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한 자영업자분이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몇 년 전 물품대금 소송에서 패소해 상당한 금액을 물어냈는데, 최근 상대방이 재판 과정에서 위조된 계약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판결이 확정되어 항소도 상고도 할 수 없는 상황, 그분은 "이제 정말 방법이 없는 건가요?"라고 물으셨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확정판결이라도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비상수단이 있습니다. 바로 재심입니다. 다만 재심은 아무 때나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엄격한 사유와 기간을 갖추어야 합니다. 재심을 청구하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 7가지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재심은 확정된 종국판결(더 이상 상소로 다툴 수 없게 된 최종 판결)에 대해서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아직 항소나 상고 기간이 남아 있거나 상소가 진행 중이라면, 재심이 아니라 통상의 불복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즉 항소·상고로 다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재심은 대상이 아닙니다.
재심 사유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에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판결이 억울하다", "결과가 잘못됐다"는 이유만으로는 재심이 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요 재심 사유(예시)
· 판결에 관여한 법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경우
· 소송대리권에 흠이 있었던 경우(대리인 자격의 하자 등)
· 판결의 증거가 된 문서 등이 위조·변조된 경우
· 증인·감정인의 거짓 진술이 판결의 증거가 된 경우
·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대해 판단이 누락된 경우
· 재심 대상 판결이 다른 확정판결과 저촉되는 경우
본인의 상황이 위 사유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특정하는 것이 재심 성공의 첫걸음입니다.
위조·변조나 거짓 진술 등 일부 사유는, 원칙적으로 그에 관한 유죄의 확정판결 또는 과태료 부과의 확정재판이 있어야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위조 사실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위조가 형사적으로 확정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증거부족 외의 이유로 유죄판결을 할 수 없을 때에는 예외가 인정되기도 하므로, 이 부분은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재심의 소는 당사자가 재심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이 기간은 불변기간으로, 넘기면 원칙적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앞선 자영업자분처럼 위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안 시점이 언제인지가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재심 사유를 알지 못했더라도, 판결이 확정된 뒤 5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즉 30일과 5년이라는 두 가지 시간 제한을 모두 통과해야 합니다. 다만 재심 사유가 판결 확정 후에 생긴 경우에는 그 발생일부터 5년을 기산합니다.
당사자가 상소(항소·상고)를 통해 그 사유를 주장했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재심은 어디까지나 통상의 불복 절차로는 다툴 수 없었던 사정을 구제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이 요건에 걸려 재심이 각하되는 경우가 실무에서 적지 않습니다.
재심의 소는 재심 대상이 되는 판결을 한 법원의 전속관할입니다. 예컨대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에 재심 사유가 있다면 항소심 법원에 청구해야 합니다. 관할을 잘못 지정하면 절차가 지연되므로, 어느 심급의 어느 판결에 하자가 있는지를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재심은 확정판결이라는 법적 안정성을 깨는 예외적 제도인 만큼, 요건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사유가 법에 열거된 것인지, 유죄 확정판결 등 부가 요건이 필요한지, 30일과 5년의 기간을 지켰는지를 순서대로 점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앞서 소개한 자영업자분의 사례처럼, 억울한 사정이 뒤늦게 드러난 경우에도 기간 요건만 놓치지 않는다면 확정판결을 바로잡을 길이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