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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청 업체가 납품 조건이라며 우리 회사의 제조 도면과 설계 데이터를 통째로 넘기라고 합니다. 거부하면 거래를 끊겠다고 하는데, 이거 신고할 수 있나요?
핵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는 기술자료 무단 요구는 하도급법 위반이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원청(원사업자)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수급사업자(하도급 업체)의 핵심 기술을 강제로 넘기게 하는 것은 명백한 갑질에 해당합니다.
실무에서 이런 상담을 자주 접합니다. 거래 관계가 끊길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자료를 넘긴 뒤, 그 기술이 다른 업체로 넘어가거나 원청이 직접 생산에 활용하면서 뒤늦게 후회하시는 경우입니다. 결론적으로, 법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명확한 보호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12조의3은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술자료란 도면, 설계도, 제조·생산 방법,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등 상당한 노력으로 비밀로 유지된 자료를 말합니다.
중요한 건 '정당한 사유'의 판단입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가 전형적인 위법 사례입니다.
설령 정당한 사유가 있어 자료를 요구하더라도, 원사업자는 요구 목적, 비밀유지 방법, 권리귀속 관계, 대가 등을 적은 서면을 반드시 교부해야 합니다. 이 서면 없이 구두로만 자료를 요구했다면 그 자체로 절차 위반입니다.
공정위에 신고하면 조사가 개시됩니다. 위반이 확인되면 원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술자료를 유용(무단 사용)한 경우에는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됩니다. 일반 손해배상과 달리 배상액이 크게 늘어나는 강력한 규정입니다.
또한 신고를 이유로 원사업자가 거래를 끊거나 물량을 줄이는 보복조치도 하도급법상 별도로 금지됩니다. 보복이 확인되면 이 역시 추가 제재 대상입니다. 많은 분들이 신고 후 보복을 걱정하시는데, 법은 이 부분까지 함께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부당한 요구를 받았다면 먼저 서면 교부를 요청하십시오.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관리하실 건지 서면으로 주시면 검토하겠다"고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위법한 요구는 상당수 철회됩니다.
반드시 확보해야 할 증거
이런 증거는 신고 이후 사실관계를 다툴 때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구두 요구는 나중에 원청이 부인하기 쉬우므로, 대화를 문자나 메일로 남기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모든 기술자료 요구가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거나, 명백한 품질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최소 범위 내에서 정당한 대가와 함께 요구하는 경우는 적법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기술자료 제공 조항이 있더라도, 그 내용이 일방적으로 불리하면 무효로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판단 기준은 '요구의 목적이 구체적이고 정당한가', '적법한 서면 절차를 거쳤는가', '대가와 권리귀속이 공정한가'입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신고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