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을 준비하다 보면,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와 등기부상 명의가 다른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납니다. 세금 문제, 대출 조건, 가족 간 사정 등으로 배우자나 제3자 명의로 부동산을 등기해 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명의신탁 부동산'은 이혼 재산분할에서 어떻게 처리될까요. 오늘은 구체적인 가상 사례를 통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례] 대전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48세)는 결혼 12년 차에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혼인 기간 중 A씨는 세무상의 이유로 아파트(시가 9억 원)를 배우자 B씨(45세) 명의로 등기해 두었습니다. 취득 자금은 전액 A씨가 부담했고, 대출 상환도 A씨의 병원 수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혼을 앞두고 B씨는 "명의가 내 앞으로 되어 있으니 이 아파트는 내 재산"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사안에서 문제되는 쟁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명의신탁의 효력, 재산분할 대상 여부, 그리고 실무적인 대응 방법입니다.
먼저 명의신탁(실제 소유자와 등기 명의자가 다르게 해두는 약정)의 효력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 약정을 무효로 봅니다. 그러나 배우자 간의 명의신탁은 예외가 인정됩니다.
부동산실명법 제8조는 조세 포탈, 강제집행 면탈, 법령상 제한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 배우자 명의로 한 등기는 유효하다고 규정합니다. 즉 A씨가 세금 회피 등 부정한 목적 없이 B씨 명의로 등기했다면, B씨 명의 등기 자체는 법적으로 유효합니다.
정리하면, 배우자 명의신탁은 부정한 목적이 없는 한 등기가 유효하며, 부부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A씨가 실질 소유자로 인정됩니다.
다만 A씨가 세무상 이유, 즉 조세 관련 목적으로 명의를 옮긴 것이라면 사안에 따라 명의신탁 약정이 무효가 될 여지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취득 경위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하는 지점입니다.
등기 명의가 B씨 앞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 아파트가 곧 B씨의 재산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재산분할에서는 등기 명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재산 형성 기여도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명의를 불문하고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하여 형성한 재산 전부입니다. 따라서 A씨의 자금으로 취득하고 A씨의 수입으로 대출을 상환한 이 아파트는, 명의가 B씨라 하더라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됩니다.
이 경우 실무적으로는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합니다. 첫째, 해당 아파트를 재산분할 대상 재산 목록에 편입시켜 전체 재산에 대한 분할 비율로 정산하는 방법입니다. 둘째,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을 A씨 앞으로 돌린 뒤 재산분할을 진행하는 방법입니다. 다만 A씨의 취득 자금 기여가 명확하더라도, B씨 역시 혼인 기간 중 가사노동 등을 통해 재산 형성에 기여한 부분이 인정되므로, 분할 비율에서 B씨의 몫이 반영됩니다.
핵심은 등기 명의가 아니라 자금의 출처와 기여도입니다. B씨 명의라는 사실만으로 A씨의 재산분할 청구가 배척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안에서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입증 자료입니다. 등기 명의가 상대방 앞으로 되어 있는 만큼, 실질 소유자임을 주장하는 A씨가 취득 자금의 출처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집니다.
준비해야 할 자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파트 취득 당시의 계좌 이체 내역과 매매대금 지급 자료, 대출 실행 및 상환 내역, 병원 소득 관련 자료, 취득 경위를 뒷받침하는 문자·메일 등입니다. 이 자료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수록 A씨의 자금 기여가 명확하게 인정됩니다.
또한 이혼 소송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위험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 경우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재판이 끝나기 전 재산을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막는 절차)을 신청해 재산을 확보해 두는 것이 실무상 유효한 대응입니다.
반대로 B씨의 입장이라면, 자신도 혼인 기간 중 재산 형성과 유지에 기여했음을 적극적으로 소명하여 정당한 분할 비율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결국 명의신탁 부동산 문제는 명의 다툼이 아니라, 취득 경위와 기여도를 둘러싼 입증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