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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업 · 기업일반자문·내부규정·컴플라이언스 2026.05.31 조회 15

사내변호사 비밀특권, 외부 분쟁에서 인정될까 (사례분석)

이민형 변호사
법무법인 해민 · 경상남도 창원시

기업의 법무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사내변호사 비밀특권이 외부 분쟁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나 민사소송 과정에서 사내변호사가 작성한 법률 검토 문건이 증거로 제출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례 개요

당사자 : 코스닥 상장 제조업체 K사 (임직원 약 420명, 경기 안산 소재)

관련자 : 사내변호사 A씨(38세, 법무팀 소속 7년차), 외부 자문 로펌 B

쟁점 사건 : 경쟁사 D사가 K사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손해배상 소송(청구금액 약 47억 원)

발단 : D사는 K사가 자사 전 직원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영업비밀을 부정 취득했다고 주장하며,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K사 법무팀 내부 검토 자료의 제출을 요구함

K사 법무팀장은 "사내변호사가 작성한 법률 의견서이므로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D사는 "사내변호사는 회사의 피용자에 불과하므로 외부 변호사와 동일한 특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사안에는 세 가지 법적 쟁점이 얽혀 있습니다.

쟁점 1. 한국법상 사내변호사의 비밀유지특권 인정 범위

현행법상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는 변호사법 제26조와 형사소송법 제112조, 민사소송법 제315조(증언거부권) 및 제344조(문서제출의무의 예외)에 산재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규정들이 사내변호사에게 그대로 적용되는지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견해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이상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특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두 번째는 사내변호사는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피용자이므로 독립성이 결여되어 외부 변호사와 동일한 보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K사 사례에서 법원은 절충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사내변호사가 "법률자문 목적"으로 작성한 문서에 한해 비밀유지특권을 인정하되, 일반 경영 의사결정이나 사실관계 정리 차원의 문건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 것입니다. 즉, 문서의 작성자(사내변호사)가 아니라 작성의 목적과 내용이 판단 기준이 됩니다.

실무 포인트

사내변호사가 작성하는 문건은 상단에 "법률자문 목적 - 비밀유지 대상"임을 명시하고, 사실조사 문건과 법률검토 문건을 파일·폴더 단위로 분리 관리해야 합니다. 두 가지가 한 문서에 섞여 있으면 전체가 제출명령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쟁점 2.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시 차이점

K사는 같은 시기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지원행위 관련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조사관은 사내변호사 A씨의 PC와 메일함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고, K사는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특권을 근거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조사 영역에서는 민사소송과 다른 기준이 적용됩니다. 2022년 12월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은 변호사-의뢰인 간 의사교환 문서에 대해 일정한 보호를 명문화했습니다. 다만 그 보호 범위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구체적으로 외부 변호사와의 의사교환 문건은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만, 사내변호사 단독 작성 문건의 보호 여부는 여전히 해석상 다툼이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내변호사를 "기업 임직원"의 일종으로 보고, 그가 작성한 자료에 대해서는 비밀유지특권을 폭넓게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입니다.

K사 사례에서는 사내변호사가 외부 로펌 B에 보낸 자문 의뢰 메일과 그 회신은 보호받았으나, 사내변호사가 임원진에게 단독으로 보고한 내부 검토서는 제출 대상이 되었습니다.

쟁점 3. 국제 분쟁에서의 차이 — 한국 사내변호사의 취약성

K사는 미국 법원에서도 D사 모회사와 별도 분쟁 중이었습니다. 미국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절차에서 K사 사내변호사 A씨의 메일이 제출 대상이 되었는데, 여기서 의외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미국 법원은 외국 사내변호사의 비밀유지특권을 판단할 때 해당 국가의 법조 규제와 변호사 등록 여부, 독립성 보장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한국 사내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되어 있고 변호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나, EU의 일부 국가나 일본 일부 사례에서처럼 "기업 내부 인사"로 분류되어 특권이 부정될 위험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미국 연방법원은 한국·일본 사내변호사 작성 문건에 대해 사안별로 엇갈린 판단을 내려왔습니다. 따라서 국경을 넘는 분쟁이 예상되는 사안에서는 처음부터 외부 변호사를 통한 검토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K사가 채택한 개선 조치

  • 법률자문 목적 문서에 "Privileged & Confidential - Attorney Work Product" 표시 의무화
  • 사실조사 문건과 법률의견서의 물리적·전자적 분리 보관
  • 중요 사안은 외부 로펌 공동 검토 구조로 전환
  • 사내변호사 보고라인을 CEO 직속으로 변경하여 독립성 외관 강화
  • 임직원 대상 분기별 비밀유지 교육 정례화

실무적 시사점

사내변호사 비밀특권은 "있다 / 없다"의 이분법으로 답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문서의 작성 목적, 보관 방식, 공유 범위, 분쟁의 관할(국내/해외), 사안의 성격(민사/공정거래/형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특히 외부 분쟁이 예상되는 단계에서 사내변호사가 작성하는 문건은 향후 증거로 제출될 가능성을 전제로 작성되어야 합니다. 사실관계와 법률평가를 한 문단에 섞어 쓰거나, 임원진과 자유로운 의견교환 형식으로 메일을 주고받는 관행은 위험합니다. 분쟁 발생 시점이 아니라 평시부터 문서 작성 원칙과 보관 체계를 정비해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어 수단입니다.

이민형
이민형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해민 · 경상남도 창원시
사내변호사 비밀특권은 문서의 형식보다 작성 목적과 관리 방식에서 결과가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는 사실조사 메모와 법률의견서를 분리하지 않아 전체 문건이 제출 대상이 되는 사례를 자주 봅니다. 컴플라이언스 체계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분쟁이 가시화되기 전에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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