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진단과 분석, 결과로 증명합니다.
민사소송을 진행하시다 보면 서증과 증인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판결문을 받아보고 당황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럴 때 마지막에 떠올리시는 것이 바로 당사자신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변호사 사무실에 오셔서 "제가 직접 법정에서 말하면 안 되나요?"라고 물어보시면, 저희도 잠시 고민하게 됩니다. 당사자신문은 잘 활용하면 사건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카드가 되지만, 준비 없이 들어가면 오히려 불리한 진술이 기록으로 남아 패소의 단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민사소송에서 당사자신문을 효과적으로 증거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실무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례와 함께 차분히 짚어드리겠습니다. 막연히 "내가 직접 말하면 진심이 전달되겠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특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예전에는 민사소송법상 당사자신문이 "보충적" 증거방법으로 분류되어, 서증과 증인신문이 부족할 때만 활용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 이후 보충성 원칙이 폐지되면서, 당사자신문은 다른 증거방법과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되었습니다. 즉 처음부터 독립적인 증거로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특히 대여금 청구나 약정금 청구처럼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고 객관적 서증이 부족한 사건에서 당사자신문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차용증이 분실되었거나, 계약서가 명확하지 않거나, 구두 약정만 있었던 사건에서는 당사자가 직접 법정에서 진술하는 모습 자체가 법관의 심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당사자신문이 단순한 보충 증거를 넘어 결정적 증거로 작동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 상황에서 나타납니다.
첫째, 상대방의 주장을 모순으로 무너뜨릴 때입니다.
상대방이 답변서와 준비서면에서 했던 진술과 법정에서의 진술이 어긋나는 순간, 법관은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사전에 상대방의 서면을 꼼꼼히 분석해 "이 부분에서 모순이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점을 찾아두는 것이 변호인의 역할입니다.
둘째, 본인의 주장에 진정성을 입히는 순간입니다.
서면으로만 보면 추상적으로 느껴지던 사실관계가, 당사자의 입을 통해 구체적인 시간·장소·대화 내용으로 살아나면 법관의 심증이 크게 흔들립니다. 특히 손해배상 사건에서 정신적 고통의 정도를 본인이 직접 진술할 때 위자료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셋째, 상대방이 선서 후 진술 거부를 하거나 출석하지 않을 때입니다.
민사소송법 제349조와 제350조 관련 법리에 따라, 법원은 신문사항에 관한 신청인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즉 상대방의 비협조가 오히려 우리 측에 유리한 정황 증거가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당사자신문이 양날의 검이라는 점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의뢰인 본인이 "억울하다, 내가 직접 말하면 판사님이 알아주실 것"이라며 신청을 강하게 원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진술은 오히려 우리 사건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함정은 감정적 진술입니다. 법정에서 흥분하시거나 상대방을 비난하는 표현을 사용하시면, 법관은 그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낮춰 평가하게 됩니다. 또한 "확실하지 않은데 그럴 것 같다"는 추측성 답변은 반대신문에서 그대로 약점이 됩니다.
또 하나는 선서의 무게입니다. 당사자도 증인과 마찬가지로 선서를 하고, 허위진술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370조). 더 큰 문제는 한 부분에서라도 거짓이 드러나면 다른 진술의 신빙성까지 함께 무너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자기 사건에서 사소한 부분을 보태어 말씀하셨다가 전체 주장이 의심받게 되는 사례를 적지 않게 봅니다.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예상 신문사항을 사전에 정리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합니다. 변호인과 함께 우리 측 주신문 사항과 상대방의 예상 반대신문 사항을 모두 시뮬레이션해보아야 합니다. 특히 반대신문에서 나올 만한 곤란한 질문들을 미리 짚어보고, 어떻게 답할지를 정리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두 번째로는 서증과의 정합성입니다. 이미 제출한 서면, 진술서, 증거자료에서 말씀하신 내용과 법정 진술이 일치해야 합니다. 사소한 날짜 하나, 금액 하나가 어긋나도 법관은 그 차이를 놓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신문 전에 본인이 제출한 모든 자료를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세 번째로는 답변 태도입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시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줍니다. 모든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려다 보면 추측이 사실처럼 진술되고, 그것이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최근 법원은 구술심리주의 강화 흐름 속에서 당사자신문의 비중을 점차 높여가고 있습니다. 서면 위주의 소송에서 벗어나 당사자와 증인을 직접 보고 듣는 절차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민사소송에서 당사자신문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당사자신문은 신청 여부, 신청 시점, 신문사항 구성, 본인의 진술 태도까지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효과를 발휘하는 절차입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떻게 진술되느냐에 따라 판결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막연히 "내가 옳다는 것을 직접 말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임하시기보다는, 우리 사건에서 당사자신문이 정말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차분히 함께 점검해보시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