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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파트너와 합작법인(두 나라 이상의 기업이 함께 세운 회사)을 설립하실 때, 계약서의 준거법(분쟁이 생겼을 때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지 정하는 조항) 조항을 가볍게 넘기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계약 초기에는 모두 사업 성공만 바라보기 때문에, 분쟁이라는 단어 자체가 멀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막상 이해관계가 틀어지면, 그 작은 한 줄이 분쟁의 승패와 비용 전체를 좌우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정말 많습니다.
오늘은 해외 합작법인 분쟁을 대비해 준거법을 선택하기 전, 반드시 확인하셔야 할 핵심 항목들을 하나씩 짚어드리겠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이 체크리스트를 천천히 따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많은 분들이 준거법(적용 법률)과 관할·중재지(분쟁을 어디서 다툴지)를 하나로 묶어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이 둘은 별개의 조항입니다. 예를 들어 준거법은 싱가포르법으로 하되, 분쟁은 한국상사중재원에서 해결하도록 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두 조항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지 반드시 따로 점검하셔야 합니다.
한국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한국법이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합작법인의 지분 구조, 이익 배분, 이사 선임 방식 등 핵심 쟁점이 어느 나라 법에서 더 명확하게 보호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정했다가 정작 핵심 조항 해석에서 불리해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준거법을 자유롭게 정했더라도, 합작법인이 설립된 국가의 강행규정(당사자 합의로 배제할 수 없는 법)은 여전히 적용될 수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 제한, 지분 상한, 세무 규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아무리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정했어도, 현지법이 강제하는 규제는 피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분쟁에서 이기는 것과 실제로 돈을 받아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상대방 자산이 있는 국가에서 우리 판결이나 중재판정이 집행될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중재의 경우 뉴욕협약(외국중재판정의 승인·집행에 관한 협약) 가입국끼리는 집행이 비교적 수월하지만, 소송 판결은 국가마다 승인 요건이 다릅니다.
해외 합작법인 분쟁에서는 소송보다 국제중재가 선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행이 용이하고, 비공개로 진행되며, 중립적인 제3국에서 다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재는 비용이 상당하고 상소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사안의 규모와 특성에 맞게 선택하셔야 합니다.
영문과 국문 계약서를 함께 작성하는 경우, 두 버전의 내용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해석에 다툼이 생겼을 때 어느 언어본을 우선할지 반드시 명시하셔야 합니다. 이 한 줄이 없으면 분쟁 과정에서 번역의 정확성을 두고 또 다른 공방이 벌어지게 됩니다.
지분을 50대 50으로 나눈 합작법인에서는 양측 의견이 대립하면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교착 상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준거법 선택과 더불어, 이런 상황에서 지분을 어떻게 매각하거나 정리할지 정하는 조항을 미리 두어야 분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준거법 조항은 계약 체결 당시에는 사소해 보이지만, 분쟁이 터지는 순간 가장 먼저 다투게 되는 지점입니다. 사업이 순조로울 때 미리 정비해 두시는 것이 결국 가장 큰 비용을 아끼는 길입니다.
위 항목들은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습니다. 준거법 하나만 잘 정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분쟁해결 방식, 집행 가능성, 현지 규제가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실제 분쟁 상황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계약서를 만드실 때는 각 조항을 따로 보지 마시고, 전체가 하나의 방어 체계라는 관점에서 점검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특히 해외 합작법인은 설립 국가의 법제, 파트너의 국적, 자산 소재지 등 변수가 많아 표준 계약서를 그대로 쓰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미 분쟁이 시작된 뒤에는 준거법 조항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고, 계약 단계에서 충분히 시간을 들여 검토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