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판결문을 넘어선 종합적 문제 해결을 추구합니다
순간의 화해나 합의로 고소를 취소했다가, 시간이 지나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상황이 달라져 다시 고소하고 싶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많은 분들이 "이미 취소했는데 또 고소해도 되나요?"라고 걱정하며 찾아오십니다. 마음이 무거우실 텐데, 오늘은 고소 취소 이후 재고소가 가능한지 차근차근 알려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건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원칙적으로 대부분의 범죄는 재고소가 가능하지만, 일부 사건은 한 번 취소하면 다시 고소할 수 없습니다. 핵심은 그 범죄가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죄)'인지 여부에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2항에 따르면,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조항이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친고죄'의 경우입니다.
친고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국가가 처벌할 수 있는 범죄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모욕죄, 사자명예훼손죄, 비밀침해죄 등이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고소를 한 번 취소하면, 마음이 바뀌어도 같은 사건으로 다시 고소하는 것은 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엄격할까요?
고소와 취소를 반복하며 상대방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 형사 절차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친고죄의 고소 취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많은 사건은 친고죄가 아닙니다. 사기죄, 폭행죄, 상해죄, 절도죄, 횡령죄 등은 비친고죄에 해당합니다.
비친고죄에서 '고소'는 수사의 단서(수사를 시작하게 하는 계기)일 뿐, 처벌의 필수 조건이 아닙니다. 따라서 고소를 취소했더라도 범죄 혐의가 여전히 존재한다면 다시 고소하거나 진정을 넣어 수사가 재개될 수 있습니다.
질문 사례처럼 사기 피해로 합의를 조건으로 고소를 취소했는데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경우, 사기죄는 비친고죄이므로 재고소가 가능합니다. 오히려 합의 후 약속 불이행 정황이 새로운 사기 혐의의 정황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합니다.
단순폭행, 협박, 명예훼손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합의하면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다면,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다시 처벌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형사소송법상 처벌불원 의사표시도 고소 취소와 유사하게 번복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는 안타까운 사례
합의서에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고 서명한 뒤, 합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처벌을 다시 요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니, 합의서 문구는 반드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재고소를 고민 중이시라면 다음을 먼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해당 범죄가 친고죄·반의사불벌죄인지 확인합니다. 둘째, 공소시효(처벌할 수 있는 기간)가 아직 남아 있는지 점검합니다. 셋째, 이전 고소 취소 당시 작성한 합의서나 처벌불원 의사표시 내용을 확인합니다.
특히 합의를 조건으로 고소를 취소했는데 상대방이 이를 어겼다면, 그 자체가 새로운 분쟁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합의 불이행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사안에 따라 형사 절차를 병행하는 것이 회복에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