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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족·이혼·상속 사실혼·입양·후견
가족·이혼·상속 · 사실혼·입양·후견 2026.04.26 조회 112

동성 동거 커플 의료 결정권, 법적으로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이희태 변호사
법무법인 엘리트로 · 경기도 평택시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현행 한국 법률에서 동성 동거 커플은 법률혼은 물론 사실혼으로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파트너가 의식불명 등 위급 상황에 처했을 때 의료 결정권을 행사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현행법 안에서도 활용 가능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시나리오

서울에서 8년째 함께 생활 중인 A씨(37세, IT 엔지니어)와 B씨(34세, 디자이너). 별도의 법적 서류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A씨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습니다. B씨가 병원에 달려갔지만 병원 측은 "가족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수술 동의 절차에서 B씨를 배제했고, A씨의 부모는 지방에 거주하며 도착까지 6시간 이상 걸리는 상황이었습니다.

쟁점 1. 동성 동거 커플에게 의료 결정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

결론부터 말하면, 의료법과 민법 모두 의료 동의권을 "가족"에게 부여하고 있고, 이 가족의 범위에 동성 파트너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의료법 제24조의2(연명의료결정법과 연계)에 따르면,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경우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순서로 동의권이 부여됩니다. 민법상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일부 권리가 인정되지만, 대법원은 사실혼의 성립 요건으로 "남녀 간의 결합"을 전제하고 있어 동성 커플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즉, 위 사례에서 B씨는 법적으로는 A씨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제3자입니다. 8년간 생활을 함께한 사실과 무관하게, 병원이 B씨의 수술 동의를 거부한 것은 현행법상 정당한 조치입니다.

쟁점 2. 사전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도구 3가지

현행법 체계에서 동성 동거 커플이 의료 결정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무적으로 사용 가능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의료행위 위임장(사전의료의향서 + 위임공증)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공증인 사무소에서 의료 결정 위임장을 공정증서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본인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경우, 특정인(파트너)에게 의료 행위에 관한 동의권을 위임한다는 취지
  • 수술 동의, 치료 방법 결정, 병원 이송 결정 등 위임 범위를 구체적으로 기재
  • 공증 비용: 약 10~15만 원 내외

다만 이 위임장은 법적 구속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병원 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고, 가족이 이의를 제기하면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공정증서 형태의 위임장을 제시하면 대다수 병원이 이를 존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임의후견계약 체결

민법 제959조의14에 따른 임의후견계약이 가장 강력한 법적 수단입니다. 본인이 정신적 능력이 충분한 상태에서, 향후 판단 능력이 저하될 경우를 대비해 특정인을 후견인으로 미리 지정하는 계약입니다.

임의후견계약의 핵심 요건

  • 반드시 공정증서로 체결해야 효력 발생
  • 가정법원에 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해야 실제로 효력이 활성화됨
  • 후견인의 권한 범위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음
  • 의료 결정, 재산 관리, 일상생활 지원 등 포괄적 위임 가능
  • 비용: 공증 수수료 20~30만 원 + 법원 심판 비용 별도

핵심은 이 계약이 가족 관계와 무관하게 성립한다는 점입니다. 누구든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을 후견인으로 지정할 수 있으며, 동성 파트너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다만 본인이 의식을 잃은 이후에는 체결이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사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3)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세 이상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에서 무료로 등록 가능합니다.

다만 이 제도는 연명의료 중단 또는 유보에 한정된 것이어서, 일반 수술 동의나 치료 방법 결정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위 1)이나 2)와 병행해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쟁점 3. 파트너의 가족이 반대할 경우

가장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위 사례에서 A씨의 부모가 B씨의 관여를 거부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임의후견계약이 체결되어 있다면, 가정법원은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민법 제959조의15), A씨가 B씨를 후견인으로 지정한 사실 자체가 본인의 의사 표현으로 인정됩니다. 법원이 후견 개시 심판을 하면, 가족의 반대와 관계없이 B씨가 후견인으로서 의료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공증 위임장만 있는 경우에는 법적 강제력이 약합니다. 가족이 이의를 제기하면 병원은 통상 가족의 입장을 우선시하게 되고, 결국 법원에 가처분 등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 권고: 최소한 이것만은 준비하십시오

  • 임의후견계약(공정증서) - 의료 결정권 확보의 가장 확실한 수단
  • 의료행위 위임장(공증) - 후견 개시 전까지의 공백을 보완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 연명의료 관련 본인 의사를 명확히 기록
  • 파트너 가족과의 관계 형성 - 법적 수단 못지않게 중요한 현실적 대비

위 사례의 A씨와 B씨처럼, 사전에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파트너는 법적으로 무력합니다. 임의후견계약은 체결부터 가정법원 심판까지 통상 2~4주가 소요되며, 비용도 수십만 원 수준입니다. 관계의 안정성을 위해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유효한 방안입니다.

이희태
이희태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엘리트로 · 경기도 평택시
동성 동거 커플의 의료 결정권 문제를 다루면서, 임의후견계약이 사전에 체결되어 있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사안을 여럿 접했습니다. 비용과 시간 대비 효과가 가장 확실한 수단이므로, 함께 생활하는 파트너가 있다면 가능한 빨리 공정증서 형태로 준비해 두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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