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전세나 월세로 살고 계신 분들이 계약 만료를 앞두고 가장 걱정하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계약갱신 거절 문제입니다. 이사 준비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때 그 사유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막막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실제 있을 법한 사례를 통해 임대인의 부당한 계약갱신 거절 사유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인천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는 38세 김민서 씨는 보증금 2억 4천만 원에 전세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2년 계약이 끝나갈 무렵, 김 씨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임대인 박 씨에게 문자로 전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 박 씨는 "내 아들이 들어와 살 예정"이라며 갱신을 거절했습니다. 김 씨는 어쩔 수 없이 이사를 나갔는데, 몇 달 뒤 우연히 확인해 보니 해당 집에는 아들이 아닌 새로운 세입자가 시세보다 높은 보증금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김 씨처럼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당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세입자를 들인 경우,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따르면, 임차인(세입자)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사이에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즉, 임대인이 마음대로 갱신을 거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 법의 취지입니다.
법에서 정한 갱신 거절 사유는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김 씨의 경우 임대인은 세 번째 사유, 즉 직계비속(아들)의 실거주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는 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만, 문제는 그 사유가 '진짜'였는지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임차인을 보호하는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해 놓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기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임대인의 실거주가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임차인이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갱신 거절 당시의 정황과 이후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온 사실을 꼼꼼히 확인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손해배상액은 법에서 세 가지 기준 중 큰 금액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갱신 거절 당시 월차임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임대인이 새 임차인에게 받은 차임과 기존 차임의 차액의 2년분, 그리고 임차인이 실제로 입은 손해액 중 가장 큰 금액입니다. 전세의 경우 월차임 환산액을 기준으로 계산하게 됩니다.
다만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들이 실제로 입주하려 했으나 갑작스러운 사정 변경이 생겼다는 등의 합리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김 씨의 사례에서 아쉬운 점은, 갱신 거절 과정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갱신 거절 분쟁은 결국 '증거 싸움'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이 끝나가는 시점이라면 다음 사항들을 미리 챙겨두시길 권합니다.
특히 임대인이 실거주를 사유로 든 경우, 갱신 거절 후 2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세입자를 들였다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계약갱신 거절 문제는 처음 겪으시는 분들에게는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법은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여러 보호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임대인의 거절 사유가 정당한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우실 때는, 관련 증거를 정리한 뒤 차분히 검토하는 것이 좋은 대응의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