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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 근로자성·파견·도급·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 · 근로자성·파견·도급·프리랜서·특수고용 2026.06.27 조회 107

용역 위탁 근로자도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사례로 보는 근로자성 판단

이환규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우승 · 서울특별시 서초구

오늘은 용역 위탁 근로자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를 실제와 유사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건물 관리, 청소, 경비, 시설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용역업체를 통해 인력을 공급받는 구조가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형식은 용역 위탁이지만, 실질적으로 원청(발주처)이 직접 업무를 지시하고 근무 시간을 통제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용역 근로자가 원청의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사건의 개요 - A씨의 상황

A씨(52세, 남성)는 대전 소재 종합병원의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A씨는 형식상 시설관리 용역업체인 B사 소속으로, B사가 해당 병원과 체결한 용역 계약에 따라 병원에 파견되어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A씨의 실제 근무 환경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병원 시설팀장이 매일 아침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작업 순서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해 주었습니다.

- 출퇴근 시간은 병원의 정규 직원과 동일하게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으며, 병원 측 출입관리 시스템으로 근태를 관리했습니다.

- 용역업체 B사의 현장 관리자는 사실상 부재했고, B사는 월 1회 급여만 지급하는 역할에 그쳤습니다.

- A씨는 병원 측이 제공한 작업복과 장비를 사용했고, 병원 정규 직원과 같은 식당에서 같은 식대 혜택을 받았습니다.

5년간 이렇게 근무하던 중, 용역 계약이 다른 업체(C사)로 변경되면서 A씨는 일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A씨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병원의 근로자였으므로, 용역 계약 변경에 따른 고용 승계 또는 부당해고 구제를 주장했습니다.

쟁점 1: 용역 위탁인가, 불법파견인가

첫째, A씨와 병원 사이의 관계가 적법한 도급(용역 위탁)인지 아니면 불법파견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따르면, 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사용사업주(원청)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도급은 수급인(용역업체)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발주처가 수급인의 근로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대법원은 도급과 파견을 구별할 때 다음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도급 vs 파견 구분의 핵심 기준

1) 원청이 근로자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하는지

2) 원청이 근무 시간, 장소, 방법을 결정하고 통제하는지

3) 수급인(용역업체)이 독자적인 기술력이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4) 수급인이 실질적으로 인사권과 노무관리 권한을 행사하는지

5) 작업 도구와 장비를 누가 제공하는지

A씨의 경우, 병원 시설팀장이 매일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내리고, 출퇴근과 근태를 병원이 직접 관리했으며, 용역업체 B사는 현장에서 실질적인 관리 기능을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작업 도구와 장비 역시 병원이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면, A씨는 형식적으로는 B사 소속이지만 실질적으로 병원의 지휘명령 아래 근로를 제공한 파견 근로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용역업체가 단순히 인력 공급만 하고 현장 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 대법원은 이를 실질적 파견 관계로 판단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쟁점 2: 원청의 직접 고용 의무 발생 여부

둘째, 불법파견으로 인정될 경우 병원에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하는지 문제됩니다.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의2에 따르면, 불법파견의 경우 사용사업주(원청)는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다음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파견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업무에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거나, 파견 허가 없이 근로자를 파견받은 경우
2
파견 기간(최대 2년)을 초과하여 계속 사용한 경우

A씨는 5년간 동일 업무에 종사했으므로, 2년의 파견 기간 제한을 크게 초과합니다. 따라서 불법파견으로 인정된다면, 병원은 A씨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용역 계약 변경에 따른 A씨의 퇴직은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원청 측에서는 A씨의 업무가 도급에 해당하며 독립적인 전문 기술이 필요한 시설관리 업무라고 반론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계약서상의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인 근로 관계의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쟁점 3: 근로조건 차별과 실질적 구제 범위

셋째, A씨가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 어떤 범위까지 구제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직접 고용 의무가 인정되면, A씨의 근로조건은 병원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 직원의 조건과 동등하게 결정됩니다. 구체적으로 다음 사항이 문제됩니다.

구제의 범위

- 직접 고용 간주 시점부터의 임금 차액 청구 가능

- 퇴직금, 연차수당, 상여금 등 병원 정규 직원에게 적용되는 제반 수당

- 부당해고 인정 시 원직 복직 및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

- 4대 보험 소급 적용 가능성

다만, 소멸시효에 유의해야 합니다. 임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므로, 직접 고용이 간주되는 시점이 오래되었더라도 실제 청구 가능한 금액은 최근 3년분에 한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퇴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도 3년입니다.

용역 위탁 근로자가 확인해야 할 실무적 포인트

이 사례를 통해, 용역 위탁 형태로 근무하는 분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확인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겠습니다.

1. 실질적 지휘명령 관계의 증거 확보

원청 관리자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은 기록(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업무일지 등)은 가장 중요한 증거입니다.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지시 내용을 캡처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2. 근태 관리 주체 파악

출퇴근 기록이 원청 시스템으로 관리되는지, 용역업체 자체 시스템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원청의 출입카드 기록, CCTV 기록 등도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3. 용역업체의 실질적 관리 여부 확인

용역업체 소속 현장 관리자가 상주하면서 실제로 인사권과 업무 지시를 행사하는지, 아니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지가 핵심입니다. 용역업체가 급여 지급만 담당하고 현장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파견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4. 근무 기간과 업무 내용 기록

동일한 원청에서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한 경우, 파견법상 직접 고용 간주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근무 기간과 수행한 업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5.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을 통한 구제 절차

부당해고 구제 신청은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제기해야 합니다. 기한을 넘기면 구제 기회를 잃을 수 있으므로, 용역 계약 변경 등으로 고용이 종료된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용역 위탁 근로자의 근로자성 판단은 계약서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근로 관계의 내용에 따라 결정됩니다. 형식적으로 용역업체 소속이더라도, 원청의 지휘명령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면 원청의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입증 책임은 근로자 측에 있으므로, 평소에 관련 증거를 꾸준히 확보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환규
이환규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유한) 우승 · 서울특별시 서초구
용역 위탁 근로자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대부분의 경우 계약서 형식과 실제 근무 환경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원청의 업무 지시 기록이나 근태 관리 증거를 초기에 확보하지 못해 구제가 어려워지는 사례를 자주 봅니다. 고용 관계에 의문이 드신다면, 증거가 남아 있을 때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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