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해외 거래처와 계약서를 쓰는데, 준거법과 관할을 어느 나라로 해야 하나요?"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국제계약에서 준거법과 관할 합의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느 나라 법원에서,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해 판단하느냐를 결정하는 조항입니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정하지 않으면, 분쟁 발생 시 소송 자체에 수년이 걸리고 비용이 수배로 불어나는 경우가 실무에서 빈번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준거법과 관할은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해야 하고,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아래에서 법적 근거와 실무 핵심을 정리하겠습니다.
준거법(Governing Law)이란 해당 계약의 해석과 효력을 판단하는 데 적용되는 법률을 말합니다. 예컨대 한국 기업이 독일 기업과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준거법을 독일법으로 정했다면, 계약 위반 여부나 손해배상 범위를 독일 민법(BGB)에 따라 판단하게 됩니다.
핵심 법적 근거
우리 국제사법 제25조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당사자 간 합의가 최우선입니다. 만약 준거법 합의가 없으면 국제사법 제26조에 따라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데, 이 판단 과정 자체가 분쟁을 키울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실수는 준거법 조항 없이 계약서를 체결하거나, "국제법에 따른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을 넣는 것입니다. '국제법'은 국가 간 조약을 의미하지 사인 간 계약에 적용되는 실체법이 아니므로, 이런 문구는 법적으로 무의미합니다.
관할 합의(Jurisdiction Clause)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느 나라, 어느 법원에서 재판할지를 정하는 조항입니다.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정했다 하더라도 관할을 상대방 국가 법원으로 합의하면, 한국법을 외국 법원에서 적용받게 되어 시간과 비용이 크게 증가합니다.
관할 합의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우리 국제사법 제8조는 당사자 간 서면 합의로 국제 관할을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다만 해당 법원과 "합리적 관련"이 전혀 없으면 무효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거래 이행지나 일방 당사자의 소재지 법원을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준거법과 관할을 합의했어도 무효가 되는 경우
1) 상대국 법이 강행규정(소비자보호법, 노동법 등)으로 준거법 합의를 제한하는 경우
2) 관할 합의가 일방 당사자에게 극도로 불합리하여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3) EU 역내 거래에서 브뤼셀 규정(Brussels I Regulation)상 전속관할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
또한 중재 합의(Arbitration Clause)를 관할 합의 대신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국제중재는 뉴욕협약(1958) 가입국 간에는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뉴욕협약 가입국은 170여 개국에 이릅니다. 반면 외국법원의 판결은 상대국에서 별도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국가에 따라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외국 기업과의 계약에서 판결의 실제 집행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ICC, SIAC, 대한상사중재원(KCAB) 등 국제중재기관을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계약의 준거법과 관할 합의는 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관심을 갖기 어려운 조항이지만, 일단 분쟁이 터지면 소송의 승패 이전에 절차적 유불리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됩니다. 계약 체결 전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