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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계약 · 계약서 작성·검토 2026.08.07 조회 25

국제계약 준거법·관할 조항, 어떻게 정해야 분쟁을 막을까

김준혁 변호사
법률사무소 도준 · 경기도 수원시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인천에서 기계 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대표 A씨는 베트남 현지 업체와 3년간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할 때만 해도 순조로웠지만, 2년 차에 품질 분쟁이 터졌습니다. 문제는 계약서 어디에도 준거법(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지)과 분쟁해결 관할(어느 나라 법원에서 다툴지)에 관한 조항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A씨는 소송을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조차 정하지 못한 채 반년을 허비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계약서 본문의 거래 조건에는 신경을 쓰면서도, 정작 분쟁이 생겼을 때 작동하는 이 두 조항의 설계는 어려워하거나 소홀히 하십니다. 오늘은 A씨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준거법과 관할 조항을 어떤 순서로 정해야 하는지 단계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Step 1. 준거법 — 어느 나라 법을 기준으로 할지 정하기

가장 먼저 정할 것은 계약의 해석과 효력을 판단할 준거법입니다. 준거법이 정해지지 않으면, 같은 계약 문구도 나라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연이자율, 계약 해제 요건, 손해배상 범위는 국가별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익숙한 법 체계이고, 국내 변호사의 자문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대방이 강하게 반대할 때는 제3국의 중립적인 법(예: 싱가포르법)을 절충안으로 검토합니다.

이 단계에서 확인할 것

상대국 법이 적용될 경우의 위험, 국제물품매매계약(CISG) 적용 여부, 소비자·근로 관련 강행규정의 존재 여부를 함께 점검합니다.

소요기간: 계약 협상 초기 1~2주필요: 양측 거래 구조 파악

Step 2. 분쟁해결 방식 — 소송이냐 중재냐 결정하기

준거법을 정했다면, 다음은 분쟁을 법원 소송으로 할지 중재로 할지를 결정합니다. 국제 거래에서는 중재를 선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외국 법원의 판결은 상대국에서 집행하기가 까다로운 반면, 중재 판정은 뉴욕협약 가입국(150여 개국) 사이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집행되기 때문입니다.

A씨의 사례처럼 상대방이 해외에 있고 재산도 해외에 있다면, 국내 법원에서 승소해도 실제 회수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중재를 선택하는 것이 실익이 큽니다.

중재를 택할 경우, 중재기관(예: 대한상사중재원,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 중재지, 중재 언어, 중재인 수를 반드시 조항에 명시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비어 있으면 나중에 절차 자체를 두고 또 다투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확인할 것

상대방 재산 소재지, 집행 가능성, 신속성과 비밀 유지 필요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소요기간: 협상 중반 1~2주비용: 중재는 소송보다 신청비가 높은 편

Step 3. 관할·중재지 문구를 명확히 확정하기

마지막 단계는 앞서 정한 내용을 오해의 여지 없이 문장으로 확정하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조항이 모호한 경우입니다. "분쟁은 상호 협의하여 해결한다" 같은 문구만 있으면, 정작 분쟁이 생겼을 때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법원 소송을 택했다면 전속적 합의관할(오직 특정 법원에서만 소송을 제기한다)인지 부가적 관할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전속 관할로 정하면 상대방이 다른 나라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확인할 것

준거법 조항과 관할 조항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지, 계약서 번역본과 원본의 문구가 일치하는지 최종 대조합니다.

소요기간: 서명 직전 3~5일필요: 최종 검토용 대조표

A씨는 뒤늦게 계약서를 보완했지만, 이미 진행 중이던 분쟁에는 소급 적용이 어려웠습니다. 준거법과 관할 조항은 분쟁이 없을 때는 존재감이 없지만, 분쟁이 시작되는 순간 계약의 승패를 좌우하는 조항입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이 두 조항이 명확하고 서로 모순되지 않는지 반드시 마지막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준혁
김준혁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도준 · 경기도 수원시
제 경험상 국제계약 분쟁은 승소보다 집행이 더 어렵습니다. 상대방 재산이 해외에 있다면 국내 법원 관할보다 중재 조항이 실익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준거법과 관할 조항은 서명 전에 반드시 함께 검토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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