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화성에서 30년 넘게 배를 재배해 온 농민 A씨(62세)는 어느 날 관할 시청으로부터 한 통의 공문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과수원 부지 1,200평이 도시계획시설(도로) 사업 구역에 편입되어 사업인정고시가 완료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씨가 당황한 이유는 단순히 토지를 내놓아야 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고시 시점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보상액이 인근 실거래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사업인정고시가 이루어지기 전, 주민 의견 청취 과정에서 A씨에게 아무런 통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업인정고시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 제20조 이하에 규정된 행정처분입니다.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위임받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특정 사업이 공익사업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그 사실을 관보 또는 공보에 게재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이 고시가 이루어지면 두 가지 큰 효과가 발생합니다.
보상 기준 시점 확정 - 사업인정고시일 기준 공시지가로 보상액이 산정됩니다. 고시 이후 토지 가격이 올라도 반영되지 않습니다.
수용 절차 개시 근거 - 사업시행자는 토지소유자와 협의가 안 될 경우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됩니다.
A씨에게 사업인정고시는 곧 자신의 토지가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수용될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A씨는 고시 자체의 효력을 다투기로 결심했습니다.
토지보상법 제21조는 사업인정 전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9조는 의견 청취 공고를 해당 지역 일간신문 등에 게재하고, 토지소유자에게 개별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A씨의 경우, 사업시행자인 B공사는 지역 일간지에 공고를 실었지만 토지 소유자인 A씨에게 개별 통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B공사 측은 등기부상 주소지로 우편을 발송했다고 주장했으나, A씨는 10년 전 실제 거주지로 주소를 이전한 상태였고, 등기부 주소는 이미 폐가가 된 옛 주소였습니다.
실무에서 이 문제는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법원은 의견 청취 절차가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실질적으로 이해관계인에게 방어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경우, 해당 절차적 하자가 사업인정고시의 위법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통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고시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고, 사업시행자가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됩니다.
A씨 사건에서는 사업시행자가 등기부 주소지 외에 주민등록 주소 확인, 현장 방문 등 추가적인 통지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어, 절차적 하자가 중대하다고 평가되었습니다.
A씨 측은 한 가지 쟁점을 더 제기했습니다. 해당 도로 사업의 공익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사업인정은 토지보상법 제20조에 따라 해당 사업이 토지를 수용할 만큼의 공익적 필요성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사업 계획이 수립되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달성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비례 관계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A씨 부지가 편입된 도로 구간은 이미 기존 우회도로가 존재했고, 교통량 분석 결과에서도 신규 도로의 필요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씨 측 감정인은 해당 구간의 하루 예상 교통량이 설계 기준의 30%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공익성 판단은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지만,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이 인정되면 사업인정고시가 위법해질 수 있습니다. 법원은 사업의 필요성, 수용되는 토지의 규모, 대체 방안의 존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사업인정고시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은 행정소송법상 취소소송의 형태를 띱니다. 관할 법원은 해당 처분을 한 행정청 소재지의 행정법원이며, 고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고시가 있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행정소송법 제20조).
A씨 사건처럼 사업인정고시가 취소되면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효과가 발생합니다.
A씨의 사건은 결국 행정소송 1심에서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사업인정고시 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B공사는 항소 없이 A씨와 재협의에 나섰고, 최종 보상액은 당초 제시된 금액 대비 약 1.7배 수준으로 합의되었습니다.
토지가 공익사업에 편입되었다는 통보를 받으셨다면, 보상액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 사업인정고시 단계에서부터 절차적, 실체적 하자 여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업인정고시에 대한 다툼은 보상금 증액 소송(토지수용위원회 재결에 대한 이의)과는 별개의 절차입니다. 고시 자체를 다투는 것이 유리한지, 재결 단계에서 보상액만 다투는 것이 효율적인지는 개별 사안의 절차적 하자 정도, 보상액 차이,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전략이 실무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