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를 위해 끝까지 전력을 다하는 변호사, 소통이 잘 되는 변호사
몇 해 전, 한 IT 스타트업의 개발팀장으로 일하던 40대 남성이 상담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입사 5년 차에 회사가 갑자기 "보안 강화를 위해 전 직원이 서명해야 한다"며 경업금지 서약서를 내밀었고, 분위기상 거절하기 어려워 사인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년 뒤 동종업계 경쟁사로 이직하자 전 회사가 "2년간 동종업계 취업 금지" 조항을 근거로 손해배상 5천만원을 청구한 사건이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풍경입니다. 입사 당시가 아닌, 재직 중 갑자기 받게 되는 경업금지 약정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그리고 근로자와 사용자가 각각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경업금지 약정은 본래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를 제한하는 계약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처음부터 이를 엄격하게 심사해왔습니다. 그런데 입사 시점이 아닌 재직 중에 새로 받는 서약서는 더 까다로운 시선을 받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것이 사후 약정을 바라보는 법원의 기본 시각입니다. 신규 입사자는 채용 조건으로 거절할 여지라도 있지만, 재직자는 거절 시 인사상 불이익이나 평가 하락을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의사결정의 자발성이 의심받는 구조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후에 작성된 경업금지 약정은 무조건 무효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할 때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일관되게 판시해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사후 약정의 경우 다섯 번째 기준이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바로 약정 체결 경위와 자발성입니다. 근로자가 약정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지, 거절했을 때 받았을 불이익은 무엇이었는지, 약정 체결의 대가로 별도 처우 개선이 있었는지를 법원이 들여다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쟁점은 "대가" 부분입니다. 입사 시 약정이라면 채용 자체가 일종의 대가로 인정되지만, 이미 근로계약이 체결된 상태에서 새로 부담을 지우는 약정은 그에 상응하는 별도의 반대급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입니다.
대가로 인정될 수 있는 사례
- 약정 체결과 동시에 이루어진 승진 또는 임금 인상
- 스톡옵션, 성과급 지급 등 별도의 경제적 이익
- 퇴직 후 일정 기간 보상금 지급 약정
- 핵심 프로젝트 참여 권한 등 직무상 특혜
반대로 "전 직원이 형식적으로 서명하라"는 식의 일괄 서약, 인사 평가나 재계약 갱신을 빌미로 받아낸 서약은 자발성이 결여된 것으로 평가받기 쉽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개발팀장 사건도 결국 약정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최근 10년간 노동시장의 유동성이 커지면서 경업금지 분쟁은 양적으로도 늘었지만, 질적으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임원·고급기술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일반 개발자, 영업직, 디자이너까지 분쟁의 당사자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도 약정의 합리성을 더 엄격히 심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IT·바이오·금융 등 인력 이동이 활발한 업종에서는, 사용자가 사후에 일괄적으로 받아둔 서약서가 정작 분쟁 상황에서 무력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핵심 인력에게 적절한 대가를 지급하고 합리적 범위로 체결한 약정은 여전히 강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결국 사후 경업금지 약정의 운명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에 달려 있습니다. 사용자라면 단순히 서약서 한 장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에 걸맞은 처우와 합리적 범위 설정을 함께 고민해야 하고, 근로자라면 자신이 서명한 약정의 효력 범위를 정확히 파악해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앞으로도 법원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영업비밀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를 두고 사례별로 정교한 판단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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