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치매를 앓는 부모님 명의의 부동산을 처분해야 하거나, 발달장애 자녀의 재산을 누군가 관리해야 할 시점이 오면 가족들은 처음으로 성년후견이라는 제도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가정법원에 청구서를 접수하려고 하면 준비할 서류와 절차가 만만치 않습니다.
핵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는 한 번 시작하면 평균 4개월에서 길게는 8개월 이상 걸리는 절차이고, 중간에 서류가 빠지거나 가족 간 의견이 엇갈리면 시간이 더 늘어납니다. 아래 7가지를 청구 전에 반드시 점검하셔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민법은 정신적 제약의 정도에 따라 성년후견(사무처리 능력의 지속적 결여), 한정후견(부족), 특정후견(일시적·특정 사무)으로 나눕니다. 치매가 상당히 진행되어 의사소통이 어렵다면 성년후견, 일상생활은 가능하나 큰 재산행위가 어려운 정도라면 한정후견이 적절합니다. 청구 유형을 잘못 정하면 법원이 직권으로 변경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정확히 판단해야 진행이 빠릅니다.
아무나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민법 제9조에 따라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장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실혼 배우자나 사위·며느리는 청구권자가 아닙니다. 4촌 이내라면 조카, 사촌형제도 포함되니 가족 중 누가 청구인이 될지 미리 정해두셔야 합니다.
법원은 가정법원이 지정한 양식의 정신감정용 진단서를 요구합니다. 단순한 일반 진단서가 아니라 후견 개시 판단에 필요한 항목이 모두 기재되어야 합니다. 또한 최근 1년 이내의 치료 경과를 알 수 있는 진료기록부, 신경심리검사 결과를 함께 제출하면 별도의 정신감정 절차가 생략되어 1~2개월 이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실무상 가장 분쟁이 많은 지점입니다. 자녀가 여럿인 경우 누가 후견인이 될 것인지,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한 사람이 맡을지 분리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가족 간 이견이 있으면 법원은 분쟁을 우려하여 변호사나 사회복지사 등 제3자 전문가 후견인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구 전에 형제자매 간 합의를 문서로 남겨두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피후견인은 원칙적으로 행위능력이 제한됩니다. 다만 일용품 구입 등 일상적 법률행위는 후견인이 취소할 수 없도록 미리 정할 수 있고, 반대로 부동산 처분·금융거래 등 중요한 법률행위는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청구서에 권한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을수록 추후 분쟁이 줄어듭니다.
후견인이 선임되면 1개월 이내에 재산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고, 이후 매년 후견사무보고를 해야 합니다. 청구 단계에서 부동산 등기부등본, 예금잔고증명, 보험계약 내역, 채무 현황을 미리 정리해두지 않으면 선임 직후 큰 부담이 됩니다. 재산이 많을수록 후견감독인이 함께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인지대·송달료 등 기본 접수 비용은 수만 원대지만, 정신감정이 필요한 경우 감정료로 50만 원에서 150만 원이 추가됩니다. 변호사 선임 시 비용이 더해지고, 전문가 후견인이 선임되면 매월 보수가 발생합니다. 심판까지 평균 4~6개월이 소요되니 부동산 처분 등 급한 사정이 있다면 한정후견이나 임시후견인 선임 같은 대안도 함께 검토하셔야 합니다.
성년후견은 단순히 서류를 갖춰 접수하는 행정절차가 아니라, 본인의 잔존 능력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필요한 만큼만 제약하는 설계가 핵심입니다. 청구서 한 장에 적힌 권한 범위가 앞으로 수년, 수십 년간 본인과 가족의 법률관계를 좌우합니다.
위 7가지를 먼저 점검하시고, 가족 간 의견이 정리되지 않거나 재산 규모가 큰 사안이라면 청구서 작성 단계부터 신중하게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