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판결문을 넘어선 종합적 문제 해결을 추구합니다
오랜 시간 한 사람과 부부처럼 살아왔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지내온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비혼 동거 및 사실혼 가구는 꾸준히 늘고 있고, 특히 재혼이나 황혼의 만남에서는 여러 사정으로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함께한 세월이 아무리 길어도, 한쪽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남겨진 사실혼 배우자가 마주하는 현실은 몹시 냉정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20년을 함께 살고도 상속 한 푼 받지 못해 살던 집에서 나가야 할 처지에 놓인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오늘은 사실혼 배우자가 재산에 대해 어떤 권리를 가지는지, 그리고 왜 상속에서는 배제되는지를 차분히 짚어보겠습니다.
사실혼은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관계를 말합니다. 단순한 동거와는 다릅니다. 서로를 배우자로 여기는 혼인의 의사(결혼하겠다는 뜻)가 있고, 주변에서도 부부로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어야 사실혼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함께 산 기간, 주민등록상 같은 세대 여부, 양가 가족과의 왕래, 결혼식이나 청첩장 같은 의사표시, 생활비를 공동으로 관리했는지 여부 등입니다. 이런 정황들이 쌓여야 법적으로 보호받는 사실혼이 인정됩니다.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사실혼 관계가 해소될 때, 즉 두 사람이 헤어지거나 한쪽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정리할 때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함께 형성한 재산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는 것이지요. 법률혼 부부가 이혼할 때 재산을 나누는 것과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그러나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는 완전히 다릅니다. 상속은 민법이 정한 상속인에게만 인정되는데, 여기에 사실혼 배우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1003조는 배우자의 상속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때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만을 뜻합니다. 함께한 세월이 아무리 길어도, 혼인신고가 없으면 상속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법의 태도입니다.
다행히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몇 가지 제한적인 보호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장치들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이고 제한적입니다. 상속인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특별연고자 재산분여는 불가능하고, 주택임차권 승계도 소유 주택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언입니다. 생전에 유언장을 작성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을 남기겠다는 뜻을 명확히 해두면, 유증(유언으로 재산을 주는 것)을 통해 재산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다만 법률상 상속인이 있는 경우 그들의 유류분(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상속 몫)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생전 증여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함께 마련한 집의 지분을 나누어 두거나, 필요한 재산을 미리 이전해 두는 것이지요. 물론 세금 문제와 다른 상속인과의 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가능하다면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여러 사정으로 미루고 계셨다면, 두 분이 서로를 진정한 반려로 여기는 만큼 법적 보호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시는 것을 권합니다. 함께한 시간이 법 앞에서도 온전히 존중받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두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