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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식자재 유통업을 운영하는 A씨(52세, 경기 안양)는 10년 넘게 대형 제조업체 C사로부터 동일한 냉동식품을 납품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같은 지역에서 같은 품목을 취급하는 B씨(47세, 경기 수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B씨가 C사로부터 받는 납품단가가 A씨보다 개당 320원이나 낮았던 것입니다. 월 거래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3,800만 원의 차이였습니다.
A씨는 C사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거래 조건이 다르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웠던 A씨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검토하게 됩니다. 과연 C사의 행위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가격차별 행위에 해당할까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1호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하게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을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법 제46조에서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으로 "부당하게 거래 상대방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부당성"입니다. 단순히 거래처마다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위법하다고 판단되지는 않습니다. 공정거래법이 문제 삼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거래 상대방에게 불리한 가격을 적용하여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경우입니다.
가격차별의 법적 유형
1.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차별 (법 제45조) -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경우
2.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차별적 취급 (법 제46조) -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경우
3. 하도급법상 부당한 단가 인하 (하도급법 제4조) -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단가를 강제하는 경우
A씨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C사 측은 B씨에게 더 낮은 단가를 제공한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첫째 B씨의 월 주문량이 A씨보다 1.5배 많다는 점, 둘째 B씨가 대금을 납품일 기준 7일 내에 결제하는 반면 A씨는 45일 후 결제한다는 점, 셋째 B씨가 물류센터에서 직접 수령하여 배송비가 절감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기준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요소는 가격 차이의 합리적 사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됩니다. C사가 제시한 거래량 차이(1.5배)로 설명할 수 있는 원가 절감분이 실제로 개당 320원에 달하는지, 그리고 결제 조건이나 물류비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연간 3,800만 원의 격차가 정당화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무에서는 이처럼 가격 차이의 정도가 합리적 사유로 설명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됩니다.
가격차별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바로 "공정거래 저해성"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가격차별로 인해 실제로 시장에서 경쟁이 왜곡되거나 특정 사업자가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는지를 살펴봅니다.
A씨와 B씨는 같은 경기 남부 권역에서 동종 식자재를 유통하고 있었습니다. 동일한 상품을 320원 저렴하게 매입하는 B씨는 소매가에서도 A씨보다 유리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고, 이로 인해 A씨의 거래처 상당수가 B씨로 이탈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가격차별이 하류시장(下流市場)의 경쟁을 왜곡하는 대표적 사례에 해당합니다.
경쟁 제한 효과의 주요 판단 요소
- 차별 대상 사업자 간 동일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지 여부
- 가격 차이가 하류시장의 경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 차별을 받는 사업자의 사업 활동이 곤란해지는지 여부
- 시장 전체의 경쟁 구조가 왜곡되는지 여부
A씨 사례에서는 C사가 해당 냉동식품 시장에서 약 35%의 점유율을 가진 주요 제조업체였고, A씨와 B씨가 동일 권역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었으며, 납품단가 차이가 A씨의 가격 경쟁력에 실질적 타격을 주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인정된다면 "부당한 가격차별"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가격차별 행위의 규제 강도는 해당 사업자의 시장 지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C사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일반적으로 시장점유율 50% 이상, 또는 상위 3개 사업자 합산 75% 이상에서 10%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면 제45조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C사의 점유율이 35%라면 단독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제46조의 불공정거래행위로서 차별적 취급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검토 가능합니다. 불공정거래행위의 경우 시장지배적 지위가 요건이 아니므로 공정거래 저해성만 입증되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과징금과 제재 수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의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 부과 가능
불공정거래행위의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2%까지 과징금 부과 가능
시정명령(가격차별 중지, 가격 시정 등)이 함께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A씨 사례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업자가 실무적으로 유의해야 할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증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가격차별을 주장하려면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의 거래에서 실제로 가격 차이가 존재한다는 객관적 증거가 필요합니다. A씨의 경우 B씨와의 대화에서 알게 된 단가 정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세금계산서, 견적서, 거래명세서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전에 거래 조건의 동질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거래량, 결제 조건, 운송 조건, 계약 기간 등에서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가 가격 격차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분석해야 합니다. 합리적 사유가 인정되는 범위를 초과하는 차별만이 규제 대상입니다.
셋째, 사적 해결을 먼저 시도하되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C사에 가격 시정을 요청한 사실, 그에 대한 C사의 답변 등을 문서로 남겨두면, 이후 공정위 신고나 법적 분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넷째, 손해배상 청구도 병행 검토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제109조에 따르면, 불공정거래행위로 피해를 입은 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손해액의 입증이 쉽지 않으므로, 거래 내역과 매출 감소 추이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A씨는 결국 법률 자문을 받아 C사와의 거래 조건을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한 후, 합리적 사유로 설명되지 않는 가격 격차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였습니다. 가격차별 행위는 그 판단 기준이 단순하지 않지만, 핵심은 합리적 사유 없이 동일한 조건의 거래 상대방에게 불리한 가격을 적용하여 경쟁을 왜곡하는지 여부입니다. 사업 현장에서 납품단가나 거래 조건에 불합리한 차별이 의심된다면, 관련 증거를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법적 판단 기준에 비추어 신중하게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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