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되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이 고지를 들으면서도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십니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오히려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 수사기관이 더 강하게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것입니다.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 "진술을 안 하면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매우 자주 받습니다. 통계적으로도 피의자 단계에서 묵비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비율은 전체 사건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진술거부권의 정확한 의미와 효과를 잘 모르신 채 수사에 임하고 계신 셈입니다.
진술거부권, 흔히 '묵비권'이라고 부르는 이 권리는 단순한 수사 절차상의 형식이 아닙니다.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역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반드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권리의 핵심은 자기부죄거부의 특권(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에 있습니다. 국가 형벌권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방어 장치이므로, 이를 행사했다는 사실 자체를 불이익의 근거로 삼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원칙은 분명합니다. 진술거부권 행사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하거나,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위법합니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진술을 거부한 사실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조금 더 세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진술거부권 행사 여부는 사건의 성격과 수사 진행 단계에 따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모든 사건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며, 반대로 모든 사건에서 적극 진술하는 것이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실무에서 진술거부를 검토하는 대표적인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반대로, 혐의 사실이 비교적 단순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진술을 통해 조기에 혐의를 벗거나, 불기소 처분(혐의없음, 기소유예 등)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진술거부권을 "전부 말하거나, 전부 침묵하거나" 양자택일로 이해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개개의 질문에 대해 선택적으로 진술을 거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83조의2 제1항이 명시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개개의 신문"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진술하되, 특정 쟁점(예: 금전 수수의 대가성,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변호인과 상의 후 답변하겠다"고 밝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적 거부는 수사 실무에서도 빈번하게 이루어지며,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습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받은 진술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됩니다. 형사소송법 제309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를 받기 전, 진술거부권 고지를 받았는지 반드시 확인하시고, 고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진술이 이루어졌다면 이후 재판 과정에서 해당 진술의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조서에 서명하기 전 "미란다 원칙 고지를 받았음"이라는 기재가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진술거부권은 "죄가 있어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형사 절차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방어 수단입니다. 법적으로 이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은 확고합니다.
다만, 진술거부권 행사 여부와 그 범위는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진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받으셨다면, 조사에 임하기 전에 자신의 권리와 사건의 방향을 충분히 점검하시길 권합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