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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부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39세 디자이너 A씨는, 7년을 함께 산 동거인 B씨와 헤어진 직후 우리 사무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혼인신고는 끝내 하지 않았지만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고, 같은 집에서 생활비를 합치며 매달 일정 금액을 공동 명의가 아닌 B씨 단독 명의 예금 계좌에 모아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쌓인 돈이 약 8,300만원. A씨가 묻고 싶었던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 돈, 제 몫이 있긴 한 건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실혼 관계에서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은 분할 청구가 가능합니다. 다만 법률혼처럼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혼의 성립과 공동 기여를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A씨의 사례를 따라가며 사실혼 기간 모은 예금을 분할받기까지의 절차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재산분할에 앞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두 사람이 단순한 동거 커플이 아닌 사실혼 관계였다는 점을 인정받는 일입니다. 단순 동거와 사실혼의 차이는 "혼인의 의사와 사회적 실질이 있었는가"에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는 입증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A씨의 경우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양가 상견례 사진과 가족 단체 카톡방에서 "우리 사위", "우리 며느리"라고 부른 7년치 대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게다가 두 사람은 5년 전부터 한 주택에 전입 신고를 함께 해두었고, A씨가 B씨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재된 기간도 있었습니다. 이 정도 자료라면 사실혼 성립을 다투기는 어렵습니다.
두 번째 쟁점은 명의자가 B씨 한 사람인 예금이 과연 "공동 재산"으로 인정될 수 있느냐입니다.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원칙으로 하지만, 사실혼 해소 시에도 법률혼 이혼에 준하여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는 것이 확립된 입장입니다. 핵심은 "형성·유지에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가"입니다.
A씨가 매달 자동이체로 70만원씩 7년간 입금한 내역은 통장 거래내역서에 모두 남아 있었습니다. 단순 계산만 해도 70만원 × 84개월 = 약 5,880만원. 여기에 A씨가 생활비, 공과금, 식료품 구입을 별도로 부담했다는 카드 내역까지 더해지면, 8,300만원의 예금 중 A씨의 직접 기여분은 적게 잡아도 절반을 넘어섭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사실혼이 성립하기 전에 각자 모았던 돈, 부모로부터 증여·상속받은 돈은 특유재산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B씨가 동거 시작 시점에 이미 가지고 있던 3,000만원이 있다면, 그 부분은 8,300만원에서 빠집니다. A씨에게도 입출금 시점을 통장 거래내역으로 명확히 구분해 두시도록 안내드린 이유입니다.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은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심판청구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절차의 큰 흐름은 이렇습니다.
두 사람이 사실상 동거를 종료하고 부부공동생활을 깬 시점이 "사실혼 해소일"입니다. A씨처럼 짐을 빼서 본가로 들어간 날짜, 카톡으로 "끝내자"는 의사가 명확히 오간 날이 기준이 됩니다. 이 날짜로부터 2년 안에 청구하지 않으면 권리가 사라지므로, 시효 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법원의 재산명시·재산조회 절차를 활용해 B씨 명의의 예금, 보험, 증권 계좌를 파악합니다. 청구 전에 상대방이 예금을 빼돌릴 우려가 있다면, 가압류를 먼저 걸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A씨의 경우 B씨가 헤어진 후 일부 금액을 다른 계좌로 옮긴 정황이 있어, 즉시 8,000만원 한도의 예금 가압류를 진행했습니다.
관할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심판청구서를 접수합니다. 통상 1차 기일이 잡히기까지 2~3개월, 조정 시도와 심리 과정을 거쳐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사건 난이도에 따라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소요됩니다. 비용은 청구 금액에 따른 인지대와 송달료가 기본이고, 변호사 선임 시 별도 수임료가 발생합니다.
심판 결정에 따라 분할금이 정해지면, 상대방이 임의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예금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으로 회수합니다. 미리 가압류를 걸어두었다면 본압류로 전환해 곧바로 추심할 수 있어 회수율이 훨씬 높아집니다.
사실혼 기간 모은 예금을 둘러싼 분쟁은 "명의"가 아닌 "기여"의 싸움입니다. 헤어진 직후 정신없는 와중에 놓치기 쉬운 세 가지를 마지막으로 짚어드립니다.
A씨는 결국 가압류를 발판으로 조정 단계에서 4,500만원을 받기로 합의했습니다. 7년의 동거가 끝나는 모양새가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적어도 자신이 들인 시간과 돈에 대해 법이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이 A씨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