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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한 노후 아파트 단지에 20년 넘게 거주해 온 김모 씨(58세, 자영업)는 어느 날 재건축 조합설립인가가 났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김 씨 본인은 동의서를 낸 기억이 없었고, 같은 동에 사는 이웃 서너 명도 "우리도 동의한 적 없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조합 사무실을 찾아가 동의서 원본 확인을 요청했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김 씨의 사례를 통해 정비사업 조합설립의 요건과 인가처분을 다투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면 법이 정한 동의율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재건축사업의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다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김 씨 단지처럼 특정 동에서 동의율이 미달하면, 전체 동의율을 채웠더라도 조합설립 요건에 하자가 생깁니다.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부분이 바로 이 동별 요건입니다. 전체 숫자만 맞추면 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별 과반수를 놓치면 인가처분 자체가 위법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동의서에는 신축 건축물의 설계 개요, 공사비 등 정비사업비 추산액, 그 비용의 분담 기준 등 법정 기재사항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이런 내용이 빠지거나 부실하면 동의의 효력 자체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김 씨가 "동의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면, 핵심은 동의서의 진정성입니다. 실제로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동의서 서명 위조, 인감 도용, 동의 철회 처리 누락 등의 문제가 종종 발생합니다.
조합원은 조합에 대해 동의서와 관련 서류의 열람·복사(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이 조합원의 열람·복사 요청에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조합 임원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확인해 두면 좋은 자료
· 본인 명의 동의서 원본(서명·인영 대조용)
· 동의서 징구 시점과 접수대장
· 동의 철회서 제출 여부와 처리 결과
· 동별 동의 집계표
만약 위조가 의심된다면 필적 감정이나 인감 대조를 통해 다툴 수 있고, 사안에 따라 사문서위조 등 형사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위조 주장은 이를 주장하는 쪽이 상당한 개연성을 입증해야 하므로, 초기부터 증거를 체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의율 미달이나 동의서 하자가 확인되면, 조합원은 조합설립인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조합설립인가는 관할 행정청(시장·군수 등)이 내리는 행정처분이므로, 이를 다투는 것은 민사소송이 아니라 행정소송이라는 점입니다.
제소기간에 특히 주의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하자가 있어도 다툴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는 조합설립인가의 하자 정도에 따라 무효확인소송을 함께 검토하기도 합니다. 위법이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에는 제소기간 제한 없이 무효를 다툴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무효로 인정되는 문턱은 상당히 높아, 대부분의 사안은 취소소송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한 가지 더 살펴볼 부분은 소송의 실익입니다. 사업이 상당히 진행되어 이미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인가 단계까지 넘어간 경우, 조합설립인가만 다투는 것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단계의 처분을 대상으로 다툴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김 씨가 밟아야 할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째, 조합에 동의서 열람·복사를 청구해 본인 명의 동의서의 존재와 진정성을 확인합니다. 둘째, 동별 동의율이 요건을 충족했는지 집계표를 검토합니다. 셋째, 하자가 확인되면 제소기간(안 날부터 90일) 내에 조합설립인가 취소소송을 제기할지 판단합니다.
정비사업 분쟁은 서류가 방대하고 절차가 복잡하며, 무엇보다 기간을 놓치면 회복이 어려운 특성이 있습니다. 동의 여부에 의문이 든다면 통지를 받은 직후부터 자료를 확보하고 대응 방향을 점검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