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수당이 빠져 있었다면, 소급하여 차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회사 측이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을 내세워 청구 자체를 막으려 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의칙 항변이 인정되는 범위는 생각보다 좁습니다. 다만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갈리기 때문에, 정확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가상의 사례를 통해 통상임금 소급 청구에서 신의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는지 짚어 드리겠습니다.
[사례] 대전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15년간 근무한 C씨(52세, 생산팀 반장). 매월 기본급 320만 원 외에 '근속수당' 40만 원, '직책수당' 25만 원을 고정적으로 받아왔습니다. 2024년 퇴직 후 퇴직금을 수령했으나, 근속수당과 직책수당이 통상임금 산정에서 빠져 있었음을 확인했습니다. C씨는 3년분 초과근로수당 차액과 퇴직금 차액을 합산하여 약 4,800만 원의 소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회사 측은 "근속수당과 직책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가 합의했으며, 이를 전제로 임금 인상률을 정해왔다. 이제 와서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항변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당합니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을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고 명확히 확립했습니다.
통상임금 3요건 충족 여부
노사 합의로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고 정했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상 강행규정에 반하는 약정으로 무효입니다. 법이 정한 통상임금의 범위를 노사 합의로 축소할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여기가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소급 청구에 대해 '예외적으로'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의칙 적용의 3대 요건 (모두 충족해야 인정)
핵심은 세 번째 요건입니다. 실무에서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하려면 단순히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수준의 구체적 입증이 필요합니다. 하급심 판결들을 보면, 이 요건이 충족된다고 인정된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C씨의 사례에서 회사는 연 매출 약 800억 원, 영업이익률 6%대의 안정적인 중견기업이었습니다. C씨 1인의 청구액 4,800만 원이 기업 존립을 위협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설령 같은 조건의 근로자 다수가 동시에 청구하더라도, 수년간의 부당이득을 되돌려 달라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통상임금 차액 청구에도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핵심 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멸시효 정리
- 임금(초과근로수당 차액): 3년 (근로기준법 제49조)
- 퇴직금 차액: 3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0조, 퇴직일 다음날부터 기산)
C씨의 경우, 2024년 퇴직 기준으로 2021년 이후의 초과근로수당 차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퇴직금은 전체 재직기간의 평균임금을 재산정하여 차액을 구하되, 퇴직금 청구권 자체의 소멸시효 3년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C씨의 예상 청구 구성
- 근속수당 + 직책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시간급 통상임금이 약 17% 상승
- 3년간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차액: 약 2,700만 원 추산
- 퇴직금 차액(15년 근속 기준 재산정): 약 2,100만 원 추산
- 합계: 약 4,800만 원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소를 제기하지 않고 시간이 경과하면 매달 1개월분씩 시효가 완성되어 청구 가능 금액이 줄어듭니다. 퇴직 후 분쟁을 인지했다면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신의칙은 사용자의 만능 방패가 아닙니다. 대법원이 정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회사의 항변은 배척됩니다. 다만 소멸시효는 기다려 주지 않으므로, 통상임금 산정에 의문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급여명세서와 근로계약서를 점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