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오근 변호사 입니다.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대전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C사에서 6년째 일하던 김모 씨(42세)는 어느 날 갑자기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김 씨의 실제 사용자는 C사였음에도, 명목상 근로계약은 용역업체 D사와 체결되어 있었습니다. 이른바 불법파견의 전형적인 구조였습니다.
김 씨처럼 "나는 도대체 누구의 근로자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는 사례가 실무에서 끊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바탕으로, 불법파견이 인정되었을 때 발생하는 직접고용 간주 효과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당사자 관계
- 원청 C사(자동차 부품 제조, 직원 약 350명)
- 용역업체 D사(C사 공장 내 특정 공정을 수행하는 업체)
- 김모 씨(D사 소속으로 계약, 2018년부터 C사 공장 근무)
문제 상황
- 2024년 8월, D사가 김 씨에게 계약 종료 통보
- 김 씨는 6년간 C사 정규직과 동일한 라인에서, C사 관리자의 지시를 받으며 근무
- D사 소속 현장 관리자는 사실상 출퇴근 확인만 담당
표면적으로는 C사와 D사 사이에 도급계약이 체결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핵심 구별 기준
도급은 수급인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완성하는 것이고, 파견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사용사업주의 지휘 명령 아래 근로하게 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사업에 편입되어 그 지시를 받는지" 여부를 가장 핵심적으로 봅니다.
김 씨의 사례에서 불법파견을 다투기 위해 살펴야 할 핵심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처럼 형식은 도급이지만 실질이 파견에 해당하는 경우,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위장도급(불법파견)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수급인(D사)이 독자적 사업 능력 없이 단순히 인력만 제공하고, 사용사업주(C사)가 직접적인 지휘 감독권을 행사했다면 불법파견 인정 가능성은 매우 높아집니다.
이 부분이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합니다. 파견법 제6조의2에 따르면, 일정 요건 충족 시 사용사업주가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김 씨의 경우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서 6년간 근무했으므로, 파견 금지 업무에 해당하면서 동시에 2년 초과 요건도 충족합니다. 따라서 C사가 김 씨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되며, 그 고용 형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즉 정규직입니다.
실무상 중요 포인트
직접고용 "간주"는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법률에 의해 자동으로 발생하는 효과입니다. 사용사업주가 "고용한 적 없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적 효력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점이 직접고용 "의무"와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직접고용이 간주되었다는 것은, D사의 계약 종료 통보가 아니라 사실상 C사에 의한 해고로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 씨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시간 순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 부당해고 구제신청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 C사를 상대방으로 지정합니다.
2단계 -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민사소송으로 C사 소속 근로자임을 확인받는 절차. 통상 1심에 8~14개월 소요됩니다.
3단계 - 임금 차액 및 미지급 임금 청구
C사의 동종 유사 업무 정규직 임금과 실제 수령액의 차액을 소급하여 청구 가능합니다. 3년의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최대 3년치 차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4단계 - 형사 고소(선택)
불법파견 자체가 파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이므로, C사와 D사를 동시에 고소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임금 차액 부분이 현실적으로 큰 영향을 미칩니다. 김 씨가 D사를 통해 월 250만 원을 받았고, C사 동종 정규직이 월 350만 원을 받았다면, 연간 1,200만 원, 소멸시효 3년분으로 최대 3,600만 원의 차액이 발생합니다.
김 씨의 사례에서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은 증거의 확보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불법파견 사건에서 근로자 측이 패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청의 직접적 지휘 감독"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반드시 확보해야 할 증거
- 원청 관리자가 발행한 작업지시서, 업무 메신저 대화 내역
- 원청 시스템(출퇴근 기록, ERP, 사내 메일 등)에 본인이 등록된 화면 캡처
- 원청 정규직과 동일한 교육, 회의, 조회에 참석한 기록
- 용역업체(수급인)의 현장 관리 실태가 부실했음을 보여주는 자료
- 급여명세서, 근로계약서, 도급계약서 사본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채 퇴사 후 뒤늦게 다투려 하면, 회사 측 서버에 저장된 기록에 접근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실수이므로, 불법파견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재직 중에 증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직접고용 간주 효과는 파견법상의 보호 규정이므로, 근로자가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실현되지 않습니다. 법이 보호하는 권리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