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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업·사업 법인설립·지분구조·주주간계약
기업·사업 · 법인설립·지분구조·주주간계약 2026.06.16 조회 62

차등의결권 도입이 한국에서 제한되는 이유와 향후 전망

이환규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우승 · 서울특별시 서초구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와 벤처 투자 시장이 성장하면서, 차등의결권(Dual-Class Share)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창업자가 지분이 희석되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제도는 미국 나스닥이나 홍콩 증시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도입이 사실상 제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 글에서는 차등의결권의 개념과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국내에서 도입이 제한되는 법적 근거와 그 배경, 그리고 향후 제도 변화의 가능성을 분석합니다.

차등의결권의 개념과 해외 도입 현황

차등의결권이란 동일한 금액의 주식이라도 특정 주주(통상 창업자)에게 1주당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창업자가 보유한 Class B 주식에 1주당 10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면, 지분율이 10%에 불과하더라도 의결권 비율은 사실상 과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 (나스닥/NYSE)

Google, Meta, Snap 등 다수의 빅테크 기업이 차등의결권 구조로 상장. Class A(1표) / Class B(10표) 이중구조가 일반적입니다.

홍콩 (HKEX)

2018년부터 허용. 샤오미, 메이퇀 등이 이 구조로 상장했으며, 혁신기업에 한정하여 엄격한 요건 하에 운영됩니다.

싱가포르 역시 2018년에 도입했고, 영국도 2021년 프리미엄 리스팅 규정을 개정하여 일정 요건 하에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차등의결권은 이미 선택의 문제이지 금지의 문제가 아닌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차등의결권이 제한되는 법적 근거

한국 상법은 1주 1의결권 원칙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차등의결권 도입의 가장 근본적인 법적 장벽입니다.

상법 제369조 제1항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

이 조항은 강행규정으로 해석되며, 정관으로도 이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통설 및 판례의 입장입니다.

구체적으로 제한이 작동하는 법적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 1주 1의결권 원칙 (상법 제369조) - 주식회사의 의결권은 주식 수에 비례하여 동등하게 부여되며, 특정 주주에게 복수 의결권을 부여하는 종류주식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 의결권 배제/제한 종류주식의 한정적 허용 (상법 제344조의3) - 현행법은 의결권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종류주식만 허용합니다. 즉 의결권을 줄이는 방향은 가능하나, 늘리는 방향(복수의결권)은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 자본시장법상 상장요건 - 설령 비상장 단계에서 유사한 구조를 설계하더라도, 상장 심사 과정에서 1주 1의결권 원칙에 반하는 구조는 거부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현행 상법 체계에서는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 자체가 허용되지 않고, 설령 계약적 방법(주주간계약 등)으로 유사한 효과를 시도하더라도 이는 법적 구속력과 제3자 대항력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가집니다.

제한의 배경과 정책적 논쟁

차등의결권 도입 제한의 배경에는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도입 반대론의 핵심 논거

한국의 대기업 집단(재벌)은 이미 순환출자, 지주회사 구조 등을 통해 소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차등의결권까지 허용할 경우 지배-피지배 괴리(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반면 도입 찬성론은 주로 스타트업과 혁신기업의 경쟁력 확보 관점에서 제기됩니다. 핵심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경영권 방어 - 창업자가 수차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되면, 회사의 장기적 비전과 무관한 단기 주주 이익 추구에 의사결정이 좌우될 위험이 있습니다.
  • 해외 상장 유인 차단 - 차등의결권을 원하는 한국 기업이 미국이나 홍콩에서 상장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자본시장의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글로벌 스탠더드 정합성 - 주요 선진 자본시장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추세에서 한국만 전면 금지를 유지하면 제도적 경쟁력이 저하됩니다.

비상장 단계에서의 실무적 대안과 한계

현행법 하에서도 창업자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실무에서 활용되는 대안적 방법들이 있으나, 각각 명확한 한계를 가집니다.

주주간계약(SHA)상 의결권 위임 조항

투자자가 특정 안건에 대해 창업자의 의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약정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는 채권적 효력에 그치므로, 투자자가 약정을 위반하여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그 의결 자체는 유효할 수 있습니다.

거부권부 종류주식(황금주)

상법 제344조의3에 따라 특정 안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종류주식을 발행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이는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복수의결권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지주회사 설립이나 의결권 신탁 등 다른 방법도 검토되지만, 복수의결권의 직접적 대체 수단으로는 부족합니다. 결국 현행법 체계 내에서 차등의결권과 동일한 효과를 완전히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실무의 결론입니다.

입법 동향과 향후 전망

차등의결권 도입을 위한 상법 개정 논의는 수차례 있었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고, 이후에도 유사한 법안이 반복적으로 발의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논의되는 도입 방안의 주요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적용 대상 한정 - 비상장 벤처기업 또는 기술혁신기업에 한정하여 허용하고, 상장 후 일정 기간(5~7년) 경과 시 자동 소멸하는 일몰(sunset) 조항을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 의결권 배수 상한 설정 - 1주당 최대 10표까지로 제한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 소수주주 보호장치 병행 - 정관 변경, 합병 등 기본적 사항에 대해서는 차등의결권을 적용하지 않고 1주 1의결권으로 환원하는 안전장치가 함께 검토됩니다.

정책 방향의 큰 흐름을 보면, 전면 허용이 아닌 제한적 도입의 형태로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다만 재벌 지배구조 문제와의 연결고리, 소수주주 보호 문제 등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단기간 내 입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법인 설립 초기 또는 투자 유치 단계에서 지분구조를 설계하는 경우, 현행법의 한계와 향후 제도 변화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여 주주간계약, 종류주식 설계, 지주회사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환규
이환규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유한) 우승 · 서울특별시 서초구
지분구조 설계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창업자분들이 차등의결권을 당연히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현행 상법상 이것이 불가능한 만큼, 주주간계약이나 종류주식 등 대안적 구조를 초기 단계부터 정밀하게 설계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 유치가 본격화되기 전에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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