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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족·이혼·상속 사실혼·입양·후견
가족·이혼·상속 · 사실혼·입양·후견 2026.06.15 조회 93

인지청구 소송에서 유전자검사를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손명숙 변호사
변호사 손명숙 법률사무소 · 경상남도 창원시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법적으로 확인받고 싶은데, 상대방이 유전자검사를 끝까지 거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혼인 신고 없이 관계를 유지하다 헤어진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며 인지청구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오늘은 실제 상담 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사례를 바탕으로, 유전자검사 거부 시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 34세 C씨의 사연

서울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C씨(34세, 여성)는 약 3년간 D씨(38세, 남성, 회사원)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생활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아들 E가 태어났지만, D씨는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았고 양육비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C씨는 아이의 법적 아버지를 확정짓기 위해 인지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D씨는 "아이가 내 아이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유전자검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C씨로서는 유전자검사 없이는 친자 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막막한 심정이었습니다.

인지청구란?

혼인 외의 출생자(혼외자)가 생부 또는 생모에 대하여 법적 친자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입니다. 민법 제863조에 근거하며, 생부가 임의로 인지하지 않을 때 재판을 통해 강제로 친자관계를 확정받을 수 있습니다.

쟁점 1 - 법원은 유전자검사를 강제할 수 있는가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원은 당사자에게 유전자검사를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사소송법 제29조는 가사비송사건에서 법원의 사실조사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민사소송법 제364조의 감정 규정이 준용됩니다. 2005년 이후 대법원 판례에서도 인지청구 사건에서 법원이 유전자검사(DNA 감정)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방향이 확립되었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법원이 검사를 "명령"할 수는 있지만, 물리적으로 강제 채혈을 하거나 신체를 구속하여 검사를 실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끝까지 거부하면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쟁점 2 - 유전자검사를 거부하면 오히려 불리해진다

상대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유전자검사 명령에 응하지 않는 경우, 법원은 이를 매우 불리한 간접사실로 평가합니다. 쉽게 말해, "검사를 거부한다는 것 자체가 친자관계를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취지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법원의 판단 논리

정당한 사유 없이 유전자검사를 거부하는 경우, 법원은 검사에 응하였더라면 친자관계가 증명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민사소송법 제349조(문서제출명령 불응 시 상대방 주장을 진실로 인정)의 법리를 유추 적용한 것입니다.

D씨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D씨가 유전자검사를 거부하더라도, C씨가 아래와 같은 간접증거를 제출하면 법원은 친자관계를 인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두 사람이 동거했음을 보여주는 임대차계약서, 택배 수령 기록 등
  • 임신 기간 중 D씨와 주고받은 메시지(카카오톡 대화 내역)
  • D씨가 아이의 존재를 인정하거나 양육에 관여한 정황(사진, 통화 기록 등)
  • 병원 진료 기록에서 D씨가 보호자로 기재된 내역
  • 주변 지인의 증언

실무에서는 유전자검사 거부와 함께 이러한 간접증거가 결합되면, 법원이 인지 판결을 내리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쟁점 3 - 인지 판결 이후 양육비 청구까지의 흐름

인지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면, 판결 확정일이 아니라 출생 시점부터 법적 친자관계가 소급하여 발생합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친자관계가 확정되면 C씨는 다음과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1. 양육비 청구

과거 양육비(출생 시점부터)와 장래 양육비 모두 청구 가능합니다. 실무상 과거 양육비는 월 50만~100만 원 수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나, 양측의 소득 수준과 아이의 나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2. 상속권 발생

인지된 자녀는 혼인 중 출생자와 동일한 상속분을 가집니다. 민법 제1000조에 따라 제1순위 상속인이 됩니다.

3. 성과 본의 변경

필요한 경우 가정법원에 자녀의 성과 본 변경 허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D씨 사례에서 C씨의 아들 E는 현재 만 2세입니다. 인지 판결이 확정되면 C씨는 약 2년치의 과거 양육비와 E가 성년이 될 때까지의 장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는 상당한 금액이 될 수 있습니다.

인지청구 소송의 주요 절차와 소요 기간

인지청구 소송은 가정법원 가사합의부에서 진행됩니다. 일반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소장 접수 및 송달 - 관할 가정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 약 2~3주 내에 상대방에게 송달됩니다.
  • 유전자검사 명령 - 법원은 보통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기일에서 유전자검사를 명하며, 검사 자체는 약 3~4주가 소요됩니다.
  • 변론 및 판결 - 검사 결과가 나오면 비교적 신속하게 판결이 선고됩니다. 상대방이 검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간접증거 심리에 추가 시간이 필요합니다.
  • 전체 소요 기간 -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이나, 상대방의 태도와 증거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소송 비용은 인지대와 송달료를 합쳐 약 10만~15만 원 수준이며, 유전자검사 감정 비용은 약 30만~50만 원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변호사 선임 비용은 별도입니다.

실무적 조언 - 증거 확보가 핵심입니다

인지청구 소송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유전자검사 거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간접증거를 미리 확보해 두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거 사실, 임신 사실을 상대방이 알고 있었다는 정황, 양육에 관여한 흔적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시면 좋습니다.

둘째,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는 시간이 지나면 삭제되거나 복구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소송을 결심하시기 전이라도 관련 대화 내용을 캡처하여 별도로 보관해 두시길 권합니다.

셋째, 인지청구와 양육비 청구는 별개의 소송이지만, 실무에서는 인지청구 소송에서 양육비 청구를 병합하여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송 경제 측면에서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 미리 검토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인지청구의 소멸시효는 없습니다.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청구할 수 있으며, 생부가 사망한 경우에는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검찰을 상대로 인지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64조). 다만 양육비 청구의 실효성을 고려하면 가능한 이른 시점에 소송을 진행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손명숙
손명숙 변호사의 코멘트
변호사 손명숙 법률사무소 · 경상남도 창원시
인지청구 사건을 다루다 보면, 유전자검사 거부를 이유로 소송 자체를 포기하시려는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법원은 검사 거부 자체를 친자관계의 간접 증거로 보기 때문에, 동거 사실이나 메시지 등 보조 증거만 충분히 갖추면 승소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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