 가게, 작년에 위생 점검에서 적발돼 영업정지 받은 적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밥 드시겠습니까?"
실제로 B씨의 가게는 작년 위생 점검에서 적발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A씨가 쓴 내용은 사실이었던 것입니다.
한편, 같은 건물의 C씨(35세, 직장인)도 B씨와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C씨는 같은 커뮤니티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OO빌딩 2층 가게 주인 B씨, 세금 탈루로 국세청 조사 받고 있다더군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C씨의 글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B씨는 국세청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걱정이 많으셨을 B씨는 A씨와 C씨 모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A씨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A씨가 작성한 내용은 객관적 사실이었지만, 우리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느끼시는 부분이 바로 이 점입니다. "사실인데 왜 처벌하느냐"는 거죠. 그 이유는 우리 법이 개인의 사회적 평가, 즉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면 위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성립 요건 3가지
1. 공연성 -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
2. 사실의 적시 -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드러내는 것 (단순 의견이 아님)
3. 명예훼손 -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내용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형법 제310조에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고,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A씨의 경우, 단순히 개인적 감정에서 글을 올린 것이라면 이 조항의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위생 문제에 대한 순수한 소비자 경고 목적이었다면 달라질 여지가 있는 것이죠.
C씨의 경우는 상황이 훨씬 심각해집니다. C씨가 작성한 "세금 탈루, 국세청 조사"라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형법 제307조 제2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2년 이하 징역/500만원 이하 벌금)과 비교하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법정형이 2배 이상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거짓을 만들어 타인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행위에 대해 법이 훨씬 엄중하게 대응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는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적시의 경우 "진실 + 공익 목적"이면 면책될 수 있지만, 애초에 허위사실이므로 이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C씨가 "다른 사람한테 들은 이야기일 뿐"이라고 항변하더라도,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이 확인되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A씨와 C씨 모두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인터넷, SNS,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경우에는 형법이 아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적용될 수 있고, 이때 처벌 수위는 더욱 높아집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법정형
- 사실 적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 허위사실 적시: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형법에 비해 법정형이 대폭 가중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허위사실 적시의 경우 최대 7년 징역과 5,000만원 벌금이라는 상당히 무거운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 온라인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정보가 빠르게, 광범위하게 확산되기 때문에 피해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입니다.
실무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인터넷에 쓴 건 금방 지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게시 후 캡처나 아카이브가 이루어지면 삭제 여부와 관계없이 증거가 확보되며, 공연성 역시 인터넷 게시 자체로 쉽게 인정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를 바탕으로, 실무 현장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핵심 사항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명예훼손은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 모두에게 법적, 경제적,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사건입니다. "사실이니까 괜찮겠지"라는 판단이 형사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를 상담 현장에서 정말 자주 접합니다. 반대로 억울하게 명예를 훼손당하신 분들도 증거 확보 시점을 놓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초기 대응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상황이 발생했다면 가능한 빠른 시점에 법적 판단을 받아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