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를 위해 끝까지 전력을 다하는 변호사, 소통이 잘 되는 변호사
몇 해 전 한 중소 공연기획사 대표가 사무실 문을 두드린 적이 있습니다. 손에 든 계약서는 단 두 장이었고, 그 안에 "순수익의 50:50으로 배분한다"라는 문장 하나만 적혀 있었습니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정산 단계에서 양측의 주장은 정반대로 갈렸습니다. 한쪽은 매출에서 직접비만 빼야 한다고 했고, 다른 쪽은 사무실 임차료와 직원 인건비, 심지어 자신의 기획료까지 모두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손에 남은 정산금은 양측 예상 금액의 30%에 불과했고, 분쟁은 법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실무에서 공연 기획 계약을 다루다 보면, 가장 흔한 분쟁의 진원지가 바로 수익 배분 조항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공연·문화예술 시장이 K-콘텐츠 호황을 타고 급격히 팽창했지만, 정작 계약서의 정산 조항은 10년 전 양식 그대로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공연 기획 계약의 수익 배분 조항이 왜 빈번하게 분쟁의 도화선이 되는지, 그리고 어떤 시각으로 이를 설계해야 하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공연시장 분쟁 자료를 살펴보면, 기획사와 출연자(또는 공동제작자) 사이의 분쟁 중 절반 이상이 정산 단계에서 발생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계약 체결 시점에는 모두가 흥행을 낙관하지만, 정작 비용 처리 방식에 대한 합의는 미뤄두기 때문입니다.
가장 자주 보는 표현이 바로 "순수익의 ○○% 배분"입니다. 그러나 '순수익'이라는 단어는 회계학적으로도, 법률적으로도 일의적 정의가 없습니다. 어느 비용까지 공제할 것인가에 따라 정산 금액은 두세 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순수익'을 둘러싼 전형적 다툼 항목
· 기획사 내부 인건비·사무실 운영비를 공제할 수 있는가
· 기획사 대표의 기획료(통상 매출의 10~20%)를 비용으로 선공제할 수 있는가
· 마케팅비 중 '브랜드 노출용' 광고비도 공연 비용에 포함되는가
· VAT(부가가치세) 환급분을 누가 갖는가
· 협찬·MD 매출도 배분 대상에 포함되는가
계약서에 '순수익'이라는 단어 하나만 적혀 있다면, 그것은 분쟁의 씨앗을 심은 것과 같습니다.
수익 배분 조항을 제대로 설계하려면, 단순히 비율을 정하는 것을 넘어 '무엇에서 무엇을 뺀 금액의 비율'인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권하는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총매출의 정의를 먼저 못 박습니다. 티켓 매출, 협찬금, MD 매출, OTT 중계권료, 부대수익 등 항목별로 어떤 것이 정산 대상 매출에 포함되는지 열거해야 합니다. "공연 관련 모든 수익"이라는 포괄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공제 가능한 비용 항목을 한정적으로 열거합니다. 대관료, 출연료, 무대제작비, 음향·조명비, 인쇄·홍보비, 카드 수수료, 예매처 수수료, 부가세 등 직접비를 명시하고, 그 외 비용(예: 기획사 일반 운영비, 임원 보수 등)은 원칙적으로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이 권장됩니다.
셋째, 기획료의 성격을 분리합니다. 기획료를 비용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배분 후 기획사 몫에서 충당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실무상 기획료를 별도 선공제 항목으로 인정할 경우, 출연자 측 정산금은 큰 폭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사전 합의가 필수입니다.
넷째, 정산 시기와 자료 제공 의무를 규정합니다. "공연 종료 후 30일 이내, 회계자료 사본과 함께 정산"과 같이 구체적인 기한과 증빙 제출 의무를 명시해야 사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공연·콘서트 시장의 분쟁 양상을 보면 몇 가지 새로운 흐름이 감지됩니다.
법적으로 보면, 정산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법원은 일차적으로 계약서 문언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계약서가 모호하면 거래 관행,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 등이 보충적으로 해석되지만, 그 입증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결국 '계약서 한 줄을 다듬는 비용'이 '소송 한 건의 비용'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하다는 사실을, 실무는 매번 확인시켜 줍니다.
K-콘텐츠의 글로벌화, 공연의 디지털 확장, IP 활용의 다각화가 가속화되면서 공연 기획 계약은 점점 더 복잡한 구조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주최-출연'의 이분법으로는 더 이상 수익 흐름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공동제작, 투자 유치, 플랫폼 연계, MD·라이선스 사업이 결합된 다층적 계약 구조가 표준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수익 배분 조항은 단순한 비율 표기를 넘어, 매출 정의 → 비용 공제 범위 → 우선 공제 항목 → 잔여 수익 배분 → 손실 분담 → 2차 수익 처리 → 정산 절차로 이어지는 일관된 체계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계약서를 '서로 믿으니 간단히' 쓰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오히려 신뢰 관계일수록, 그 관계를 오래 지키기 위해 더 정밀한 계약서가 필요합니다.
처음 사무실을 찾아왔던 그 기획사 대표는, 분쟁 이후 새로 체결하는 모든 계약서의 정산 조항을 12개 항목으로 세분화했습니다. 그는 "불편하게 느끼는 상대방도 있지만, 결국엔 모두가 안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연 기획 계약의 수익 배분 조항이 향해야 할 방향이 그 한마디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승소를 위해 끝까지 전력을 다하는 변호사, 소통이 잘 되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